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굴업도, 어쩌다 보니 네번이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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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업도를 네번이나 가다.

몇 달 전부터 계획된 굴업도 여행 입니다. 저는 이번이 네번째로 이제는 눈 감고도 굴업도 구석구석을 갈 수 있을것 같습니다. 굴업도를 가는 방법은 인천에서 배로 덕적도까지 간 뒤, 다시 굴업도로 가는 정기 여객선을 타야 합니다. 직항노선이 아닌 탓에 시간도 많이 걸릴 뿐 아니라 배를 두번씩이나 갈아타야 하니 여간 번거로운게 아닙니다. 그래서 쉽게 갈 수 없는 섬 인가 봅니다. 

배편도 그렇지만, 평일 하루 한번, 주말 두번 운행되는 덕적도-굴업도 정기여객선은 정원이 120명 밖에 되지 않아 원하는 시간에 표를 끊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달 전 부터 굴업도 여행 일정을 짜고 민박이며 배편이며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해운사 직원 말로는 한달 전부터 다음달 운항 스케줄이 잡히고 배표 예매가 시작 된다고 했는데 9월에 굴업도로 들어가는 배표는 거의 8월 20일 즈음에 운항스케줄이 잡혔습니다. 어쩔수 없이 매일 배표가 뜨기를 인터넷으로 알아보는게 지난8월의 아침 일과 였을 정도 였습니다. 어렵게 6명의 굴업도 왕복 배표를 예매했습니다. 가는표 12매, 오는표 12매 총 24장의 배편을 끊어야 했습니다. 짝숫날이었다면 주변 섬들을 한번씩 죄다 훑고 가야하지만 홀숫날인 덕분에 덕적도에서 문갑도만 경유하고 굴업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것도 운이라면 운이죠.

그리고 일행중 인천시민이 한 분 계신데 배삯이 평일 요금의 20%만 받더군요. 일반시민들도 지자체와 여객선사가 여객운임을 지원해 연 중 정상 요금의 50%에 배표를 구입할 수 있고요.  

굴업도 민박

배표를 구했다면 민박집을 잡아야 합니다. 굴업도에는 예닐곱 가구가 사는데 모두 민박을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장 밥맛이 좋다고 소문난 전이장님 민박 부터, 바다와 가까이 있는 장할머니, 현아민박, 고씨민박, 굴업 민박들이 굴업도의 마을 한 가운데인 다운타운에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그런데 한달 전 다운타운가의 민박들은 예약이 끝났다고 합니다. 

마지막 남은 민박은 다운타운가에서 산쪽으로 100미터 남짓 떨어진 산장민박으로 전화를 하니 방이 있으니 배표부터 구하고 다시 연락하라고 합니다. 

배표를 구하는데 온 신경을 쏟다 보니 좋은 민박집 예약이 한 발 늦었나 봅니다. 아니 한달 전이면 그렇게 늦은것도 아닌데 여름 성수기도 끝난 마당에 얼마나 빨리 예약을 해야 하는지 기가찰 노릇입니다.   

다시 전화를 돌려 혹시 취소분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이야기를 해 놓았지만, 굴업도로 들어가는 전날까지도 연락이 오지 않습니다. 별 수 없이 마지막으로 산장 민박에 전화를 해 예약을 합니다. 그나마 한댓잠 자지 않는 것만도 천만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 봅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배표도 구했고, 민박도 구했습니다. 날씨가 좋기만을 바랄 뿐 입니다. 

 

굴업도 백패킹

  굴업도로 향하다

드디어 굴업도로 떠나는 9월1일, 전날까지만 해도 잔뜩 흐린 하늘이 오늘따라 너무도 쾌청합니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은 이른 아침부터 서해 섬들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만원 입니다. 작은 등산배낭을 맨 사람부터 100리터가 넘는 박배낭을 진 사람까지, 그리고 낚시가방을 둘러맨 사람도 있고 외국인들까지 여럿 보입니다. 다들 기분 좋고 행복해 보이는 얼굴들 입니다. 

