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아이와 함께 가볼 만한 전시,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전
이른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와 함께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으로 열리는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전을 관람했습니다.
리히텐슈타인이라고 하니 팝아트의 거장이 생각나는데 현존하는 국가 이름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됐습니다. 리히텐슈타인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있는 나라로, 우리나라 서울의 1/4 크기의 나라 라고 합니다. 세계에서는 여섯 번째로 작은 나라로 인구가 4만 명 조금 안되는데 1인당 GNP가 10만달러를 넘고, 국민들은 납세와 병역의 의무가 없는 것도 모자라 빈부격차, 범죄, 실업자가 없다고 합니다. 기업들 또한 세금을 면제 받거나 거의 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작은 소도시 정도의 나라가 왜 이렇게 부유할까 라는 의문이 드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나라의 국가 원수를 '대공'이라고 부르는데 , 이 대공 가문이 유럽 군주들 가운데 재산이 8조원이 넘는 부자라고 합니다. 국가의 모든 예산을 대공 가문이 부담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부를 누리기만 하면 되는거죠. 이 나라에 태어난 그 자체가 축복이지 않을까요?
리히텐슈타인 왕가는 유럽의 수 많은 왕가 사이에서 12세기 부터 혈통이 끊이지 않고 지금까지 가문의 역사를 지켜오며 지속적으로 '왕실컬렉션'을 조성해 왔으며 이번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왕가의 기원을 보여주는 문헌자료와 무기, 화려한 생활용품, 바로크 시대의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전 입니다.
절대주의 시대 유럽 왕가의 보물을 보여주는 전시는 내년 2월 10일까지 열리므로 이번 겨울방학에 아이와 함께 가 보면 좋을것 같습니다.
세계역사와 지도, 특히 유럽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 꼬마에게 리히텐슈타인 전시 어떻냐고 물어보니 밖에 나가기 싫어 하는 녀석이 선뜻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미 리히텐슈타인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더군요. 로마제국이 어쩌구 오스트리아가 어쩌구 저쩌구 알아 듣지도 못하는 역사를 줄줄 풀어 내더군요.
리히텐슈타인 왕가
리히텐슈타인 가문은 1136년 오스트리아 빈 인근 리히텐슈타인 성에서 가문을 열었고, 이후 오스트리아 동쪽을 근거지로 800년 동안 살아 왔지만, 제2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하면서 귀족의 영지와 재산을 몰수당해 프란츠 요제프 2세 대공은 서쪽으로 600km나 떨어져 있는 지금의 영토로 이주 하게 됐습니다.
리히텐슈타인은 세습 입헌군주제로 대공이 국가 원수를 맡는데 대공은 입법 사법 행정 외교 등 국정 전반에 걸쳐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통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3년에는 헌법을 개정해 의회를 해산할 권리와 법안을 거부할 권한까지 가졌다고 합니다. 이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바탕에는 엄청난 재력으로 국민을 잘 먹고 살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특별전이 열리는 국립고궁박물관은 경복궁내에 위치 하고 있습니다. 주차는 경복궁 주차장을 2시간에 3천원으로 저렴하게 이용하면 됩니다.
리히텐슈타인 공국에 대한 설명부터...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사이 산악지대에 위치한 작은 나라
12세기 가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15명의 대공의 초상화입니다. 초상화를 가까이서 보니 붓 터치의 디테일까지 보입니다. 전시된 모든것이 진품이라고 합니다.
리히텐슈타인을 독립시킨 요한 2세 초상
카를 에우제비우스 1세 대공이 1636년 직접 주문 제작한 '마이앵크루그'(뚜껑달린 병)으로 연수정 덩어리를 구입해 유명한 보석 세공사에게 의뢰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1719년 리히텐슈타인 공국의 성립을 카를 6세 황제로부터 인정받은 문서,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6세 황제가 파두츠와 셀렌베르크를 합쳐 리히텐슈타인 공국으로 승격한다는 내용의문서라고 합니다. 파두츠와 셀렌베르크는 현재 리히텐슈타인의 영토인데 1719년 정식으로 공국이 성립된 것은 싱성로마제국이 붕괴되고 독일 연방이 해체된 이후 공국이 자주권을 지킬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합니다.
