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람 후기
요즘 효도관광 1순위가 '청와대 관광'라고 합니다. 어머니가 다니시는 복지관에서도 '청와대 관광'은 주요 관심사 인가 봅니다. 청와대 개방과 함께 청와대를 보고 싶으시다는 어머니의 요청을 받았습니다. 아들 된 도리로 열심히 신청을 했습니다. 저와 와이프 따로 3번씩 총 6번을 신청했지만, 결과는 모두 당첨실패였습니다.
이렇게 신청이 되지 않으니 어머니는 "2만원짜리 관광도 있고 5만 원짜리 관광도 있다더라"라고 합니다. 복지관 사람들이랑 관광버스를 타고 청와대 관광을 하고 점심도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기다려 보소! 2만 원 5만 원짜리 관광이 뭐 제대로 된 관광이겠소, 고생만 할 거요'라며 달랬습니다.
그러다 얼마 후 청와대 관람이 추첨제에서 선착순으로 바뀐다는 말을 듣고 적당한 날을 골라 힘들지 않게 신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어려웠던 청와대 관람이 이렇게 쉬울수가 있다니 그간 신청하고 추첨 결과에 마음 졸였던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뙤약볕 속 청와대 관람 후기
전날 올라오신 어머니와 청와대로 향합니다. 청와대내에는 주차를 할 수 없기에 청와대와 가장 가까이 있는 신교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했습니다. 만차여서 십 분 정도 기다린 것 같습니다.
청와대 관람은 출입할 수 있는 문이 세곳에 있습니다. 영빈관이 있는 영빈문과 청와대 본관이 있는 정문, 그리고 춘추관이 있는 춘추문입니다. 우리는 주차장과 300미터 떨어진 영빈문으로 들어갑니다.
주차장이 있는 신교동 사거리에서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 좌우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문대통령 계실때만 해도 이곳은 길가 주차는 커녕 경찰들의 삼엄한 경비가 있던 길이었습니다.
대구에서 올라온 이 버스는 청와대며 경복궁, 인사동, 북촌까지 둘러 보는 관광패키지 인가 봅니다.
드디어 나온 영빈문 앞 입니다. 관람은 9시부터 6시까지, 입장마감은 5시 50분이라고 합니다. 만 65세 이상이나 장애인,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오전, 오후 500명씩 현장신청도 받나 봅니다.
입장은 정문에서 예약 정보가 있는 바코드를 보여주면 통과 할 수 있습니다. 관람예약시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민등록증 같은 것도 안보더군요.
드디어 청와대 입성 했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엄청나게 길게 줄 선 사람들입니다. 줄을 서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늘 한점 없는 뙤약볕에서 고민을 합니다.
한 시간 이상 긴 줄을 섭니다.
더위속에서 줄 서 있는 한시간 동안 양산에서 오신 어떤 분이 쉬지 않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험담하는 말을 합니다. 나이가 원래 나이보다 몇 살이 더 많고, 아버지가 북한군 장교였고, 어머니는 친어머니가 아니라는 둥... 사실인지 아닌지 모를 문재인 대통령의 가정사를 한 시간 가까이 들어야 했습니다.
영빈관은 국빈방문때 만찬을 하는 행사장입니다. 1층은 접견실, 2층은 만찬장입니다. 영빈관 관람은 덧신을 신고 들어갑니다.
관람은 1층으로 제한됐습니다. TV에서 자주 보던 곳이죠, 근사한 샹들리에와 봉황문양이 멋있는 곳입니다.
다음 관람은 청와대의 본관으로 북악산 아래 푸른기와집이 멋진 건물입니다.
이곳 역시 줄이 만만찮습니다. 그리고 양산은 무조건 필수입니다.
가운데 청와대 본관을 중심으로 좌우로 대통령 집무와 외빈 접견등을 위한 건물이 있습니다.
청와대 앞마당에는 헬리포터가 있습니다. 대통령전용 헬기가 뜨고 내리는 곳입니다.
폭염경보가 내린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씨에 아이는 짜증이 납니다. 챙이 큰 모자나 양산은 필수입니다.
본관 역시 덧신을 신고 들어갑니다.
