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하와이에서 본 야생닭
하와이에서도 괌에서도 태평양 어느 섬에서도 야생 닭들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누가 밥을 주지도 않는 것 같은데 자기가 알아서 밥을 찾아 먹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처음 하와이에서 닭을 봤을때만해도 근처 집에서 풀어놓고 키우는가 보다 했는데, 어디를 가나 이런 닭들의 모습이 목격됩니다.
반짝이는 깃, 날렵한 몸매, 위풍당당한 걸음은 관상용 조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집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원래 사육됐던 닭이었는데 우리를 탈출해 빠삐용 닭으로 사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종류의 개체를 동물학에서는 "feral"이라고 부르며, 야생닭은 'feral chicken', 길고양이는 'feral cat'입니다.
닭장을 뛰쳐 나온 야생닭들은 따뜻한 기후와 풍부한 먹이 환경에서 사람이 잡아먹지도 않으니 천적까지 없어서 천수를 누리고 사는 것 같습니다. 괌과 하와이의 태평양 섬은 닭들의 유토피아이며 무릉도원이자 지상낙원입니다.
마당을 나온 암닭
괌여행 중, 아침 일찍 러닝을 하러 호텔을 나섰을 때입니다. 주차장을 잠깐 벗어난 길가 풀숲에서 족히 스무 마리는 되는 닭들이 모여 있습니다. 수탉은 늠름했고, 암탉은 통통하면서 우아했으며, 병아리는 통통 튀는 듯 걸어 다니는 모습이 정말 자유분방하고 멋져 보였습니다.
사육 닭과 달리 야생닭은 호리호리하고 날렵하며 눈매도 무섭게 생겼습니다. 이 녀석은 호텔 수영장 부근에서 아침마다 만난 녀석입니다. 누가 먹다 버린 닭다리를 쪼아 먹기도 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괌 호텔 주차장에 사는 수탉입니다. 이 녀석 말고도 구석구석에 열 마리 이상은 더 있는 것 같습니다. 당근 조각을 던져 주니 야금야금 잘 받아먹습니다.
동남아시아와 인도에 걸친 열대우림에 사는 적색야계(Red jungle fowl)의 후손, 높고 빨간 볏, 광택이 나며 화려한 깃과 눈빛이 호방함 그 자체입니다.
하와이 닭들의 특징은 1000년 전 폴리네시안들이 하와이에 올 때 데리고 온 붉은색 정글닭과 1992년 허리케인 이니키로 양계장이 파괴되면서 탈출한 사육닭들이 교잡된 것이라고 합니다. /하와이 모콜리이
하와이나 괌의 야생닭은 더운 한낮에는 풀숲이나 그늘에서 쉬고, 시원한 아침저녁으로 벌레를 잡아먹거나 간혹 쓰레기통도 뒤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야생 닭들을 보니 얼마 전 케이지에 실려 가던 처참한 닭들의 모습이 떠 오릅니다.
알 낳는 기계로, 인간의 간식거리로 키워지는 닭, 공장식 축산의 끔찍함이 괌·하와이의 닭들과 처절하게 비교되는 모습입니다. 닭의 수명 20년 이상, 육계용 닭은 33일이면 다리도 채 펴지도 못하는 낮은 케이지속에 구겨 넣어진 채 공장으로 실려 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닭들에게도 자유를~이제부터 치킨을 조금 줄여야겠습니다.
'좋아하는것들 > 동물친구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동네 직박구리 가족 (0) | 2019.07.22 |
---|---|
고양이 기지개 펴는 모습 (0) | 2019.03.19 |
황여새 떼 죽음 목격 (0) | 2018.04.06 |
길고양이 만지면... (1) | 2018.03.06 |
수달 로드킬 (2) | 2017.10.05 |
망둥이와 괭이갈매기 (0) | 2016.06.16 |
다람쥐야, 숲을 부탁해~ (1) | 2016.06.09 |
풍뎅이_사슴풍뎅이 (0) | 2016.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