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대 치킨, 김포 한성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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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부터 3달간 휴업 들어가는 한성치킨 '따뜻할때 먹기 어려운 통닭'

 우리나라 5대 치킨중 하나라는 경기도 김포 한성치킨, 한달전쯤이었나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네이버 실시간 검색1위를 했던 치킨집이다. 나도 그때 알게 됐다. 치킨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좋아하는데 그냥 넘어갈 수가 있나. 그런데 거리도 멀고 간다하더라도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블러그들의 첨언이 무성했다. 그러나 저러나 한번 가보기나 하자, 네비에 한성치킨을 찍으니 김포로 안내한다. 김포로 들어서는 초입부터 네비는 갈피를 잡지 못한다. 신도시로 인해 없던 길이 생기니 차는 밭으로 간다. 꼭 업데이트 하고 가자.


2시부터 오픈인데 조금 일찍 도착했다, 1시40분, 왕복2차선 도로 옆에 간신히 주차를 하고 보니 이미 여나믄명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정확히 두시가 되니 치킨집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입장 하기 시작했다. 좁다란 문을 열고 들어간 사람들은 아무도 자리에 앉지 않고 홀을 지나 곧바로 주방쪽을 향한다.  음식이 나오는 주방입구에 있는 전화기는 과열로 불이날 정도로 쉴새 없이 울어되지만 누구하나 관심갖는이 없다. 차례 차례 줄지어 들어온 손님들은 프라이드 한마리요, 양념 한마리요.....라고 각자 주문을 한다. 1인당 딱 2마리 한정이다. 주문 받는 아주머니는 두시 십분이요, 두시 이십분이요,,,세시요, 세시반이요, 네시요,,네시반이요...라고 닭이 나오는 시간을 알려준다. 내 앞에 불과 15명 정도,,1인당 2마리씩 주문이라고 해도..30마리, 10분에 두마리를 튀길수 있다니깐 150분, 2시간 30분이다. 난 4시50분에 오란다 ㅠㅠ

거의 3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런,,

이왕지사 여기 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는 법! 끈질긴놈이 이기는 법, 끝까지 가자... 기다리는 시간 덕분에 사장님의 양해를 얻어 주방 구경에 사장님이랑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 

 

앗,,,중요한게 있는데 한성치킨이 4월 20일 부터 3개월간 가게 신축을 위해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러니깐 내일 토요일이 마지막이다....  월요일부터 빈집에 전화하는 불상사가 없기를 바란다.

주인도 없는 빈 가게에 손님들이 먼저 찾아와서 착하게 줄을 서고 있다. 착한가게가 아니고 착한손님이다. 

 

두시 정각 문이 열렸다. 무대포처럼 아무때나 찾아갔다가는 뺨따구 왕복 열대 맞는 충격을 받고 돌아간다. 오픈시간에 맞춰 줄을 서던지 알바를 동원해서라도 줄기차게 전화를 하던지 딱 두가지 방법 외에 없는것 같다. 

 

범한 동네 호프집 분위기, 대부분이 포장손님이어서 가게는 썰렁하다.    

 

대부분 식당은 현관 앞에 카운터가 있는데 이집 카운터는 주방앞에 카운터가 있다.  

 

2시 오픈과 동시에 전화기는 불이났다. 전화통은 두댄데 울리는 전화기는 한대뿐, 그러나, 아무도 받지 않는다. 가게안에 줄 선 손님들이 우선이다.  

 

가게에 찾아온 손님들의 주문이 끝나자 이제야 애타게 울려대는 전화 수화기를 든다. 전화기 후크라고 하나?  수화기는 귀에 댄 채로 손으로 후크를 눌러 애타는 손님들의 한을 들어 준다. ㅠㅠ    

 

주방안, 카운터에 계신분의 양해를 반만 구해서 들어갔다. 무대포로..

한두평이나 될까 싶은 좁은 주방, 작은 튀김기 앞에서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용암처럼 끓어 오르는 튀김기 앞에서 쉴새없이 닭을 튀겨내고 있다.

이분이 이자리에서 30년동안 치킨집을 해 오신 한성통닭 사장님이셨다. 올해 예순아홉이시라는데 아주 정정하시다.

" 이제 좀 사는 맛이 나네요" 라고 밝게 웃으신다. "옛날에는 참 고생도 많이 했는데" 30년전 통닭집을 시작하고 한달 반만에 남편이 오토바이 배달갔다 교통사고로 사망하셨다고 한다. 그때부터 사장님의 억척같은 통닭인생이 시작된거였다. 

 

 

볼에 쓱싹쓱싹 튀김옷이 발린 닭들이 빙글빙글 돈다. " 난 화학조미료같은거 안써, 다시마만 많이 넣어도 감칠맛이 나거던, 배도 갉아 넣고 마늘도 많이 넣어, 재료를 아끼지 않아, 그래서 거래하는 마트에서 나를 아주 좋아해"하며 자랑을 하신다. 사장님은 생닭을 다시마,배,마늘 등등을 배합해서 3일간 숙성한뒤 튀기신다고 한다.  

