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우스 유성우 내리던 여름밤

반응형
반응형

페르세우스 유성우 그리고  태기산

"오늘은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를 보러 갔다. 짐을 챙기고 태기산으로 갔다. 휴게소도 갔다왔다! 평창 횡성 경계를 지나 태기산 꼭대기에 도착했다. 태기산 꼭대기에 텐트를 짓자고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방해될 것 같아서 미리 점찍어 둔 곳으로 갔다. 거긴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텐트를 쳤다. 무뚝뚝 감자칩을 먹으면서 짐을 날랐다. 그리고 유성우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또 횡성에서 사 온 소고기를 먹었다. 맛있었다. 그리고 또 유성우를 기다렸다.

유성우는 먼지 덩어리라고 한다. 텐트에 눕고 기다려 보니 별나라가 펼쳐졌다. 스카이 맵으로 보니 목성과 토성과 베텔게우스와 데네브도 찾았다. 북극성과 북두칠성과 오리온 자리도 봤다. 또 얼마 뒤 유성우가 지나갔다. 그래서 뛰쳐나갔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는 동안 8개 봤다. 그리고 엄마는 4개 봤다고 했고, 아빠는 8개 봤다고 했다. 그리고 잠잤다. 잠들기 전에 노을 사진 찍은거랑 유성우 보면서 기분 좋아하고 신났던 기억이 난다.

다음날 일어났다. 어제 밤에 보였던 풍력발전기와 하늘과 해뜨는 것은 안보였다. 왜냐하면 안개가 엄청 끼고 바람이 텐트가 날아갈 정도로 세게 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빠가 아침은 못먹고 가다고 해서 그냥 갔다. 산에서 내려 가면서 올라올때 지형을 다시 느꼈다. "

이 글은 매년 8월 12일이면 찾아오는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본 우리 아이의 일기 입니다. 

아이와 함께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보기로 약속하고, 대상지를 물색합니다. 첫번째로 광해가 없어야 하고, 두번째는 어프로치가 편해야 합니다. 그리고 집에서 가까워야 겠죠, 그래서 찾은 장소가 양평의 벚고개와 강화도 강서중, 강원도 안반데기, 태기산, 속초의 미시령옛길, 북설악 신선봉(좀 걸어야 해서 고민)등이 물망에 올랐습니다.

기상도를 보니 서해부터 서울 강원도 까지 구름이 몰려 있습니다. 아이와 약속했던 유성우 관측이 자칫 수포로 돌아갈 것 같아 조바심이 납니다. 일단 서울에서 먼 곳, 서해에서 먼 곳으로 떠나자... 차가 갈 수 있고 광해가 없는 곳으로 전투기를 출격하는 파일롯의 심정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가는 내내 차가 막힐까 하는 우려 보다 "제발 구름아 사라져라"라는 간절함이 앞섭니다.

새말ic로 빠져 횡성한우와 부식거리를 구입하고 다시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둔내ic로 빠져 태기산으로 향합니다.    

반응형

해발 600m의 횡성 둔내 분지와 980m의 횡성과 평창에 걸쳐있는 양구두미재에서 태기산 정상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따라 비포장길 군사도로로 좌회전을 하면 바리케이트로 위장한 과속방지턱이 군데 군데 나타납니다. 산등성이같은 요철을 한 고개 한고개 정성들여 넘다 거대한  풍차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 길의 끝, 레이더기지 직전에 1261m, 태기산이라고 새겨진 거대한 바위가 나타나면서 더이상 차로의 진입은 끝이 납니다. 

태기산은 겨울산으로 유명합니다. 상고대와 설경이 아름다운곳이며 둔내 11경 중 '태기백운'으로 일출과 일몰, 운해가 환상적인 곳 입니다. (TIP_일출은 태기산 정상에서 군부대 왼쪽 울타리를 타고 10분 정도 가야 합니다.)  

구름을 이고 몇 시간을 달렸던 길의 끝은 다행히도 파란 하늘 입니다.  

태기산 정상석을 뒤로 하고 내려 오면 조망이 훌륭한 장소가 두세곳 정도 나타납니다.  차로 올 수 있는 장소여서 아이들도 많습니다.

태기산 최고의 조망터에는 이미 열댓명의 사람들이 주변의 경치에 놀라 황홀경에 빠져 있습니다.

백덕지맥을 따라 풍력발전기가 쉴새없이 돌아갑니다.

여전히 짙은 구름을 이고 있는 서쪽 하늘 아래로 빼꼼히 지는 해가 붉게 빛나고 있습니다. 

일몰의 감동을 즐기던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떠나고 우리는 태기산의 밤을 보낼 텐트를 설치합니다. 살살녹는 안심과 기름 작렬 업진살을 구워 폭풍 흡입하고 일년에 단 하루를 빛나게 장식하는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기다립니다. 

밖에서 돗자리를 깔고 누울까 하다 생각보다 일찍 내린 이슬 덕분에 텐트속에서 밤하늘을 주시 합니다.

생각 이상으로 맑고 어두운 태기산의 밤 하늘에는 보석같은 별 들이 한 두개로 시작해 금새 수십개 수백개 수천개로 늘어나 짙푸른 하늘을 수 놓습니다. 얼마만에 이렇게 총총한 별빛 하늘을 보는지 옛기억이 떠 오르기도 합니다.  

동공을 최대한 넓히고 하늘을 올려다 보던 아이는 "아빠 저기 유성" "엄마 저기에 지나가"라며 감탄과 탄성을 넘어 괴성을 지릅니다.  

9시가 지나자 사방에서 유성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10시30분 부터 시간당 150개가 쏫아진다고 하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이날 눈으로 본 유성은 고작 8개지만 카메라에 찍힌 유성은 훨씬 더 많더군요. 카메라의 고감도 촬상소자에는 인간의 눈으로 보지 못했던 유성의 꼬리 까지도 남아 있었습니다.   

10시30분이 되자 동쪽에서 밝은 달이 떠 오릅니다. 옆에서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은 "이제 틀렸어"라며 자리를 접고 텐트속으로 들어가십니다.

장노출로 별궤적도 담아 봅니다. 달이 차 오르자 옅은 구름이 하늘로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붕붕붕~힘차게 돌아가던 풍차가 힘 없이 멈추더니 쌀쌀했던 기온이 금새 덥혀 집니다. 이제 좀 살만합니다. 

여기는 해발 1200m여서 한기가 느껴집니다.

아이가 잠 들고 나서 조용한 고산에서의 캠핑을 즐겨봅니다.

새벽내내 강한 바람과 풍차소리로 꽤나 시끄러웠는데 우리 아이는 단잠을 잤다고 합니다. 아침 운해를 기대했건만 강풍과 안개가 아침을 반깁니다. 강풍으로 아침은 패스~ 짐을 챙겨 강릉으로 향합니다.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기억, 일기장

집에 오자 마자 묵혀두었던 일기를 씁니다. 일기장 속에 고난과 감동의 시간이 역력하게 묻어 있습니다. 아랫쪽 반듯한 글씨는 팔아프다고 해서 엄마가 대필했다고 합니다.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보고난 우리 아이의 일깃장입니다. 직접 본 유성들의 모양을 상세히 그렸습니다. "이렇게 구불구불한 유성도 있니"라고 했더니 정말 그런 유성을 봤다고 합니다. 제 눈에는 한 줄 실선인데 말입니다. 

아이에게 오늘의 기억이 오랫동안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반응형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