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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꽃 품은 영남알프스 종주

아웃도어에서/등산 by 심심한사람 2015.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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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과 억새군락 펼쳐진 영남알프스 1박2일 종주

매년 억새가 필 때면 명성산,민둥산 등 유명한 산들이 생각나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제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산이 영남알프스 입니다. 이름부터 뭔가 유럽스럽죠? 영남알프스라는 이름은 가지산(1240m), 운문산(1188m), 재약산(1108m),간월산(1083m),신불산(1209m), 영축산(1092m) 등 경남 울산과 양산, 밀양의 경계를 이루며 솟아 있는 봉우리들이 마치 유럽의 알프스와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뾰족 쏫아오른 눈덥힌 만년설은 없지만 알프스에서 느끼는 초록의 광활함은 비슷할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알프스엔 가보지 않았답니다.^^

 

예전에는 영남알프스가 남쪽 끝에 위치한 까닭에 서울, 경기에서는 상대적으로 접근이 좋지 않았죠. 그리고 산꾼들의 인식 자체가 백두대간이 지나는 지리산에서 덕유산 민주지산, 소백산, 오대산, 설악산 부근이 아니면 볼 만한 산이 없다고 많이들 생각했는데 알려지지 않은 산들이 개척되기도 하고 매스컴의 영향으로 산행 정보 또한 많아 졌죠, 그리고 등산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우리나라 구석구석의 산 까지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영남알프스에 등산객들이 많아진 까닭은 경부고속철도 2단계, 동대구에서 신경주, 부산구간이  5년전 개통되면서 큰 힘이 됐던것 같습니다. 2시간이면 서울경기에서 영남알프스가 있는 신경주역까지 달려 오니 마실나가듯 당일산행을 할 수 있게 된것이죠.  

 

영남 알프스 전체 종주는 보통 2구간으로 나누어 2박3일 정도가 걸리는데요, 우리는 1구간인 운문산에서 신불산까지 걷기로 계획을 세웠는데요, 그런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운문사로 바로 오르지 못하고 조금 앞당겨 밀양 호박소계곡 부근의 제일관광농원에서 가지산-능동산-배내봉-간월산-간월재-신불산에서 간월산장으로 하산하는 약 20km 코스를 걷기로 했습니다. 하루만에는 힘들고 배내고개에서 1박을 하기로 합니다. 

영남알프스 1구간인 이 코스에서는 간월산과 간월재의 10만여평, 신불평원의 60만평의 억새 군락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 산행입니다. 무작정 숲길을 걷는것 보다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걷는게 훨씬 덜 지겹고 힘도 덜 들죠. 

 

 매년 10월이면 간월재에 억새축제가 열리는데요, 축제장인 간월재로 가는 방법 가운데 가장 편안한 길이 사슴농장에서 출발해 임도를 따라 굽이굽이 간월재 까지 올라가는 길입니다. 간월재까지  총 6km를 아스팔트길로 걷습니다. 관계자 외에 차량 통행은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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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호박소 인근에서 본 얼음골 케이블카입니다. 처음 예상했던 수에 훨씬 못 미치는 이용객으로 지역경제 활력소와는 달리 등산로 주변의 생태가 무너져 내리고 억새군락이 짓밟혀서 황폐화 되고 있다고 합니다. 설악산케이블카를 시작으로 전국의 명산에 케이블카를 세우겠다는 현 정부의 반환경적 정책이 제고되기를 바랍니다. 자연은 자연그대로일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수천만년을 사는 산을 고작 수십년 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들이 망가뜨리면 안되겠죠? 

 

밀양 호박소 부근 제일관광농원에서 본격적인 1박2일의 종주를 시작합니다. 구룡소 폭포와 너덜길을 지나며 1시간 이상의 오름짓을 합니다. 무엇이던 초반에 힘든 법 입니다. 일단 능선까지만 오르면 대개 한시름 놓게 됩니다.

 

운문산에서 백운산 가지산으로 나뉘는 갈림길에 오르니 이마와 등에서 뿜어져 나오던 땀방울들이 시리도록 파란 가을 하늘을 타고 시원하게 날아갑니다.

 

단풍이 한차례 휩쓸고 간 능선에는 이제부터 삭막한 계절이 시작되는 듯 합니다.

