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싹이나다
4월이면 뒷산 숲속은 어느때 보다 분주합니다. 숲속에서 가장 용감한 귀룽나무는 다른나무들보다 먼저 잎을 내어 정찰을 합니다. 금방이라도 터질것 처럼 부풀어 있던 잎눈들도 귀룽나무의 신호가 있어야 세상으로 나옵니다.
나무가 물을 빨아 올리는 소리, 꽃눈이 열리는 소리, 잎이 펼쳐지는 소리, 씨앗들이 뿌리를 내리는 소리, 애벌레가 알을 깨고 나오는 소리, 펼쳐진 잎사귀가 햇볕을 받아 광합성을 하는 소리, 꽃을 피우는 소리, 수술이 꽃가루를 털어내는 소리...
조잘조잘 쑥쑥 쏙쏙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숲속의 소리 입니다. 어쩌면 노래일지도 모릅니다.
풀과 나무들이 이 봄, 꽃과 잎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알고 싶으세요?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귀를 귀울여 보세요,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물소리 정도는 청진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들을 수 있을테니깐요.
껍질을 벌린 도토리가 땅속 깊이 뿌리를 박고 있다. 옆에는 동갑인 애기 소나무도 있다.
건조하고 척박한 땅이라서 길게 길게 뿌리를 내어도 곧게 서기가 쉽지 않다. 청솔모나 다람쥐의 기억에서 지워진 도토리들이 참나무가 된다고 했는데 이렇게 자연발아 되는 도토리도 꽤 많이 보였다.
스치기만해도 가렵고 보기에도 억세고 성가신 환삼덩굴의 어린싹, 어릴때는 나물로 먹을 정도로 보들보들 맛있다.
참나무에 붙은 '참나무공혹벌충영', 아기 혹벌들은 충영(벌레집)에 구멍을 내고 세상으로 훨훨 날아갔다.
포포나무라고 하는데 처음 본 나무다. 며칠안에 털로 덮힌 동그란 '눈'속에서 신기한 녀석이 튀어 나올것 같은데 보고 갈 수 없어서 안타깝구나.
나비들의 향연, 때죽나무 새싹들이 하늘을 나는 나비처럼 가지마다 앉았다.
용감한 귀룽나무, 숲속에서 가장 먼저 잎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