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MC송해 선생님의 추억이 있는 송해길
며칠 있으면 故송해 선생님의 49재가 되는 날 입니다. 저는 2019년 울릉도 도동항에서 열렸던 '전국노래자랑'을 딱 한번 본게 전부 입니다. 그때 국민MC 송해 선생님을 먼 발치에서 본 적이 있었죠.
평생을 청춘으로 사셨다 97의 나이로 돌아가신 송해선생님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낙원동 송해길로 떠나 봅니다. 송해 선생님인 낙원동에 '원로 연예인 상록회' 라는 사무실을 열고 매일같이 출근하셨다고 합니다. 이 사무실은 원로 연예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곳인데 이런 이유로 종로2가 육의전 빌딩에서 부터 낙원상가까지 240미터 구간을 2016년 '송해길'로 지정했다고 합니다.
송해길 곳곳에서 그가 자주 갔었던 단골식당이며 술집이며 가게들이 그의 사진이며 케릭터를 걸고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송해길 곳곳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송해선생님의 웃음띤 얼굴들을 보다 보면 시간이 8090년에 멈춘듯한 기분이 듭니다.
종로2가 육의전 빌딩앞 송해길 입구
송해선생 흉상
탑골공원 담장길
탑골공원은 오래전부터 노인들의 아지트 였습니다. 공짜 지하철이 닿는 서울과 수도권 노인들이 맘 편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탑골공원 담벼락에는 장기판이 벌어지고 맞은편 에는 저렴한 대폿집과 국밥집이며 이발과 염색집까지 있어 적은 돈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노인들의 천국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노인들이 탑골공원 돌담길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크고 좋은 노인복지센터가 있는데 그곳에는 다양한 교육과 동아리 모임을 통해 노후를 아주 활기차게 보내시는 노인들이 많은데 상당히 대비가 됩니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몸바쳐 돈만 벌다가 나이 들어 놀 줄도 모르고 이렇게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 다니며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들이 씁쓸합니다.
이발염색이 6천원이면 엄청나게 저렴한 편입니다.
국밥한그릇 3천원, 소주 한병 3천원에 하루가 즐겁고, 염색 6천원에 한달이 기분좋은 곳입니다.
장기천국지상낙원, 탑골공원과 허리우드극장 일대는 노인들의 파라다이스 입니다. 동시대를 살아왔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고 마음이 통하고 말이 통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장기 삼매경에 훈수도 빠질 수 없죠.
이 분들 세대들이 돌아가시면 탑골공원에 장기 두러 나오시는 분들이 있을까요? 스마트폰 속에 장기며 바둑이며 없는게 없는 세상인데 말입니다.
여기 계시는 분들이 대부분 스마트폰이 아닌 2G 휴대폰을 사용하고 계시더군요. 탑골공원은 아날로그 시대를 대변해 주는 곳 입니다.
허리우드 극장으로 가는 국밥집은 20년이 지나도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입니다.
요즘에는 보기 힘든 어름 가게도 있습니다.
허리우드 극장 아래, 젊은 송해와 미모의 마릴린먼로의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전국노래자랑의 송해 선생님
신발가게에도 송해 선생님의 사진이 붙어 있습니다.
60년 전통 송해의 집이라는 간판을 단 원조 소문난집 입니다. 간판이 좀 어수선합니다. 송해의 집이 상호인지, 소문난집인지 아니면 소문난집국밥전문이 상호인지...
원래 이 집은 송해의집이라는 간판을 달기 전부터, 아주 싼 가격에 국밥을 파는 집으로 유명한 식당 입니다. 저도 아주 오래전에 한두번 갔던 기억이 있는 식당이기도 하구요.
입구에는 우거지해장국이 커다란 양은솥 안에 한솥 가득 있습니다. 이식당 메뉴는 우거지 해장국 하나 입니다.
백년은 쓰고도 남을법한 커다란 괴목 테이블이 있는 식당 내부 입니다.
우거지 해장국과 공기밥, 깍두기의 단촐한 메뉴 입니다. 원래 2,000원 이었다가 6.1일 부터 2,500원으로 인상됐다고 합니다.
우거지 잔뜩, 국물은 그냥저냥 밍숭맹숭합니다. 송해선생님의 단골집이었다니 먹어 봅니다.
조각 두부도 하나 들어 있습니다. 고기는 없구요.
밥을 쑥쑥 말아서 먹습니다. 별다른 맛은 없네요...
해장국 한그릇에 소주 한병, 송해 슨상님을 떠 올려 봅니다.
한때 한달에 몇번씩은 갔었던 마산아구찜이 아직 그대로 입니다. 반가운 식당입니다. 이 식당 안에도 송해 선생님의 사진이 있었던 것 같은데 다음에 확인해 봐야 겠습니다.
지금 종로 일대는 재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역사와 전통들이 깡그리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피맛골이 사라졌고, 인사동도 과거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리고 세운상가 일대도 재개발이 진행중입니다.
송해 선생님처럼 과거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듯, 과거의 추억들 까지 사라져 가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이런 추억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화려하고 번듯한 새 건물들과 새로운 사람들이 과거의 사람들을 대신하겠죠. 세월은 그렇게 또 흘러 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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