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나한테 쌀 좀 달라고 하기만 해봐라"
오늘 저녁, 몇 해 전 곡성으로 귀촌하신 친한 형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한창 저녁을 준비하고 계시더군요, "가마솥에 밥하고 계세요?"라고 물으니 "가마솥은 무슨 압력밥솥에 밥한다"라고 합니다.
이미 막걸리도 한잔 걸친 목소리 입니다. 그러면서 하는말이 11월12일 서울에 가니 얼굴 한 번 보자고 합니다. 그날 서울에서 열리는 농민대회에 참석한다고 합니다. 매년 한 두 번씩 농민대회 때문에 서울에 오지만 제대로 얼굴 볼 시간이 마땅치 않습니다. 팍팍한 봉급쟁이 주제다 보니 여유가 없습니다.
대뜸 "야~ 요즘 쌀값이 얼마나 하는지 아냐" 라고 호통치듯 소리를 칩니다. 저야 쌀을 사본지 오래되기도 하고 사실 관심도 없기에 잘 모르죠.
"쌀값이 30년전 가격이야"라고 화난 어투로 말을 합니다. "너 30년 전에는 봉급도 안받아봤겠지만 30년 전 봉급으로 지금 살라고 하면 살겠냐"라고 한탄 반 화남 반 썩인 목소리로 이야기 합니다.
애꿋은 내가 꼭 쌀값 폭락의 원흉이 되어 욕을 듣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쌀 값이 밀가루 값 보다 더 싸다고 합니다.
치솟는 공공요금이나 물가에 비례해 도시근로자들의 임금상승 요구를 조금이라도 억누르기 위해 필수재인 쌀 가격만은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도시근로자인 제가 원흉이 맞기는 합니다.
쌀농사가 풍년이라도 그다지 반갑지 않는 농민들의 심정입니다.
"쌀값이 이렇게 개똥만도 못하면 누가 쌀농사 짓겠냐"며 한탄합니다. 안남미를 먹던 미제쌀을 먹던 맛있는 아끼바리쌀 사먹으면 되죠"라고 농을 던졌습니다.
"야 이놈아 그러면 세계 농산물을 좌지우지 하는 거대 곡물회사에서 가만있을것 같냐며 찐한 욕 한마디 합니다. "결국 쌀 한 말에 10만원 20만원을 주고도 못 사먹게 될거다"라고 화를 냅니다. 그리고 "나중에 나한테 쌀 좀 달라고 하기만 해봐라" 호통도 함께 따라 붙습니다.
지난 민중대회때 남대문에서 곡성 형님을 만났습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관련글을 볼 수 있습니다.
예전같이 공기 수북하게 쌓아 올린 고봉밥은 구경하기 힘든 세상입니다. 지방다이어트니 뭐니 하면서 그나마 많이 먹지도 않는 쌀 소비가 더 줄었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우리쌀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식량안보 또는 식량주권이라고 하죠, 우리 농민들이 정당한 쌀값을 받지 못한다면 결국 자급자족을 포기하고 수입쌀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그 수순을 척척 밟아가고 있기도 합니다
식량종속국은 절대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형님은 며칠전 추수를 했지만 아직 하지 못한 옆 논의 벼에서는 새로 싹이 트고 있다고 합니다. 따뜻한 날씨와 습한 이상기온때문 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이런 이상기후는 점점 더 악화되고 식량쟁탈전은 훨씬 더 치열해질거라고 합니다. 우리 농산물, 특히 우리쌀을 외면하면 안되는 큰 이유 입니다.
도시근로자들이, 택시운전사들이 차막힌다고 시끄럽다고 농민들 거리집회를 욕 합니다. 농민들은 우리들 따뜻한 밥 먹일려고 이 고생을 하는데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형님~ 새누리당 대표 이×× 를 국회의원으로 뽑아 준 곡성 사람들 욕 좀 해주세요"라고 말 하면서 씁쓸하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안그래도 열받는데 더 열받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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