본관은 1,2층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TV에서 보던 대통령 집무실의 모습입니다. 여기가 비서관들이 있는 비서동과 거리가 멀다고 대통령과 소통이 되니 안되니 말이 많았던 그 집무실입니다. 그런 것 때문에 윗대 몇몇 대통령은 비서동에 따로 집무실을 설치해서 집무를 옮겨가며 보곤 했습니다. 그리고 문제인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집무를 비서동에서만 보고 이곳은 국무회의나 귀빈방문 시에만 사용했다고 합니다.
여기는 내외빈과의 간담회가 열리는 장소입니다.
관람동선은 2층에서 다시 1층으로 내려옵니다. 미술관에 온 것 같은 풍경입니다.
영부인의 집무실인 무궁화실입니다. 안내판 아래에 '지난 5월 10일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는 별도의 영부인 관련 전용 공간은 없다.'라는 글은 왜 적어 놨을까요?
무궁화홀의 모습입니다. 이때, 옆에 어떤 사람이 " 대통령 부인이 이런 공간이 왜 필요해"라며 입에 거품을 뭅니다. 차마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상스럽습니다.
역대 영부인들의 초상화입니다.
사진만 놓고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부인 사진이 가장 눈에 띄더군요.
무궁화 문양의 황동 문고리입니다.
본관을 나서는데 지금은 쓸모없이 창고가 되어 버린 검색대가 애처롭네요.
본관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남산과 높은 빌딩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두 사람은 더위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고 어머니는 즐거운 표정입니다.
다음 관람코스인 대통령 관저로 가는 길에서 본 불이문입니다. 이 석조문은 창덕궁 후원에 있는 문을 그대로 복사했나 봅니다.
본관에서 미남불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지금은 지키는 이 없는 초소를 지나 청와대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약간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합니다. 본관에서 미남불까지는 260미터 약 10분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미남불에서 오운정까지는 50미터 2분, 오운정에서 관저까지는 200미터 8분이 걸리는 총 거리 510미터의 20분이 소요됩니다. 그다지 볼 건 없어서 그냥 패스해도 무리 없을 것 같습니다.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이라는 이름의 불쌍입니다. 석굴암 본존상을 계승해 9세기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본래 경주에 있던걸 1913년경 서울 남산, 왜성대 총독관저에 놓았다가, 1930년대 총독관저가 지금의 청와대 자리로 이전하면서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됐다고 합니다.
한국 불교조각 중 가장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아름다움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대통령 관저 지붕과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그 앞으로 세종로가 곧게 뻗어 있고 남대문과 대우빌딩, 그 뒤로 관악산이 보입니다.
미남불이며 오운정은 딱히 볼 게 없지만, 그 길에서 보는 경복궁과 세종로, 그 주변 건물들을 볼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5색 구름이 드리워 마치 신선이 노는 곳과 같다는 의미의 '오운정'입니다. 앞의 소나무가 조망을 가려 그다지 볼 건 없습니다.
오운정에서 관저로 내려오면 시원한 연못이 나타납니다. 더위에 발을 담그는 아이들이 있어 시원해 보입니다.
대통령 관저로 사용됐던 관저의 정문인 '인수문'입니다.
관저 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고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관람해야 합니다.
거실로 쓰였던 문 앞에는 의자와 협탁이 놓여 있습니다. 대통령 내외분이 나란히 앉아 계시곤 했던 자리 같습니다.
벗겨진 기둥.. 아무리 사저라고 하더라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 생활하시던 집인데 기둥이며 문틀이며 빛바래고 낡고 벗겨진 모양이 좀 그렇습니다. 한 무리의 관람객을 데리고 다니는 어떤 이는 이 큰 궁궐을 두 사람이 섰다며 빈정 대며 이야기합니다. 마치 태극기 부대 사이에 있는 느낌입니다.
대통령 떠나시고 아무도 없으니 화단에는 잡초며 화초들이 하늘높이 쭉쭉 자라납니다.
금색 봉황이 붙은 철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어 봅니다.
