자드락길은 야생화 세상~
몇해전부터 둘레길이다 올레길이다 수많은 길들이 생겨나고 잊혀 졌다. 한마디로 걷기 광풍이었다. 웰빙과 힐링의 연장선인데 좋은 경치와 깨끗한 공기를 마치며 등산같이 힘들게 오르는게 아닌 여유있게 걷는 정도의 걷기다. 지자체 마다 길을 만들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어떤길은 억지로 끌어다 만들기도 했고 또 어떤길은 생각보다 좋다.
단순히 좋은 경치를 보며 걷는 정도에서 이제는 좋은경치는 물론이고 테마와 이야기가 있는 길 정도는 되 주어야 대접좀 받는다. 그간 수많은 길들이 생겨났다 잊혀 졌다. 이제는 옥석이 갈리고 진정되는 형국이다.
그중에서 요즘 이름 좀 날리는 제천 '자드락길'을 찾았다. 풍광, 길,이야기의 삼종세트를 골고루 갖춘것 같다.
자드락이란 낮은 산자락에 비스듬히 나 있는 좁다란 길을 말하는데 청풍호를 끼고 58킬로에 이르는 7개의 길이 있다. 이 길은 연결되어 이어진 것은 아니고 청풍호 양쪽, 전망좋은 곳을 군데 군데 개발한것이다.
지금이야 교통이 좋아 서울에서 두시간반 정도면 도착하지만 옛날에는 전쟁이 나도 모를 정도로 산세가 깊고 험한 곳이었다고 한다. 주변으로 월악산, 소백산, 치악산이 둘러 싸고 있다.
자드락길 7구간 중에서 6번째 '괴곡성벽길'을 걸었다. 괴곡성벽길은 백제 신라 고구려 삼국시기에 치열한 격전지로 이곳 괴곡 능선이 천혜의 요새가 되었다고 한다.
강가 절벽을 따라 걷는 길이기 때문에 생사를 건 전투에는 좋고 나쁨이 있어도, 룰루 랄라 걷기에는 너무나 좋은 길이다.
오른쪽으로는 청풍호를 끼고 왼편으로는 보기 드문 약초와 야생화들이 길 끝까지 따라 다닌다. 중간 중간에 사진찍기 좋은 곳이라는 전망대가 있어 조망의 즐거움도 있다.
중간 조망에서 찍은 사진들과. 길에서 만난 야생화들을 소개 한다.
남한강을 끼고 호반의 푸른 물과 조화를 이룬 구담봉, 옥순봉, 제비봉, 그리고 충주호를 건너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다운 산'이라 하는 금수산에 이르기 까지 수려하고도 장대한 산악 경관이 끝없이 펼쳐 진다.
"월악산이 물에 비치고 항구골에 배가 닿으면 구국의한이 풀릴 것이다." 이 말은 마의태자가 월악산을 떠나 금강산으로 가면서 남긴 말이다.
지금 월악산의 모습을 정확히 예견했다. 월악산 바로 아래까지 충주호의 물이 밀려 들어왔고 충주나루에서 출발해 월악산 들머리를 거쳐 단양까지 운행되는 여객선의 선착장이 월악대교 앞에 들어서게 될 것을 마의태자는 어떻게 알았을까? 그런데 구국의 한은 언제 풀리나?
딱. 이등분해서 가지를 올렸다. 사이좋게.
작은 하나하나가 똘똘 뭉쳐 큰 꽃을 만드는 '산조팝'나무. 조팝나무가 지고 나면 핀다.
무덤가에 한 '할미꽃' 꼬부랑 할미꽃도 수정이 되고 씨앗을 날릴때는 꼿꼿히 허리를 편다.
뻐꾹이가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뻐꾹채'
단풍잎을 닮은 '단풍마'
병나발같이 생긴 '붉은병꽃'
산조팝나무
이름만큼 귀엽고 예쁜 '반디지치'
가느다란 줄기에도 잘도 선다 '단풍마'
십년감수하겠네 이름도 우스운 '개감수'
때려도 때린것 같지 않은 '솜방망이'도 꽃대를 높게 올리고 노랑 꽃다발을 만들었네.
무엇일까요? 빨간 색으로 물까지 들인 혹벌의 알집이랍니다.
똘망똘망 노랑노랑 스러운 '세잎양지꽃'
줄줄이 늘어진 '줄딸기'
지린내가 여기까지 날 듯한 '쥐오줌풀'
곧 여름인데 한발 늦는구나 '봄맞이꽃'
옥순대교를 넘으면 청풍호 최고의 절경이 펼쳐 진다.
옥순봉, 구담봉은 죽기 전에 가 봐야 할 곳이다. 계속된 가뭄에 강바닥이 머지 않은것 같다.
큰애기나리라고 생각되나...확실치는 않음.
전망대가 높게 세워져 청풍호를 사방으로 조망할 수 있다. 자연훼손에서 자유롭다면 이런식의 전망대는 꽤 좋은 것 같다.
파릇파릇 생기를 띈 나무와 풀꽃, 이 속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 걷는것 그 자체가 행복이다.
중간에 나타나는 괴곡마을, 어지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지 개들의 신경도 꽤나 날카로운듯 하다.
3년 전만에도 조용하던 마을이었다. 자락길이 나고 부터 수많은 관광객들이 마을을 지나가고 또 뭘 버렸나보다.
얼마나 버리길래 저렇게 끔찍한 경고판까지...
갈고리층층둥굴레. 한약재로는 '황정'이라고 부른다. 마을 주변이 황정 밭이다.
토종 바나나, 어름도 이제 꽃을 피웠다.
김대중 슨상님하면 생각나는 꽃, 인동초도 꽃방울을 올리고 있다.
고개를 축 늘어뜨린 윤판나물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고 한다. ㅠㅠ
겨울눈이 호랑이눈을 닮았대서 '호랑버들'
소나무도 꽃이 폈다. 가지 끝에 빨간 암꽃, 그 아래 바나나 같은 가루 몽둥이는 수꽃이다.
일층, 이층, 삼층... '층층나무' 기세가 대단해서 숲속의 깡패라는 별명도 있다.
300년 느티나무, 수간(수형)이 아주 훌륭하다. 이렇게 병든곳 없이 늠름하게 이렇게 큰 느티나무는 오랫만에 봤다.
괴곡성벽길은 초반에는 약간의 오르락 내리락 하는 구간이 있지만 땀이 좀 날 듯 하면 길은 평탄해진다. 11킬로 넉넉히 네시간이면 돌아 나올 수 있다. 가족이 다함께 가도 괜찮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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