우리 일행은 인천에서 덕적도를 거쳐 다시 나래호를 타고 굴업도에 도착합니다. 아침에 떠난 배가 거의 점심이 지나서 굴업도에 도착합니다. 선착장으로 나온 산장민박의 1톤트럭에 올라타고 본격적인 굴업도의 속 살로 들어갑니다. 트럭 적재함에 올라탄 몇몇 사람들은 덜컹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아찔한 비명을 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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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업도 산장민박

선착장으로 마중나온 산장민박 주인장의 트럭을 타고 민박집에 도착합니다. 전이장님댁 조금 뒷쪽에 위치해 있는데 식당과 살림집이 있는 건물이 있고 그 위쪽으로 스치로폼 패널로 지어진 방들이 줄줄이 있습니다. 굴업도는 인원수에 상관없이 방1개에 무조건 5만원 입니다. 방2개를 배정 받았습니다. 나머지 예닐곱개 방은 가는날 까지 텅텅 비더군요. 

민박 주인장에게 저녁 식사 예약을 해 놓고 본격적으로 바닷가로 나갈 준비를 합니다. 조개잡는 호미와 갈쿠리도 민박집에서 빌립니다. 산장민박에서 굴업도 마을 중심가 까지는 불과 사오분 거리 입니다. 여기서 오분을 더 걸어가면 바닷가가 나옵니다. 

마침 간조여서 멋진 해식와가 있는 토끼섬에 가기로 합니다. 바다를 한참 걸어 토끼섬 가까이 가니 한 손에 묵직한 망태를 든 분이 지금 들어가면 못 나온다며 들어가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밀물이 시작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토끼섬은 다음 물때를 기다리기로 하고 본격적인 조개잡이 모드로 돌입합니다. 바닥을 아무리 뒤집어도 조개는 커녕 갯지렁이도 한마리 없습니다. 그러다 한 분이 손바닥 반 만한 조개를 한마리 캤습니다. 다들 환호를 하며 더욱 열심히 모래를 파 뒤집습니다. 그러기를 한시간.... 이 넓은 바닷가에 조개 한마리가 유일한가 봅니다. 모두 실망을 안고 바다로 입수 합니다. 바닷물은 심하게 적당한 온도여서 물놀이 하기에 안성마춤 입니다. 

한창 물놀이에 정신이 없을 즈음, 갈쿠리와 플라스틱 통을 들고 장화를 신은 아주머니가 한 분 두분 바닷가에 보입니다. 차림으로 봐서 마을 주민임이 분명 해 보입니다. 아주머니가 바닷가를 유심히 보더니 갈쿠리로 모래를 쓱싹 파고 뭘 주워 담습니다.  아까 우리가 잡았던 커다란 조개입니다. '모시조개'라고 합니다. 그리고 모래사장 움푹 들어간 곳을 파면 조개가 있다는 노하우까지 배웁니다. 지금까지 모래밭 구멍만 찾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조개잡이 비법을 배운 일행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모래사장을 지긋히 흘겨 봅니다. 웬걸 이게 이거고 그게 그거고 우리같은 초짜들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치만 조개의 존재를 알았기에 절대 그냥 갈 수 없다며 인해전술로 온 모래사장을 밭갈이 하듯 파 뒤집습니다. '소발에 쥐잡기'라고 정말 주먹반만한 모시조개들이 딱딱 하며 호미날에 부딪힙니다.  

여기도 한마리요~ 나도 한마리요~ 매끈하고 이쁜 모시조개들이 양파망으로 모여 듭니다. 힘들지만 댓가가 있기에 신나기만 합니다. 한 분은 바닷가 바위로 가시더니 한두시간만에 보말같은 고동을 한 망태나 따오십니다. 굴업도에서의 첫 끼니는 산해진미가 가득할 것 같습니다. 

산장민박에서 식사들

 오후 나절을 바닷가에서 놀다 저녁무렵에야 산장민박으로 돌아옵니다. 먼저 잡아온 모시조개를 굵은소금 한주먹 넣고 통에 담아 해감시킵니다. 그리고 굴업도에서 첫날 밤 특식으로 먹기 위해 커다란 오리 두마리를 준비했습니다. 오리를 잘 씻어 홍삼이며 감초, 당귀 엄나무같은 약초를 넣고 커다란 냄비에 푹 끓입니다. 민박에서 솥이며 부르스타며 모두 빌려 줍니다. 가스만 구입하면 됩니다. 

