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뀌의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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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뀌라고 들어보셨나요?

며칠전입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산길을 내려가고 있었는데요. 무언가 내 뒤에서 도로롱 도로롱 하고 따라 오고 있었어요,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보니 그 무엇인가가 도로롱 도로롱 하면서 여전히 따라 오고 있더군요. 그런데 한 두개가 아니었네요. 턱~ 도로롱, 턱~도로롱, 하나가 나를 따라오다 지치면 바통을 이어받은 다른 녀석이 턱~ 도로롱 하며 나를 계속 따라 오는 것이었습니다. 많을 때는 한꺼번에 얼추 너댓 녀석이 나를 따라 내려 옵니다. 

 

나를 따라오던 녀석들의 정체는 바로 '도토리' 였는데요. 상수리,굴참,신갈,떡갈,갈참,졸참 같은 참나무에서 길가로 턱~하고 떨어뜨린 동글동글 도토리 들이 도로롱 도로롱하며 저를 따라 오는 것이었어요. 혼자 내려가는 하산길이 도토리들 때문에 심심하지 않더군요.

 

서리가 내린다는 백로가 지나고 어제는 추분이었습니다. 오늘부터는 낮보다 밤의 시간이 더 길어 지겠죠? 양의 기운이 점차 줄어 들고 음의 기운이 득세하는 계절이기도 하죠. 산과 들에서 한껏 푸르름을 뽐내던 풀꽃나무들도 엽록소 보다 안토시안, 카로티노이드, 타닌 등의 색소가 기세 등등해 지는 시기입니다. 이렇게 꼬박 꼬박 절기는 찾아 오고 돌고 돌아요. 양이 음이 되고 음이 양이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니깐요.

 

단풍이 물들어가는 가을이 되면 저를 따라 오던 도토리 처럼 풀꽃나무들의 움직임이 어느 계절보다 분주합니다. 잎사귀의 색깔을 바꿔야 하고 떨켜를 만들어 잎을 떨구기도 하고 건강한 씨앗을 만들어야 하고 그리고 이 씨앗들을 어떻게 멀리 멀리 보낼까 연구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년 봄을 위해 겨울눈도 만들어야 겠죠? 

 

이 가을 숲속은 바쁘기만 한데 나는 왠지 쓸쓸하더군요. 당분간은 이 푸르름을 보지 못하는 이유에서 일까요?

 

도토리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계곡을 만났습니다. 계곡 풀가에는 잔치가 벌어졌더군요. 분홍 빨간 좁쌀같은 여뀌 꽃들의 잔치였습니다.   

그런데 혹시 여뀌라고 들어보셨나요? 좀 생소한 이름이기도 하죠? 만약 여뀌를 아신다면 당신의 풀꽃 사랑은 10점 중 8점입니다.

여뀌는 주로 개울이나 계곡 주변에 살며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마디풀과의 고마운 풀입니다. 지금이 한창 여뀌가 꽃을 피우는 시기 이기도 하죠.

 

좁쌀같은 붉은색 꽃이 이삭모양으로 성기게 달렸습니다. 그래서 이삭여뀌라고 합니다.

 

역시 이삭여뀌 입니다.

 

좁쌀같은 꽃은 육안으로는 도저히 자세히 볼 수가 없습니다. 꽃잎은 없고 꽃잎처럼 생긴 것이 꽃받침입니다. 꽃받침은 4개로 갈라집니다.

 

가시여뀌

 

가시여뀌입니다. 말 그대로 가시(선모)가 빽빽하게 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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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가시 끝에서는 끈끈이 주걱처럼 액이 나온다고 합니다. 수분을 위한 방어 전략이겠죠?

 

아직 꽃이 피진 않았습니다. 아랫쪽에는 고마리라는 수질정화식물도 보이는군요.

 

개여뀌라는 녀석입니다. '개'자가 붙은 이름에서도 알겠지만 매운맛이 나고 물고기를 잡는데 쓰인 여뀌보다 약성이 떨어지고 못하다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마디풀의 여뀌는 여뀌, 개여뀌, 가시여뀌, 기생여뀌, 장대여뀌, 털여뀌, 이삭여뀌, 버들여뀌 등이 있습니다.

 

 인간의 잣대로 식물에 이름을 붙입니다. 잘난놈은 잘난 이름을 좀 떨어지고 못나면 '개'자가 들어간 이름을 붙입니다. 그래봤자 풀꽃들은 연연해 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묵묵히 자연속에서 자신의 일을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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