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이었던것 같다. 필리핀 마닐라, 왕복 6차선은 될법한 넓은 차도, 그 가운데 중앙선 역할을 하는 화단이 있었다. 화단 가운데 옹기종기 모여있는 새끼고양이들, 깜짝 놀라서 쳐다본 나의 시선에 화들짝 놀란 모습이 요녀석과 똑같다. 20090903/낙산사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5. 3. 3. 22:47
안과 밖의 경계, 얇다란 미닫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엄청난 환경이 펼쳐 진다. 꼬롬한 발 냄새 킁킁 나는 문 앞에서 미닫이가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20140408/군포 속달마을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4. 4. 16. 16:10
도봉산 우이암이 잘 보이는 원통사 뒷 봉우리, 배낭을 뒤져 샌드위치랑 빵조각을 우걱우걱 쑤셔넣고 있었다. 산괭이 한녀석이 뚫어지게 쳐다 보고 있다. 이녀석은 이미 등산객이 던져주는 음식 부스러기에 길들여져 있었다. 한참을 쳐다본다. 빵을 한조각 뜯어서 던져주니 낼름 잘도 받아 먹는다. 내가 앉은 바로앞에 빵조각을 올려뒀다.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할까? 한참을 노려보기만 할 뿐 미동이 없다. 그러다 내가 한 눈이라도 팔면 순식간에 낙아채간다. 오호~ 다시 한번 빵 조각을 올려두고 카메라를 고정했다. 그리고 시선은 고양이에 고정한 채 고개를 돌렸다. 눈알이 사팔뜨기가 됐다. 이녀석 걸려들었다. 찰칵 찰칵 찰칵 빵값이라고 생각해. 20130906/우이암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3. 9. 9. 16:50
우이동 풍성식당, 원석이네.. 오래 묵은 식당과 치렁치렁 배낭과 등산복 차림의 무리를 빠져나와 한갓길로 들어섰다. 의암 손병희의 묘소가 나왔다. 이곳은 우이동이 주는 "낡음"의 이미지와는 정 반대다. 럭셔리한 정원에 전원주택같은 풍의 집들이 들어서 있다. 정년을 넘겼을 법한 주인이 마당 잔디에 물을 뿌리며 오후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한 구석퉁이에는 전원주택의 꽃인 바베큐 그릴이 화려한 만찬을 목 말라하며 입을 열고 있다. 북한산 둘레길이 지나는 삼양로 169길, 부러움의 대상인 주택에서 곁방살이 하는 짐승들까지 부럽다. 20130905/우이동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3. 9. 9. 16:49
"넌 쥐잡는 고양이야! 밥 값을 하란 말이야." 간혹 촌동네 점빵에 가면 쥐를 쫒을 용도로 고양이를 묶어놓고 기른다. 용병인 샘이다. 그런데 이렇게 옴짝달싹 못하게 묶어 놓으면 어떻게 쥐를 잡지? 그냥 위협용인가? 요즘 쥐는 아주 영리하단 말이야. 고양이에게 쥐를 잡을 자유를 보장하라~ 오래전 먼지 구덩이속에서 기진맥진 한 고양이를 주인 몰래 풀어놓고 도망간 적이 있다. 그러고 싶었다. 20100610/단양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3. 9. 4. 11:56
2013년의 우이동, 과거의 흔적들과 과거의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아직은 그렇다. 좁다란 동네 골목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풍경에 아기자기한 이야기 아기자기한 고양이 가족까지. 북한산 둘레길을 살짝 벗어나 들렀던 우이동의 기억이다. 길고양이가 아닌 집고양이 가족이다. 그래서 생활에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이 대문앞이 그네들의 '전망대'다. 위협이 닥치더라도 대문밑으로 난 틈으로 쏙 하고 들어가버리면 그만이니까. 집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사람이나 짐승이나 똑같다. 2013/08/29 우이동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3. 8. 30. 12:00
나가노현 하쿠바 키사키 호수, 일본 북 알프스의 눈 녹은 물이 모여서 이루어진 호수로 깨끗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 호수가에 위치한 소나무숲 캠핑장. 스르륵 다가가니 스르륵 다가온다. 다리 사이로 빙글빙글 돌며 지 몸을 부빈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단지 바지에 묻은 털이 잘 떨어지지가 않았을 뿐. 사람의 인기척과 시선에도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다는건 신뢰한다는거다. 이녀석과 나는 오늘 처음 보았을뿐. 그 어떤 신뢰의 기억도 없는데...이런다. 13/06/20 키사키 호수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3. 7. 26. 13:22
장마가 잠깐 소강상태를 보였다. 여지없이 구름사이로 강렬한 폭염의 태양빛이 쏟아졌다. 주차장에 차를 넣고 돌아나오는데 한 무리의 고양이들이 맡은편 차 밑으로 들어갔다. 호피무늬 엄마고양이 젖을 빨던 까만고양이 두마리가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아이고 깜짝이야. 인기척이라도 하지"라고 말 할 것 같은 표정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는 고양이들이 즐겨 찾는 휴식과 생존의 공간이다. 한겨울에는 자동차 엔진룸에 들어가 몸을 데우고 한여름에는 자동차 밑에 들어가 몸을 식힌다. 나는 차 주인이 한참뒤에나 오길 바라며서 눈인사로 헤어진다. 2013/07/19 용산구 남영동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3. 7. 19.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