1520년경 오스트리아 제벤슈타인 성의 무기고에 보관되어 있던 갑옷이라고 합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양식에 따라 조화로운 비례로 제작됐고 가슴 가리개와 넓적다리 가리개 등 갑옷을 구성하는 각 부분은 못이나 끈을 사용해 연결했다고 합니다. 표면에는 세로로 주름선을 넣었는데 이는 1500년대 초반에 유행한 양식이라고 합니다.
풍차를 향해 돌격하던 돈키호테와 산초스가 생각나는 갑옷입니다. 이 갑옷은 혼자는 절대 입을 수 없어서 꼭 하인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갑옷과 투구, 창과 대포같은 전쟁무기들이 단순히 무기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예술작품입니다.
전쟁무기에 관심이 있는 꼬마
총 5부로 구성된 전시의 2부는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생활과 미술품이 전시된 공간으로 궁전의 그림과 그곳에 사용하던 화려한 가구를 소개합니다.
유럽 왕가의 화려한 가구들 입니다. 화려함의 극치가 눈앞에 있더군요.
색깔있는 돌을 짜 맞춰 장식한 석상감인 '피에트라 두라'기법으로 장식한 함
한땀 한땀 금실로 수를 놓은 왕실 남성의 연미복과 자수쪼끼
알로이스 1세 대공비를 아름다운 여신으로 묘사한 '카롤리네 대공비의 초상' 입니다.
1705년경에 제작된 교회의 주요 축일을 알려주는 만세력 이라고 합니다. 금 세공사이자 제도사, 동판화가인 요한 안드레아스 텔로트가 제작한 만년 달력, 액자 상단 모서리의 부조와 한단 중앙의 메달리온에 회전이 가능한 은제 판을 달아 만년력의 기능을 부여하고 상단 왼쪽의 판에는 날짜를 새기고 상단 오른쪽의 판에는 달의 위상변화를 새김, 하단의 원판에는 주요 교회의 축일과 황도 12궁, 각 월의 라틴어 명칭을 새겼다고 합니다.
2층 왕가의 도자기 전시실로 올라가는 입구에 있는 아이스그룹 궁전의 도서관 계단 사진. 라임나무와 떡갈나무를 섬세하게 조각해서 만든 나선형 계단은 뭐라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움 그 자체 입니다.
세번째 전시관에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빈 황실도자기공장에서 제작해 리히텐슈타인 왕가가 수입해 사용한 다양하고 아름다운 장식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만찬에 사용된 식기들
화려한 금장식 무늬들의 다기들
전시 네번째는 리히텐슈타인 왕가의말 사육과 사냥에 관한 전시이비다. 유럽 귀족 사회의 특권이었던 말 사육, 사냥, 총기와 관련한 그림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개머리판 장식과 정교함에 놀랍니다.
상아재질인듯한 석궁은 유럽 귀족의 화려함을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사냥에 쓰였던 칼과 석궁들
말과 사냥에 관련된 미술품
다섯번째 전시는 리히텐슈타인 대공의 미술품 수집과 후원을 주제로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역사와 함께한 예술적인 소장품들이 전시되는제 주로 르네상스 매너리즘과 바로크 시대의 회화와 조각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아시리아 군의 진영으로 들어가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어 온 유대인 과부 유디트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입니다. 1613년작
세례 요한의 얼굴을 새긴 접시
전시는 2018년 12월 5일 부터 시작돼 2019년 2월 10일까지 계속됩니다. 시간 되실때 아이들과 함께 고궁 나들이 삼아 화려한 유럽 왕실의 애장품들을 관람 하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입장료는 무료 입니다. 전시를 마치면 고궁박물관 바로 뒤에 있는 경복궁 영추문이 43년만에 개방 됐다고 하니 한번 둘러 보면 좋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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