관저에서 몇 걸음 내려오면 침류각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나타납니다. 거리는 순식간으로 짧습니다. 청와대를 짓기 전부터 경복궁 후원에 있었던 1900년대 초의 사가라고 합니다. 궁궐에 단청을 칠하지 않은 사가형태의 전각들이 여럿 있죠, 그중에서 하나 인가 봅니다.
흐르는 물을 베개 삼은 침류각, 혹시 은퇴한 노상궁이 머물던 전각일까요?
대통령 관저를 나와서 얼마간 내려가면 나무그늘이 드리워진 숲이 나타납니다. 그 사이로 계곡 연못에 더위에 치친 관람객들이 앉아서 다리 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땡볕이었다가 갑자기 숲 속 그늘이 나타나니 불지옥에서 천당에 온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내려오면 청와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인 녹지원이 보이고, 그 녹지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멋진 한옥이 나타납니다. 국내외 귀빈에게 우리나라 전통 가옥 양식을 소개하거나 의전행사, 비공식회의 등을 했던 장소라고 합니다. 외국에서 온 사신들이라면 감탄하고도 남았을 것 같은 환경입니다.
상춘재 앞마당에 노무현, 권양숙 전 대통령 내외분이 식재한 동백나무가 보입니다. 서울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 남부지방 나무인데 건강하게 살아 있는 게 신기합니다. 3월에는 꽃이 필까 궁금하네요.
상춘재에서 내려다 보이는 청와대 녹지원입니다.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나무가 170년 반송이라는 소나무입니다. 보통 소나무와 달리 반송은 침엽수임에도 활엽수처럼 줄기가 여러 개 올라오는 특징이 있습니다.
어린이날이면 아이들을 초청해서 행사를 하던 곳이 바로 녹지원 잔디 마당입니다.
녹지원 옆으로 졸졸 흐르는 실개천이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
녹지원 옆 아름드리 회화나무도 볼만합니다. 엄청나게 넓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고요하던 청와대 연못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은 하루아침에 소란스러운 인파의 구경거리로 전락해 버렸네요.
춘추관은 기자들 있는 장소라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 패스하고 다시 본관으로 돌아와 청와대를 빠져나갑니다.
입구에서 아주머니들이 '미군철수반대' 서명운동을 받고 있네요, 주사파 문재인, 간첩 문재인이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둥... 안 그래도 청와대 안에서 태극기 부대원들에게 귀가 따갑게 문재인 대통령 욕을 들었는데, 여기서 화룡점정을 박습니다.
이 사람들 뭐 하는 사람들일까요? 애국심이 대단들 합니다.
서명하는 사람들도 줄을 잇습니다. 머지않아 천만 서명 달성하겠습니다.
주사파, 노동당, 북한, 자유통일.... 대한민국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 도대체 어떤 대한민국을 세워야 하기에 이러는 것일까요?
국민 품 청와대 관람 후기
오늘 돌아본 청와대는 생각보다 넓지도 않고 웅장하게 크지도 않고 볼거리도 별로 없는 박물관에 다녀온 느낌입니다. 하지만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12명의 대통령이 거쳐간 대한민국 권력의 상징이었죠,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허리에 권총을 찬 경비대가 두 눈 부릅뜨고 지키던 곳, 하물며 청와대 경내는 특별한 목적이 없는 한 감히 갈 수도 없는 국가 최고의 보안 구역이었죠.
그랬던 곳이 이제는 공허함만 감도는 빈 집이 되어 동네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됐습니다. 지금 청와대를 관람하는 사람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 만을 떠 올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살던 집,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생활하던 관저까지 샅샅이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그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증오와 적개심으로 험 한 말들을 쏟아냅니다. 청와대 개방이 전 대통령을 망신 주려고 했던 의도라면 꽤나 성공한 것 일 수 도 있습니다. 과연 청와대가 국민의 품으로 들어온 것일까요? 국민의 욕받이로 전락한 걸까요?
청와대 한 바퀴에 마음이 급 상해버린 하루입니다. 지금은 가지 마세요, 온통 태극기 성조기에 어버이연합들 사이에 낀 느낌입니다.
국민이 성숙해야 국가가 성숙할까? 국가가 성숙해야 국민이 성숙할까요? 한동안은 한숨만 나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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