 

듬듬이 자라난 소나무의 푸름만이 살아 있음을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영남알프스는 대체적으로 흙길이 많은 육산입니다. 그러나 가끔씩은 바위군락이 나타나서 훌륭한 조망터가 되기도 합니다.

 

한시간이라도 이렇게 넋 놓고 앉아 있어 보는건 어떨까요? 산에서의 시간은 빠른듯 하지만 천천히 흘러 갑니다.

 

능선에는 키작은 관목이나 억새가 많습니다. 억새꽃이 피는 이즈음이 영남알프스의 가장 화려한 때 입니다. 

 

능선 아래로는 단풍이 절정입니다. 빨강, 노란,주황의 색색들이 햋볕에 반짝이고 있습니다.

 

가지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영남알프스의 여러산 가운데 1240m로 가장 높은 봉우리입니다. 이곳에서는 언양이 내려다 보입니다. 

 

 배내고개에서 저녁을 보낸뒤, 다음날 배내봉을 향해 출발 합니다. 아침 찬 기운도 태양이 뜨니 노근해 지는것 같습니다. 배내봉으로 오르는 초입부터 반갑지 않은 계단이 시작됩니다.

 

배내봉에 30분을 힘차게 오르면 능선길이 다시 시작됩니다. 능선상에서 바라본 울주군과 울산입니다. 저 뒤로는 정유공장에서 올라오는 하얀 연기들도 보입니다.

 

비스듬한 아침의 햋살은 단풍색을 오롯히 보여주기에 가장 훌륭한 빛 입니다.

 

간월산이 가까워 질수록 점점 억새의 군락이 빽빽해져 갑니다.

 

멀리 간월산이 손에 잡힐듯 다가 옵니다.

 

출발한지 2시간여 만에 간월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간월산 정상부터는 간월재까지 내려 가는 능선은 영락없는 동고서저의 지형으로 완만한 서쪽에는 억새 군락이 깔려 있습니다.

 

 간월재로 내려가는 바향의 오른쪽은 거의 비탈이거나 낭떠러지 입니다. 앞쪽에 보이는 돌탑 밑이 간월공룡의 시작입니다. 

 

백패킹의 성지, 간월재

간월재의 너른 억새평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등짐 한가득 동여맨 산꾼들이 오르막고 내리막을 교차 합니다.

 

 바람도 쉬어 간다는 영남알프스 간월재, 백패킹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간월공룡부근에서 내려다본 임도길이 단풍과 함께 멋진 풍광을 보입니다.

 

간월재 휴게소의 뾰족 지붕이 보입니다.

 

간월재 억새평원 사이로 난 계단입니다.

 

배내고개에서 시작한 산행은 거의 5km를 걸어 3시간만에 간월재에 도착했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긴 합니다. 그러나 최고의 조망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막 피어난 억새꽃 입니다. 햋볕이 꽃을 피우고 바람이 꽃을 날립니다.

 

간월재 능선을 지나는 등산로와 고개를 지나는 임도가 보이는군요. 임도가 없었어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간월재에서 신불산으로 오르는 첫번째 전망대입니다. 맞은편으로 천황산 사자봉과 재악산, 영축산이 멀리 보입니다. 영남알프스 2구간이기도 합니다.

 

 간월재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멀리 간월재를 넘는 임도길이 선명합니다.

 

 

신불산 정상입니다. 아주 넓은 전망데크가 있습니다. 멀리 신불재 억새평원과 영축산이 손에 잡힐듯 보입니다.

 

 간월재에서 1.5km를 걸어 50분만에 신불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신불산에서 고개를 넘으면 60만평의 억새군락으로 뒤덥힌 신불평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신불평원 사이로 나무데크길이 지나갑니다. 가운데 있는 신불재를 지나면 영축산으로 이어지지만 우리는 신불재에서 1박2일의 종주를 끝냅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합쳐 놓은 '신불산 내산 산행도' 입니다. 작자는 신불산 이도사'라고 써여 있네요. 

쩍어놓은 사진을 이렇게 정리하고 조목조목 기억해서 포스팅 한다는게 여간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 아닙니다. 시간도 꽤 걸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성가신 작업을 하는 이유는 나의 경험과 기억들을 보기 좋고 먹기 좋게 요리해서 멋진 '레시피'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앞으로도 맛있는 레시피를 위해 부지런한 습관부터 몸에 익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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