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말 나들이 부암동 무계원
얼마 전 부처님 오신 날에 법정스님이 계셨던 성북동 길상사에 다녀왔습니다. 길상사가 원래 술집이었던 대원각이었던 사실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인데요, 대원각은 성북동 삼청각과 익선동 오진암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서울 3대 요정 가운데 하나라는 스토리까지 알게 됐습니다.
삼청각과 길상사의 대원각은 워낙 유명해 알고 있지만, 오진암은 다소 생소해서 찾아 보게 됐습니다. 오진암은 종로구 익선동에 있던 요정이었는데 2010년 오진암이 있던 자리에 'IBIS 앰배서더' 호텔이 들어서게 되면서 철거가 될 것을 종로구와 호텔사업자가 한옥을 보존하기로 하고 부암동 무계정사 근처로 옮겼다고 합니다. 한옥은 다른 건축물과 달리 분해 조립이 가능해서 벽체를 제외한 기와와 서까래 대들보 같은 대부분의 자재를 옮겨서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진암은 2014년 성북동으로 자리를 옮겨 '무계원'이라는 간판을 새로 달고 종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도심 속 전통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날 좋은 주말, 가족과 함께 종로구 부암동 무계원으로 떠나 봅니다. 부암동 구석구석을 꽤 다녔다고 생각했는데요, 여전히 곳곳에 숨은 볼거리들이 많아서 올때마다 새로운 곳인 것 같습니다.
오진암이 자리한 부암동 무계원
무계원 사랑채
찾아가는 방법은 부암동 주민센터 골목으로 올라가면 300미터 윗쪽에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 한옥이 무계원입니다. 전용주차장이 있긴 한데 주말에는 만차여서 주차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위쪽으로 이백미터 정도 더 올라가면 인왕산으로 올라가는 둘레길이 나오는데 이 이곳 갓길에 주차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무계원 주차장은 10분에 500원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깔끔한 한옥 건물이 여러채 나타납니다. 100년의 세월이 넘은 한옥 자재들이 하얀 회벽으로 깔끔하게 마감돼서 새로 지은 것처럼 단정한 모습입니다.
서울미래 유산, 무계원 청동 사각패가 붙어 있습니다.
무계원은 마당을 가운데 두고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북방 전통 한옥식 가옥 인데, 특이한 게 사랑채 밖으로 마당이 길게 뻗어 있는 구조입니다. 생각보다는 그렇게 규모가 크진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랑채에 들어가면 좌식 책상과 등받이 의자가 있어서 누구나 쉬어 갈 수 있습니다. 바깥문을 통해 길게 뻗어 있는 마당의 정원수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사랑채는 좌식 공간과 입식 공간으로 나뉘는데 입식 공간은 경사지에 세워진 탓에 루의 형식을 도입한것이 특징입니다.
안채에서 보는 마당의 모습 입니다.
무계원 안채에는 '걸음'이라는 주제의 성균관대 대학원 디자인학과의 기획 전시가 진행되고 있네요.
서촌과 통인시장, 대오서점, 수성동계곡 같은 서촌의 명소들이 서로 연결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서촌의 명소들이 디자인된 굿즈 입니다.
엄마 아빠가 무계원에서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동안 중2 아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이렇게 따라온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할 나이가 됐습니다.
오진암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마당에 오동나무가 있어서라고 합니다. 지금의 오동나무는 무계원이 만들어지고 나서 심은것 이라고 합니다.
무계원이 있던 자리는 세종대왕의 세째아들인 안평대군의 별저인 무계정사가 있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행랑채에는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본모습을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무계원을 둘러 보고 주차장이 있는 건물의 옥상에 새로 만들어진 별채로 올라가 봅니다.
6월 1일부터 7월 30일까지 '윤동주와 모-던 종로의 시인들'이라는 특별 전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종로의 대표 시인인 윤동주와 동시대를 살았던 시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전시입니다.
헤드폰에서는 시민들이 낭독한 윤동주, 백석, 이상, 정지용의 시 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따뜻한 유월은 모던 종로의 시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계절입니다.
시민참여 프로젝트로 시와 함께 다양한 시민들의 음성으로 낭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전시실 안쪽 방에는 와이드 스크린을 활용한 영상을 통해 윤동주의 경성유학 시기를 중심으로 학생 윤동주가 통학길에 보고 느낀 근대 종로와 경성의 풍경을 보며 시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별채에서 내려다 본 무계원의 모습입니다. 향나무와 오동나무 뒤로 북한산 보현봉이 아스라이 지나갑니다.
무계원과 가까운 곳에 있는 윤동주 문학관에서 진행하는 시인 윤동주의 자취를 따라 걸으면서 듣는 100년 전 종로를 느껴보는 근대 문화예술 이야기 '모던 마실' 프로그램이 7월9일까지 매주 주말 진행되고 있습니다. 접수는 QR코드로 접속 후 신청서 작성하면 된다고 합니다.
오진암이라는 호기심에서 찾아왔던 무계원에서 안평대군의 몽유도원도와 시인 윤동주의 경성까지 생각지도 않은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느긋해서 좋았고 번잡함이 없어서 더 좋았던 무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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