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선자령을 달린 TNF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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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선자령, 그 깊은 속살로 들어 가는 날 입니다. 오늘 선자령으로 가는 이유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신청한다는 노스페이스 트레일러닝대회 'TNF100 GANGWON' 의 촬영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TNF100대회가 작년과 올해는 버츄얼 레이스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버츄얼 레이스는 10k,20k,30k, 3가지 종목으로  사전에 참가 신청한 러너들이 5.8일~30일까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트레일러닝을 한 뒤 전용 어플로 레이스 기록후 SNS에 업로드 하는것으로 인증하는 방법 입니다. 집합금지와 비대면을 위한 새로운 트랜드 입니다.  

이번 촬영은 TNF100 버츄얼 레이스의 이벤트로 노스페이스 소속 김지섭 선수와, 가수 션이 선자령에서 강릉 경포호까지 50k 레이스를 진행합니다. 김지섭 선수는 본인의 기록을 깨기 위해서, 가수 션은 처음으로 트레일러닝에 도전하기 위해서 인데요, 이들의 레이스를 촬영하기 위해 꽤 많은 촬영팀이 동원됐습니다.

저도 촬영 팀 중에 한 명으로 선자령에서도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가장 내밀한 구간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맡은 장소는 삼양목장 바람의 언덕에서 부터 일반인이 출입이 통제된 숲길을 따라 40분 정도 들어가면 마치 정글같은 원시 숲속의 느낌이 나는 곳 입니다. 선자령을 참 많이도 와 봤지만, 이렇게 원시적인 느낌이 나는 장소는 드문것 같습니다. 

선자령 등산코스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하는 선자령 등산코스는 풍차와 바람이 시원한 능선코스와 물소리와 그늘이 좋은 재궁골 계곡코스로 나누는데요, 편도 6km, 2시간 정도의 완만한 코스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 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등산이 부담된다면 삼양목장 바람의언덕도 좋은 선택지 입니다. 삼양목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바람의언덕까지 올라오면 동해와 선자령 일원을 한눈에 볼 수있는 장쾌한 경치를 즐길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짧은 트레일도 잘되어 있어 대관령을 넘는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수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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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언덕을 넘어 원령공주가 나올것 같은 숲 속으로 향하는 길

아침 8시 김재섭 선수가 대관령휴게소에서 50k 레이스를 출발하고, 한시간 뒤 가수 션이 같은 장소에서 출발 합니다. 저는 선자령을 넘어 바람의 언덕으로 오는 중간즈음에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어야 합니다.  이른 아침 바람의 언덕에서 보는 선자령 백두대간 골골이 내려 앉은 운해의 경치가 아름답습니다. 

삼양목장 양떼들이 한가롭게 아침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루 삼양목장의 하일라이트인 양몰이 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여기저기 초원에는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이국적인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바람의 언덕 주위에는 노란 민들레 꽃과 목초로 들여온 큰조아재비(티머시)가 어울어진 초원이 펼쳐 집니다. 

바람의언덕 해발 1140m의 정상부의 동해전망대 입니다. 동쪽으로 장군바위 (1,140m), 서쪽으로 매봉(1,173m), 남쪽으로 발왕산(1,495m), 북쪽으로 황병산(1,148m)으로 둘러싸인 삼양목장의 횡계고원이 동해쪽으로 숨통을 트이는 장소 입니다. 

바람의 언덕에서 구불구불 이어지는 임도길을 타면 선자령 바로 아래까지 갈 수 있기도 합니다.  

가운데 봉우리가 해발 1,157m 선자령 입니다. 바람의 언덕과는 거의 같은 고도 입니다. 

바람의 언덕 CP1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코코넛 껍질로 만든 푹신푹신한 길을 따라 내려 갑니다. 

50K 코스는 출입통제 목책을 넘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숲속길로 들어가야 합니다. 한참을 가다 보니 대부지경계 말뚝이 나타납니다. 삼양목장과 하늘목장의 경계를 표시한건가 봅니다.  

해발이 높은 덕분에 이제야 철쭉이 만개 합니다.  

TNF100 리본이 있어서 코스를 잃지 않고 갈 수 있습니다. 이 리본들은 레이스가 끝나면 모두 수거 합니다. 

TNF100 레이스 코스 입니다. 올해는 이벤트로 대관령 신재생에너지센터에서 경포호까지 50K 코스만 열립니다.

원령공주를 볼 수 있을것 같은 원시림이 이어집니다.  

적막한 숲속에서의 아침 입니다. 어디선가 푸드득 거리면 머리가 쭈뼛, 등골이 오싹, 식은땀이 납니다.  

바디나물 밭입니다. 

습하고 그늘진 곳에 자라는 미나리과 바디나물은 혈액순환과 성인병에 좋은 약초이기도 하지만 쌉싸름한 맛이 좋아 긇는 물에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어도 좋습니다. 

딸랑딸랑 종소리가 들릴 것 같은 은방울꽃 입니다. 언제나 만나면 반가운 아이 입니다. 

유럽나도냉이 입니다. 이 녀석은 1993년 대관령에서 처음발견됐다고 합니다. 목장의 목초용으로 도입한 큰조아재비를 따라 유럽에서 흘러 왔지 않았을까요?  

벌깨덩굴 피기전

벌깨덩굴 개화

사람 얼굴만한 곰취가 나타납니다.  