 

 

이 작은 튀김기로는 하루 100마리 밖에 튀기지 못한다고 한다. 한번에 두마리씩 넣는데 7분을 튀겨야 한다고 한다. 세마리 넣으면 약간 물러지고 한마리 넣으면 과자처럼 바삭해서 식감이 좋다고 한다. 매일 새로운 기름을 사용해서 닭이 식어도 쩐내가 나지 않는다. 

 

 한소큼 튀김을 한후 꺼내서 엉겨붙은 닭을 떼내고 있다. '시야기'라는 일본스러운 단어로 이야기 했는데..아마도 초벌튀김 이라는 뜻이 아닐까. 

후라이드반, 양념반, 분홍 메니큐어는 사장님 딸이다. 사장님은 튀기기, 딸은 서빙과 포장, 며느리는 주문, 이렇게 분업화 하고 있다. 

 

 

상방 45도로 삐뚫게 올려쓴 오늘의 예약 장부다.  예약은 오픈하고 30분이면 끝난다고 한다. 

 

예약했던 치킨을 찾으러 갔더니 주문마감 안내가 걸려있다. '필히 전화주문 후 방문해 주세요'라고 하는데 통화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다. 

그리고 4월20일부터 석달간 이 건물을 허물고 3층건물을 올리신다고 한다. 1층에는 치킨집, 2,3층은 살림집인데..지금처럼 홀은 크지 않고 주방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면 지금보다는 3~4배 정도의 닭을 더 튀길 수 있을것이라고 한다. 하루 300~400마리...   



 본격 시식

 

어릴때 아버지가 노을빛 태양을 등지고 사오신 누런 봉투, 기름냄새, 닭냄새에 좁은 집엔 갑자기 화목해졌었다. 

노란 유산지 봉투. 아마도 기름이 잘 흡수되고 공기가 통해서 눅눅해짐을 방지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소금, 치킨무, 치킨한봉지, 치킨이 튀겨진지 3시간 30분이 지난 후 이다. 차갑게 식어서 눅눅해지진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예상외였다. 여전히 바삭함이 유지됐다. 

 

봉지 사이로 살짝 들여다보는 비주얼이 "빨리 먹어 주세요~" 라고 하는것 같다.   

 

집에서 그나마 잘 어울릴 법한 스텡 접시에 치킨을 담았다.  

 

사실 디지털 시대의 사진은 마술이나 마찬가지다. 사진이 맛을 만든다고나 할까? 이런걸 감안해서 그냥 보시라... 일단 양은 굉장히 많다. 요즘 프렌차이즈 치킨점들이 대부분 17,000원이 보통인데. 한성치킨은 양도 많고 가격도 13,000원으로 싸다. 

 

 

다리는 그닥 통통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다. 또한 동네 배달치킨의 후덕한 튀김옷이 아니다.  

 

배달치킨의 입맛 당기는 특유의 달콤하면서 짠맛에 진한 기름냄새.... 가 아니었다. 오래된 시장 통닭 사장님의 넉넉한 마음과 손맛이 담겨진 진솔하고 담백한 맛이 랄까. 짜거나 싱겁지가 않아 굳이 소금을 찍지 않아도 된다. 30년 염지의 노하우 결정을 맛보는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리는 가슴살, 난 가슴살은 잘 먹지 않는다. 한성치킨 역시 가슴살의 퍽퍽함은 어쩔수 없나보다.


 

손가락 번몇 띡띡 눌러 가볍게 시켜먹던 치킨이 아닌, 시간과 품을 팔아야 하고 나름의 계획도 세워야 하고 힘들고 여간 짜증나는게 아닌 '한성치킨'.

이 고생을 하고 시간을 낭비하면서도 따뜻할때 먹지도 못한다. 다 식어빠진 후에나 겨우 먹어야 하는 프라이드 닭 한마리에 무슨 짓인지 한심한 생각도 들었지만 충분히 그만한 가치는 있었다. 후회는 없다.

 

끝으로 이 세상 수많은 프렌차이즈 치킨집 사장님을 위해 책 한권 추천한다. 

 

<대한민국 치킨展>(정은정 저/도서출판 따비)

치킨의 성장 동력은 프랜차이즈였다. 기업 중심의 수직 계열화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프랜차이즈’ 산업이다. 치킨과 마찬가지로 닭도 기업에서 만들어낸다. 양계농가의 90% 이상이 육계 기업에 소속된 계약 농가고, 그 육계기업의 50%가 특정 기업에 소속되어 있다. 치킨은 치킨대로, 닭은 닭대로 수직 사다리의 가장 아래에 지탱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기업화된 음식의 전형이 바로 치킨인 셈이다.

“프랜차이즈로 닭이 길러지고 그 닭으로 프랜차이즈 치킨점에서 오늘도 닭이 튀겨지는 현실. 한 마리의 치킨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먹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맛있게 먹고 그걸로 끝인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면서 우리 또한 맛의 지옥에 갇힌 채 살고 있지는 않은가. 늦은 시간까지 노동을 하고 그 노동의 고통을 치맥으로 달래다 결국 치킨집 사장님의 삶에서 내 미래를 간보고 있는 중이지 않은가. 오늘 한 마리의 치킨과 한 잔의 맥주가 결코 즐겁지만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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