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모, 미워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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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청설모

 

칙칙한 회색털에 쥐처럼 생긴 머리, 그다지 호감가는 외형은 아니다. 또한 잣나무나 호두를 키우는 사람에게는 퇴치해야 할 짐승이다.  게다가 귀여운 다람쥐까지 잡아 먹는다고 한다. 이쯤되면 흉측함,유해함,포악함의 3종세트를 두루 갖춘 시궁창쥐와 동급이다. 

 

어쩌다 청설모가 이런 이미지의 짐승이 됐을까?

원래 청설모는 외래종이 아닌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푸른쥐라는 '청서'로 불렸다. 청서의 꼬리털은 조선시대부터 붓을 만들던 좋은 재료였다. 청서의 털인 '청서모'가 현재의 청설모로 불려졌다. 시대가 변해 붓은 펜으로 바뀌고 자연스럽게 청설모의 꼬리털은 인간에게 불필요하게 됐다. 또한 환경훼손으로 맹금류와 여우 같은 상위포식자들이 사라지자 청설모의 개체수는 증가했다.  

 

그 가운데 인간에게 증오의 대상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청설모가 먹는 잣,밤,호두,도토리같은 견과류가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의 고급 기호식품이라는데 있다. 다람쥐와 달리 이 나무 저나무를 건너다니며 가장 좋은 열매만을 골라 먹는 청설모는 농사 짓는 입장에서는 골치아픈 존재다. 생긴것도 별로인데 하는짓 또한 사람에게 해를 끼치니 무조건 때려 잡아야 할 짐승이 되고 만 것이다.   청설모가 다람쥐를 잡아먹는다는 말도 이런 '악의'가 담긴 근거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밤이나 잣 같은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욕듣는 짐승이지만 참나무의 입장에서는 번식을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다.  

 

 

 청설모와 다람쥐는 같은 공간에 살지도 않는다. 서로 경쟁의 대상도 아니다.

청설모는 나무위에서 열매를 따 먹고 나무위에서 집을 짓고 새끼를 낳는다.

그에 반해 다람쥐는 청설모 만큼 나무를 잘 타지 못한다. 주로 땅에서 떨어진 열매를 주워 먹고 땅속에 새끼를 낳고 산다.

 

즉 생태적 공간과 먹이가 같은 두 종류는 같은 환경에서 공존하지 못함을 알기에 서로의 공간을 나눠 가진다.

 

 

생태적 지위(Ecological niche)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생활장소와 생활양식을 가진 두 개체군은 결코 한 장소에 살지 않는다.

만약 같은 장소에 사는 경우에는 먹이를 달리하거나 사는 곳을 달리한다.

예를 들어 나무에 사는 생물이라고 해도 잎을 먹는 개체와, 수피, 수액을 먹는 것은 서로 생태적 지위가 다르다.

생태적으로 같은 공간에 사는 딱따구리와 동고비의 예를 들면 딱따구리는 나무 밑둥 쪽에서부터 먹이를 찾아 올라가고, 동고비는 나무 위쪽부터 먹이를 찾아 내려 간다.

그리고 이른 봄에 경쟁을 피해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꽃이나 진달래 등은 다른 종들과 생태적 지위를 달리함으로서 공존의 방식을 찾은 것이다.

 

이렇게 자연의 미물도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사는 법을 아는데 

우리 인간은 어떠한가? 

 

북한산을  걷는 중에 과자를 하나 던져 주니 받아 먹는 청설모,

이 녀석은 어느정도 등산객들에게 길들여진 것 같다.

 

 

시커멓고 징그러워 보였던 청설모가 가까이서 보니 꽤나 귀여운 구석도 있다.

 

 

청설모와 다람쥐의 먹이가 되는 도토리와 알밤을 사람들이 주워가버리면서 이들의 겨울나기도 팍팍해져 버렸다.

 

청설모와 다람쥐는 겨울을 위해 도토리나 알밤을 땅속에 저장해 두는 습성이 있는데,

그 장소를 잘 잊어 버린다고 한다. 덕분에 땅속에 묻혔던 열매들이 이듬해 봄에는 싹을 틔운다고 한다.

자연은 이렇게 서로 배려 하며 공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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