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경, 그 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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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구경을 꼽으라면, 첫번째가 강건너 불구경이고 그 다음이 남이 싸우는 것 이라고 합니다.

설날 마지막 휴일을 집에서 뒹굴뒹굴 하다가 늦은 점심을 먹으러 밖에 나왔는데 한참 멀리에서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덥고 있습니다. 연기가 올라가는 규모를 보니 꽤 큰 불이 난것 같습니다. 

 

 

차를 틀어 연기가 올라가는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십분 정도 가니 길가에 차가 정체되고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더군요. 이곳에서 불과 삼사백미터 앞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더군요.

화재가 발생한 곳은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이라는 동네인데요, 밭과 비닐하우스, 그리고 조립식 건물로 만들어진 창고나 공장등이 간간히 있는 곳입니다.  

 차에서 내려 논둑과 밭을 지나 화재 현장 가까이 가보니 소방차 두대가 이미 화재 진압을 하려고 막 도착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불길이 너무 쎄기도 하고 불속에 사람도 없다고 판단했는지 소방관들은 불길이 치솟고 있는 장소보다는 주변 비닐 하우스나 가건물에 불이 번지는걸 막고 있더군요.

어릴땐 동네에 한번씩 불이라도 날때면 온 동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구경하던 생각이 나더군요. 

나중에 뉴스를 보니 이날 발생한 화재는 대형 비닐하우스 8개 동을 모두 태우고 나서야 진압됐다고 합니다. 인명피해는 없다고 하니 불행중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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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현장의 모습입니다.

 

 

집에 오는데 불현듯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화재 현장으로 몰려든 심리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의 재앙과 불행을 스펙타클한 재난 영화쯤으로 생각한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물론 안타까운 동정의 마음은 있었지만, 현실은 사진이나 찍고 팔짱끼고 구경만 했죠. 이기적이고 반사회적인 자세는 아닐까 생각도 해봤지만 결론은 없습니다. 

김동인의 단편소설 '광염소나타'의 주인공 백성수가 생각납니다. 그가 미치도록 매혹됐던 '화염'이 우리를 끌어 당긴것이라고 애써 위안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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