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후원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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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후원, 오감에 취하다

창덕궁 후원은 모든것을 버리고 오감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단풍으로 물 든 숲속 풍경에서 시각이, 은은하게 달콤한 엄나무와 신선한 숲속 향기에서 후각이, 수백년을 살아온 그루터기에서 묻어나는 나무의 숨결에서 촉각이, 바람소리 물소리에서 청각이, 그 옛날 임금과 신하가 띄웠다는 술잔에서 미각이 온전히 느껴지는 시간여행입니다.  

파란 가을 하늘을 담은 부용지에는 느티나무며 엄나무, 단풍나무의 울긋 불긋함이 그 어떤 필름으로도 담지 못할 만큼 선예하게 찍혀 있습니다.

 조선왕실의 시크릿 가든, 창덕궁 후원

창덕궁 후원으로 향하는 길은 돈화문에서 선정문을 지나 인정전과 선정전, 희정당에서 성점각까지 낙선재 사잇길로 10분여가 걸리는 길 입니다. 특별관람 구역으로 제한된 후원의 입구 바로 옆에는 창경궁으로 통하는 통로가 나란히 있습니다.

조선왕실의 비밀 정원, 창덕궁 후원으로 들어갑니다. 대조전의 담벼락이 끝날 즈음이면 울긋 불긋함이 짙어지며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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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각들과 관람객들의 웅성그림이 사라지면 어느덧 도심의 공기는 저 멀리 물러 가고 깊은 숲에서나 느낄 수 있는 신선한 공기가 콧속으로 밀려 들어 옵니다. 

콘크리트 길을 따라 얼마간 들어간 후, 처음 나타나는 곳은 창덕궁 후원에서도 가장 넓은곳으로 네모 반듯한 부용지라는 넓은 연못 주위로 주합루와 규장각같은 전각들이 나타납니다. 

2층 누각의 주합루에서 내려다 보는 부용지는 어떤 풍경일까 궁금해 집니다. 그리고 6월이면  부용지에는 수련의 향연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부용정과 부용지의 풍경입니다. 뒤로는 늘푸른 소나무 군락이 보입니다.

 

정조때 만들어진 규장각, 1층은 역대 왕의 시문과 친필 서화와 서적을 보관하는 규장각, 2층은 열람실인 주합루 입니다.

왕들의 몸보신을 위해 심어놓은 것일까요? 창덕궁에는 키 큰 엄나무들이 많이 보입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국분들이 부용지에 발을 담그고 있는 '부용정'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 옛날 달빛 어린 부용정에 배를띄우고 풍류를 즐겼다고 합니다.    

언덕에서 부용정을 내려다 보고 있는 속이 텅 빈 저 노거수와 말이 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기녀들이 썼을 법한 저 모자는 마치 가을을 닮았습니다.  

계절이 더함에 따라 단풍의 색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애련지에 얼굴을 비춘 낙락장송 

나무늘보가 된 우리 꼬마 입니다. 

애련지에서 연경당과 장락문 사이에 넓은 공터는 사람의 발 길이 없어 조용한 공간입니다.  

동그란 수련이 뒤덥고 있는 애련지 옆 연못

샛노랗게 물 든 쪽동백나무가 시선을 훔칩니다.

관람지와 관람정이 있는 곳입니다. 후원에서 처음 만나는 '부용지'가 격조있다면,  '관람지'는 곡선의 미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창덕궁 후원 단풍

존덕정 일원에는 원래 두개의 네모꼴 연못과 한개의 동근 연못이 있었는데 일제강점기때 지금처럼 부채꼴 형태의 연못이 되었다고 합니다. 관람지의 가을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건 나만일까요?

가을 창덕궁 후원

관람지 한 가운데로 가지를 뻗은 큰 느티나무가 후원의 가을을 채색합니다. 

관람정과 관람지

가을 관람지의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폄우사라는 전각으로 오르는 돌 길에서 한 외국분이 한발 한발 박석을 디디며 왕의 걸음을 따라하고 있습니다. 뒤에 보이는 육각 겹지붕의 정자가 1644년 만들어진 존덕정 입니다. 

관람지 맞은편 언덕위에 있는 1830년 이후에 만들어진 승재정이라는 정자입니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존덕정에서 외국인들이 휴식을 취합니다.

가을속에 푹 파묻힌 승재정의 풍경입니다.

창덕궁 후원 특별관람

관람지와 승재정의 단풍 절정은 11월 초에서 중순 일거 같습니다. 그때면 승재정 아래의 초록은 사라지고 노랗거나 또는 붉거나 하겠죠. 

혹시 불이라도 났나 보니 붉디 붉은 단풍이 햋볕을 잔득 머금었습니다. 

한 무리의 한복 행렬이 후원의 길을 물들입니다. 

존덕지에서 옥류천쪽으로 가는 언덕위에 있는 취규정 앞 노란 단풍, 또 한번 눈이 호강합니다. 

취규정 넓은 마루에 꼬마녀석이 가을 풍경에 취한듯 발라당 누웠습니다. 취규정은 '학자들이 모인다'라는 뜻입니다.

   

창덕궁 후원 가장 안쪽에 자리잡은 옥류천 일원, 임금과 신하들이 둘러 앉아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지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신라시대, 경주의 포석정 처럼 바위에 물길을 내어 술잔을 띄워 마셨다고 합니다.

 

후원 해설가분이 유창한 영어로 해설을 하고 있습니다.

옥류천 소요암에는 인조의 玉流川(옥류천)이라는 어필위에 숙종의 오언절구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飛流三百尺 폭포는 삼백척인데 

遙落九天來 멀리 구천에서 내리네 

看是白虹起 보고 있으면 무지개 일고

飜成萬壑雷 골짜기마다 우뢰소리 가득하네

 

단풍나무 가운데 가장 아름답게 물든다는 복자기 나무, 이미 그의 붉음은 절정으로 치닫는것 같습니다. 

창덕궁 후원 가을

효명세자가 아버지인 순조에게 진작례를 올리기 위해 1826년에 건립한 연경당이라는 사대부 살림집을 본 떠 만든 전각입니다. 진작례란 신하들이 왕과 왕비에서 술과 음식을 올리는 행사라고 합니다. 

까만 기와에 살며시 내려앉은 낙엽들이 고즈넉한 느낌이 듭니다. 

온 세상의 나무들이 모두 단풍나무처럼 붉기만 한다면 아름답다고 느낄까요? 

히 오백년은 넘었을법한 느티나무입니다. 고사목인줄 알았는데 가녀리게 하늘로 뻗어 올린 한 줄 가지가 눈에 보입니다. 

금천을 따라 우뚝선 은행나무는 이미 노랗게 물이 들었습니다.

복잡하게 다닥 다닥 붙어 있는 궐내각사입니다. 왕실과 관련있는 여러 관청들이 있는 건물입니다. 홍문관,내의원,규장각, 예문관 등이 중심 시설이라고 합니다. 

궐내각사 옆에는 전연기념물 제1494호로 수령이 750년으로 추정하는 향나무가 있습니다. 이곳에 궁궐이 들어서기 훨씬 전 부터 있었던 나무인지, 아니면 이후에 옮겨심은것인지는 알수 없겠죠.  

후원에 들어선지 두시간이 다 되어서야 돈화문이 보이는 밖으로 나옵니다. 창덕궁 후원의 가을은 이제야 비로소 시작되는 느낌입니다. 다음주나 그 다음주에는 지금 보다 더 황홀한 궁궐 정원의 백미를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오래도록 기억속에 간직하고 싶은 창덕궁 후원의 가을, 아름다운 두시간의 행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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