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애벌레의 달, 봄의 기운과 함께 나무에 연초록 새싹이 돋아나면 세상의 모든 애벌레들이 알에서 깨어납니다. 애벌레는 나비나 나방 같은 나비목 곤충의 유충으로 번데기가 되기 전의 미성숙한 시기를 말합니다.
애벌레가 깨어나는 이 때를 기다려 새들도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습니다. 따뜻해진 온도와 애벌레 같은 단백질원이 풍부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 산에는 딱새나 곤줄박이 딱따구리 같은 텃새들이 애벌레들을 한 줌 물고 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새들은 애벌레이 가장 큰 천적 이기도 합니다. 딱따구리는 하루에 애벌레를 800마리나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지구 생태계의 가장 밑바닥에서 다른 동물들을 살찌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 곤충이기도 합니다.
애벌레는 위장술의 명수
작고 보잘것 없어 보이는 애벌레들은 천적으로부터 마냥 잡아 먹히기만 할까요?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듯, 지구상 모든 생명들처럼 애벌레들도 천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그들만의 전략을 가지고 있답니다.
애벌레 같은 최하위 피식자는 '의태'가 가장 기본적인 생존전략입니다. 의태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어떤 생물이나 무생물의 모양이나 색, 행동을 비슷하게 하므로 천적으로 자신을 지키는 현상입니다.
의태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는 '은폐의 의태'와 자신을 드러내는 '경계의 의태'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은폐하는 의태 곤충으로는 나뭇가지로 변장하는 대벌레나 나뭇잎색이나 수피색으로 변장하는 자나방 같은 애벌레가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제비나비 애벌레나 주홍박각시,멧누에나방 등의 애벌레는 새의 천적인 뱀으로 자신의 몸을 모방합니다. 몸에 뱀의 눈을 만들어 새들의 공격을 차단함으로 '경계의 의태'의 생존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3차원을 이용한 생존전략
요즘 산에 가면 등산로에 자벌레가 가느다란 실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자벌레는 사람들 등에 올라타서 한자 두자 석자 길이를 재며 머리까지 올라가곤 하죠. 이렇게 자벌레가 허공에 매달려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벌레가 허공에 매달려 있는 이유는 다양한 생존전략 중에서 가장 고차원 적인 3차원을 이용한 전략이라고 합니다. 2차원 즉, 나뭇잎이나 나무 수피에 있는 애벌레는 쉽게 새들의 먹이가 되지만, 3차원인 허공에 떠 있는 애벌레는 새들이 넘볼 수 없다고 합니다. 양력을 이용해서 하늘을 나는 새들에게 허공에 매달린 먹잇감은 먹기가 어려운 것을 애벌레들이 알았나 봅니다. 3억 5천만 년을 진화하면서 만들어낸 성공적인 생존 전략입니다.
애벌레 생존전략
그리고 호랑나비 애벌레는 운향과 식물인 귤나무, 탱자나무, 산초나무 등에 알을 낳습니다. 운향과 식물을 갉아먹고 자라는 호랑나비 애벌레는 어릴 때는 새똥으로 변장하기도 하고 5 연령이 되면 취각이라는 뿔을 만들어 알싸한 냄새를 풍겨 천적으로부터 공격을 피합니다.
무시무시한 쐐기침으로 몸을 무장한 밤나무산누에나방, 무서운 모습과 달리 쐐기침은 이미테이션이라고 합니다.
나무들의 생존전략
애벌레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갉아 먹히기만 하는 나무들의 생존전략을 어떨까요? 봄철 연한 잎은 애벌레들이 먹기에 너무 좋습니다. 하지만 6월이면 나뭇잎이 질기고 딱딱해집니다. 또는 예리한 섬모와 가시를 만들기도 하고 박주가리처럼 하얀 독을 만들어 애벌레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생존전략을 가집니다.
지구나이 46억년 중 곤충은 4억 3천만 년 전에 출현했다고 합니다. 인류의 역사가 고작 2~3백만 년인 것에 비해 곤충은 상상할 수도 없는 오랜 시간을 지구와 함께 해 왔습니다.
먹이사슬의 가장 높은 곳에서 지구를 갉아먹는 인간과 달리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애벌레는 새들을 살찌우고 자연을 먹여 살리는 가장 작지만 큰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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