모시조개가 뻐끔뻐끔 모래를 토하고 오리백숙이 건강한 향을 내며 솥에서 잘 익어 갈 무렵 산장민박에서 저녁식사가 나옵니다. 잘 구운 조기새끼와 애호박 된장찌개에 갯바위에서 손수 뜯은 세모가시리와 돌김볶음, 묵나물까지 산해진미가 따로 없습니다. 여기에 우리가 준비한 보말과 오리백숙까지 밤이 늦도록 별빛에 취하고 한잔 술에 취하고 맛있는 음식에 취했습니다.

해감중인 모시조개

엄청나게 큰 생오리도 잘 씻어 줍니다.

기름이 많은 궁뎅이는 싹뚝 잘라야하고요.

오리 두마리에 양파 후추, 홍삼에 황기 등등 갖은 약초를 넣고 끓입니다.  

바위틈에서 따 온 보말고동입니다. 고동은 잘 씻은 뒤, 물이 한번 끓으면 약불로 5분간 뜸을 들인뒤 불을 끄면 됩니다.

산해진미 저녁 식사 입니다. 가운데 세모가시리 돌김 볶음은 귀해서 맛만 볼 정도만 나옵니다. 더 달래고 해도 안됩니다.

댓잎까지 넣어 두시간 동안 푹 끓여낸 오리백숙에 길에서 딴 부추추까지 곁들이니 그야 말로 환상 입니다. 

 

별이 쏟아지는 굴업도의 밤하늘 입니다. 비행기 궤적과 은하수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굴업도에서 가장 좋은 민박집

굴업도에서의 둘쨋날 입니다. 산장민박 앞 마을을 내려다 보는 커다란 팽나무가 아침 햇살에 반짝입니다. 그리고 팽나무 아래로 굴업도에서 가장 최신식 민박집인 숙이네펜션이 있습니다. 굴업도의 모든 민박이 가건물 이거나 오래되고 허름한 방들인데 비해 이 집은 최첨단 에어컨과 샤워실이 있는 민박입니다. 굴업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 입니다. 자세히 보니 최근에 만들어진것 같고 언제라도 떼서 들고 갈 수 있는 이동식 가옥형태 입니다.  

고육지책을 쓴 주인장의 심정이 대충 이해가 갑니다. 굴업도는 선착장 주변 부지를 제외한 모든 땅이 cj 오너가의 회사인  c&i 레저산업 소유입니다. 민박으로 한창 성업중인 전이장님 댁 부터 장씨, 고씨할머니집, 산장민박집 까지 마을의 모든 집이 cj소유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cj c&i 측으로 부터 이미 퇴거명령장 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관광객들이 아무리 밀려 와도 집을 보수하거나 새로 짓지 못하고 있는거죠. 

 

한달이 될지 일년이 될지 모르는 시한부 거주를 하고 있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손해볼 일은 하지 않겠죠. 그래서 택한 것이 이동식 소형펜션인것 같습니다. 

전날 해감해둔 모시조개입니다. 물 조금 넣어 김나게 폴폴 끓여내니 애간장이 녹아 내립니다.

아침은 황태해장국이 나왔습니다. 산장 아주머의 센스 있는 메뉴 입니다. 산장민박은 아저씨 혼자 관리와 운영을 한다고 합니다. 주말 같이 손님이 있을때만 덕적도에 사시는 아주머니가 들어와서 손님들 식사를 만든다고 합니다. 아주머니 인심도 좋으시고 음식 쏨씨도 좋습니다. 

단지 위치가 좀 변두리고 샤워장이 더럽다는것만 빼면 굴업도 다른 민박과 견줄만 합니다. 주인장 아저씨가 좀 더 청소를 잘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굴업도 동네 한바퀴

아침을 먹고 소화겸 동네 산책을 나가 봅니다. 동네라고 해 봤자, 몇가구 되지도 않습니다.

빨간지붕과 그 아래 흰색 슬레이트 지붕이 굴업민박 건물 입니다. 식사는 빨간지붕 할머니 방에서 먹는데 음료수나 술도 판매 합니다. 

