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여새 떼 죽음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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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새 떼죽음

오늘 아침 출근길에 있었던 일 입니다. 망원역 부근을 지나가는데 앞에 가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길을 피해 가더군요. 뭔가 있길래 그러나 보니 길바닥에 새들이 우루루 죽어 널부러져 있습니다. 손바닥 만한 처음 보는 새 종류인데, 한 두 마리가 아니라 10마리가 죽어 있습니다. 몇몇은 입에 피를 흘리고 죽어 있고요. 처음에는 누가 약을 놓았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고양이가 물어다 놨다 생각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가여서 얼른 비닐봉투를 구해와 새들을 한마리 한마리 주워 담았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에 출근해서 생각하니 사인이 궁금해 지더군요. 동물보호단체로 연락을 할까 조류보호단체로 연락을 할까 검색을 하다 '한국조류보호협회'라는 사이트가 있길래 전화를 걸었습니다. 주소지가 서울 용산이라 가깝네요.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니 오전 중으로 방문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시간이 채 되지도 않아 아저씨 한분이 도착하셨습니다. 죽은 사체를 담은 비닐봉투를 건네주니 명함을 주십니다. '국가지정문화재관리단체 사단법인 한국조류보호협회 관리실장 아무개님' 이십니다. 

한번 보시더니 가져 가서 확인 하고 다시 연락을 주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시간이 지났을까요? 관리실장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죽은 새들은 겨울철새인 황여새라는 종류인데 아마도 유리창에 부딪혀 죽었을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시 황여새가 집단 떼죽음 당한 곳으로 찾아가 봤습니다. 이쪽 저쪽 건물을 보니 비로서 의문점이 하나 둘 실타래 처럼 풀렸습니다. 황여새의 먹이는 장과, 즉 과육이 있는 과일 입니다. 

망원동 길가에는 일년 내내 감이 매달려 있는 양옥집이 있습니다. 가을이 되어도 감을 따는 사람이 없는지 언제나 감이 달려 있는 나무에는 수 많은 새들이 찾아와서 식사를 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 나무가 있는 집 맞은편으로 4층건물이 있는데 2층부터 외벽이 거울유리로 되어 있습니다. 

오늘 떼죽음 당한 황여새들이 시베리아로 가기위한 먼 비행을 앞두고 감나무를 쪼아 먹고 난 뒤, 날아가다 맞은편 건물의 유리에 부딪혀서 죽은것 같습니다. 아니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 유리창 곳곳에 부딪힌 새의 흔적들이 역력히 남아 있으니깐요. 

인간이 무심코 만든 건물에 동물들은 생명을 잃습니다. 방음유리가 그렇고 빌딩의 미러유리가 그렇습니다. 특히 미러유리는 하늘이 그대로 반사되기 때문에 새들에게는 굉장히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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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피를 토하고 죽어 있는 황여새의 사체들이 널부러져 있습니다. 

얼마나 충격이 심했는지 피를 토하고 죽었습니다. 

황여새는 꼬리깃털이 노란색띠가 있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비닐봉투에 한마리 한마리 주워 담습니다. 10마리나 되니 묵직합니다. 

먼 비행을 앞두고 비명횡사를 한 황여새들

문제의 빌딩 미러외벽 입니다. 3층 정도의 높이에 새들이 부딪힌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미러거울빌딩이 있는 맞은편에는 말라 비틀어진 감들이 매달린 감나무가 있습니다. 이 집 주인은 감이 익어도 절대 따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감은 자연스레 날짐승들의 먹이가 됐고, 맞은편 거울외벽에 헤딩하는 사고들이 일어나게 되는것 같습니다. 얼마전에도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후투티라는 새가 이 근처에서 사체로 발견된 적이 있었습니다. 오늘 일을 생각해 보니 후투티도 이 빌딩에 부딪혀 죽었을것 같습니다.

 자연속에 살기를 바라는 인간의 이기심이 자연을 죽이고 산짐승 들짐승 날짐승들을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내 모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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