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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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청평사를 가운데 놓고 오봉산과 마주보는 봉화산을 가야한다. 소양댐 선착장에서 배를 탄다. 청평계곡에서 하선하여 오른쪽 돌고도는 아스팔트를 따라 한시간 두시간을 하염없이 가더보면 입구를 알리는 희미한 리본이 달려있다. 이곳에서 봉화산 산행이 시작되는데 찾기도 어렵다. 좁게 난 길을 따라 길인듯 아닌듯 고개를 꺄웃그리며 일단 가본다. 얼마나 갔을까 봉우리 비슷한 지점에 도착한다. 조망도 되지 않는다. 주위엔 잡풀과 나무뿐이다. 구석에서 뭔가 나부낀다. 리본이였다. 리본에는 '봉화산정상'이라는 글귀가 쓰여있다. 기가찼다. 반대로 난 하산길을 따라 내려간다. 중간에 길이 끊어졌다. 그냥 무조건 내리막으로 간다. 중간중간 미끄러운 얼음과 눈밭이 나오며 또 허벅지까지 빠지는 낙엽지대도 나온다. 인기척에 놀란 멧돼지 한마리가 줄행랑을 치기도 한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옷이며 얼굴이며 엉망이다. 잡풀지대를 뚫고 왔으니 어련하겠나. 끝내 마을에 발을 디딘다.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부귀리라는 동네였다. 날은 어두워지고 있다. 군데 군데 집도 보인다. 그러나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다. 불켜진 한 농가를 찾아가 교통편을 물어보니 없단다. 해는지고 차는 없고 무작정 면소재지가 있는 곳까지 걷는다. 세시간을 걸었는지 네시간을 걸었는지 감각이 없다. 멀리 반갑게 면사무소와 불빛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201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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