숲속이 습하고 계곡이 많아 여기저기 동의나물이 많이 피었습니다. 잎이 곰취잎과 비슷하게 생겨서 매년 식중독 사고가 나는 '주의' 독초 입니다.  

왼쪽이 곰취, 오른쪽이 독초인 동의나물 입니다. 한눈에 봐도 달라 보이긴 한데  비슷한 구석도 없지 않아서 매년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동의나물은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먹어면 큰일나는 독초 입니다. 

관중도 이제 막 꽈리를 털어 올립니다. 

진분홍 하트 꽃잎이 다섯장, 숲속의 사랑꾼 큰앵초꽃도 봅니다.

줄기 하나에 대여섯개의 꽃이 뭉쳐 나는 큰앵초꽃, 그래서 더 화려하게 보입니다.

슬슬 꽃을 피우는 쥐오줌풀 입니다.  

뿌리에서 지린내가 난다해서 쥐오줌풀이라는 이름이...

얘는 노루오줌풀 입니다. 쥐오줌풀보다 한발 느립니다. 

해발 1,000이상 높이의 깊은 산에서 자라는 박쥐나물 입니다. 잎이 하도 특이하게 생겨 잘 잊어먹지 않는 풀이죠. 

습한 계곡길 솔이끼, 이끼류는 하등식물입니다. 뿌리, 줄기, 잎, 관다발의 생식기관이 발달하지 않은 균류, 조류, 세균류 같이 구조가 간단하고 진화의 정도가 낮은 식물을 하등식물 이라고 하는데 이끼류 또한 잎과 줄기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고 관다발이 없어 하등식물로 분류됩니다.  이에 반해 고등식물은 뿌리, 줄기, 잎 세 부분을 갖춰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일반적인 종자식물을 말 합니다.  

잎 앞뒷면에 은색 솜털이 난 다릅나무 새싹 입니다. 아침 이슬을 머금어 더욱 반짝이는것 같습니다. 

콩과의 다릅나무는 가구나 조각의 재료로 훌륭하다고 합니다. 

아랫동네엔 이미 농사가 끝난 두릅이 대관령 고산에는 싹이 트고 있습니다. 고라니같은 짐승들이 새 순을 따 먹은 자리에는 찐득찐득 젤리같은 진액이 덮혀 있습니다. 이 진액은 두릅나무가 벌레로 부터 상처를 보호 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항산화 물질이라고 합니다. 인체에는 무해합니다. 

초롱초롱 반짝반짝한 수정구슬 알갱이들이 포도송이 처럼 열렸습니다.  귀룽나무 꽃이 핀 자리에 아침 이슬이 데롱데롱 매달려 있는 모습입니다. 

숲속길 곳곳은 첨벙첨벙 물길입니다.  이 즈음에서 카메라를 세팅하고 러너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노스페이스 김지섭 선수가 출발 1시간 10분만에 숲길에 모습을 보입니다. 긴장되는 순간 입니다. 1~2초 안에 휙 하고 지나가 버립니다. 그 안에 최대한 좋은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연출을 부탁할 수도 다시 되돌려 세울수도 없습니다. 레이스에 어떠한 개입도 하면 안됩니다.    

멀리서 부터 헉헉헉 하며 진공을 깨는 가쁜 숨소리만이 점점 거칠게 다가 옵니다. 

숨소리가 점점 극에 달하고 카메라 셔터는 쉴새 없이 터집니다. 

김지섭 선수는 이번 버츄얼대회에서 그의 50k  기존 기록을 깨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자리를 옮겨 다음 레이서인 가수 션이 오는 길목에서 기다립니다. 운동 마니아인 션은 트레일러닝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김지섭보다 한시간 늦은 9시에 대관령 신재생에너지센터에서 출발한 가수 션을 10시35분 숲길에서 만납니다.   

순간 당황합니다. 션이 나의 예상 주로가 아닌 내 바로 앞으로 휙 하고 지나가 버립니다. 셔터는 끊었지만 포커스는 아웃입니다. 

션이 지나가고 장비를 챙겨 바람의 언덕으로 되돌아 옵니다. 신발은 습한 이슬에 젖고 몇번이나 계곡물에 빠진 덕분에 신발안에까지 물이 들어찼습니다.  

다시 한번의 기회를 찾아서 경포호에서 가수 션을 기다립니다. 골인지점까지는 불과 1.5km 정도가 남은 지점 입니다. 출발 6시간 26분이 지난 시간 입니다.  

드디어 트레일러닝 50k 골인의 감격입니다. 

김지섭 선수는 본인의 기존 기록을 20분이나 당겼다고 합니다. 가수 션은 50k 7시간 17분 25초를 기록합니다. 두 선수 모두 대단합니다. 

트레일러닝은 어떤 경기 보다 매력 넘치는것 같습니다.  푸른 산과 들을 두 발로 뛰고 걸으면서 대지의 기운을 온 몸으로 느끼고 고통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며 한발 한발 더 나은 목표를 향해 달려 가고 있는 자신을 보는 것, 정말 멋진 일이 아닐수가 없겠죠.

트레일러닝 촬영을 위해 꼭두새벽부터 아무도 없는 대관령 숲속을 걸으가며 풀꽃을 보며 즐거워 하기도 하고 나 자신도 되돌아 보며 한숨 쉬기도 하며 보낸 하루 입니다. 그리고 기운 넘치는 트레일러너들 덕분에 한껏 힘 받아 가는 대관령 선자령에서의 하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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