마침 할머니가 고추를 말리고 계십니다. "할머니~ 한 십년전 쯤 여기서 자고 할머니 차려주신 밥도 먹었는데 아직 기억이 나네요"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 그래요" 라고 합니다. 여전히 정정하신 모습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굴업민박 앞에 있는 벽화가 멋진 고씨민박집 입니다. 이집 옆에 전이장님이 하시는 굴업도민박이 있고 여기가 굴업도의 중심가입니다.

바닷가 솔밭 바로 앞에 현아 민박이 있습니다. 위치로만 보면 최고의 민박입니다. 

바닷가 솔밭에는 낮은 의자들이 놓여 있습니다.

컨테이너 매점이 새로 생겼네요, 아이스크림도 팔고 직접 내린 아이스아메리카노(3,000원)도 팝니다. 

무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빙과류들

마치 캠핑장 매점같이 없는것 빼곤 다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매점 앞 솔밭이 캠핑장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특히 해수욕을 할 수 있는 계절에는 개머리 언덕으로 올라가지 않고 해변가 솔밭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많이 하네요. 깨끗한 화장실도 있고 수돗물이 나오는 개수대도 있고 매점까지 있으니 유료 캠핑장 보다 훨씬 낫습니다.

문을 열면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닷물이 보이는 멋진 별장 입니다.

개머리 언덕에서 하룻밤을 보낸 외국인 커플도 솔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이날 솔밭에서 본 텐트들이 족히 20여동은 되어 보입니다.  

자주색 꽃이 피는 순비기 나무가 해변에 지천 입니다.

굴업도 탐방

오늘은 본격적으로 굴업도의 속살을 들춰볼 생각입니다. 오전에는 굴업도의 상징인 개머리언덕으로 가 봅니다. 그리고 물때가 맞다면 토끼섬 해식와를 보고 점심 식사 후에는 덕물산쪽 코끼리 바위를 가 볼 생각입니다.

마을을 통과해 텐트가 즐비한 해안 솔밭길을 지나면 개머리 언덕으로 갈 수 있습니다.  

cj c&i 레저산업에서 새로 입간판을 달았네요. 작년 굴업도 화재로 산림훼손이 나서 입산 전면 금지하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다고 합니다. 십년전이나 지금이나 그냥 패스 합니다.    

개머리 언덕으로 가는 첫번째 언덕에서 내려다본 굴업도의 풍경 입니다. 반듯하게 이어진 큰말 해수욕장과 그 끝으로 물에 끊긴 토끼섬이 보입니다.

이제 막 수크령이 강아지 털 같이 보송보송한 삭을 틔우고 있습니다.

개머리 언덕으로 올라가고...

개머리 언덕에서 내려 오고...

모두 같은 풍경에 비슷한 감정을 느끼겠죠.

백패킹 하는 분들을 반대하는 방해요소들도 꽤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북한산 우리령 사람들은 좋아하는 단체이기도 합니다.

일요일 오전을 느긋하게 즐기는 백패커들을 보니 다음에는 텐트를 지고 와야 겠습니다.  

굴업도 개머리 초원에는 대형 풀무지와 팥중이 방아깨비들이 엄청나게 많이 살고 있어요.

개머리 언덕이 코앞에 다가 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수크령은 개털쯤 봐야 겠습니다.

새들이 살고 있는 곳 인가 봅니다.

새는 보이지 않고 꽃무지풍뎅이가 보입니다.

엄청나게 큰 풀무지와 방아깨비도 잡아봅니다. 섬에 고립된 탓에 육지보다 몸집이 심하게 크다고 합니다.

굴업도 네번째 방문에 만난 코끼리 바위 입니다. 기괴한 모습이 마치 맘모스의 화석같기도 합니다.  

코끼리 바위도 썰물때면 물에 잠기나 봅니다.

연평산에서 덕물산을 잇는 낮은 언덕위에 부숴진 건물이며 오래된 집터들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과거 민어가 떼로 잡히던 시절, 민어잡이 배를 따라 굴업도로 몰려든 사람들이 불야성을 이루던 곳의 흔적 들이 여전히 역력합니다. 

찌릿한 전기가 지났을 법한 낮은 전봇대가 줄줄이 꼿힌 목기미 해변, 가벼운 발자욱을 남기며 선착장으로 걸어 갑니다. 선착장에는 굴업도에서의 1박2일을 보낸 많은 여행자들이 입가엔 미소를 지으며 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굴업도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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