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선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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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에 오르다...

'또~선자령'입니다.백패킹하러도 가고 꽃보러도 가고 일하러도 가고 매년 꼬박꼬박 도장을 찍고 있는 선자령 입니다. 올해 찾아간 선자령은 노스페이스에서 주최한 트레일러닝 대회 촬영 때문입니다. 바닷가부터 산을 넘으며 장장 50km코스와 100km코스를 뛰어야 하는 참가자들이 선자령의 멋진 풍광아래를 지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대회의 메인 사진들은 여기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차대한 임무를 받은 샘이기도 합니다.                       

100km코스 참가자들은 새벽5시30분에 경포대에서 출발해 정오 정도에 선자령에 도착하고, 50km 참가 선수는 대관령 휴게소 부근에 있는 신재생에너지관에서 오전 8시30분에 출발해 9시30분 즈음에는 선자령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경포대에서 일출과 함께 스타트를 하는 100km 참가자들을 촬영하기 위해 경포대 백사장 데크에서 기다렸으나, 참가자들이 엉뚱한 코스로 가는 바람에 황당했습니다.

선수들은 이미 어디까지 뛰어 가버린 터라, 저는 바로 대관령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대관령 휴게소는 조용합니다. 인기척이라곤 찾을 수 없는 휴게소를 지나 선자령 고갯길을 뚜벅 뚜벅 걸어 갑니다. 조명과 조명스탠드, 카메라 장비며 등산장비까지 커다란 배낭에 쑤셔넣었습니다. 날씨는 더할나위 없이 좋고 졸리긴 하지만 기분또한 더할나위 없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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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서 떠 오르는 일출입니다. 

참가 선수들이 엉뚱한 길로 가버리는 덕분에 대회 스위프트분들이 모델이 되어 주었습니다.

나란히 일출을 보는 커플의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또! 선자령 

조용한 숲속은 부드럽고 낮은 태양빛을 받아 보석상자처럼 반짝반짝 광채가 납니다. 지난 겨울에 이 길을 지나며 궁금해 했던 말라버린 꼬투리의 정체가 붉은병꽃나무라는것도 알고, 지린내 풀풀 나는 쥐오줌풀과 노루오줌풀이 지천이고 구부정 꼬부랑 할미꽃과 바람불면 도롱도롱 소리가 들릴것 같은 은방울꽃들이 이유없이 반갑습니다. 안녕안녕안녕 하고 아침인사라도 하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용하고 한적한 숲속 어디선가 부스럭 슥삭 슥삭 쓰스스 하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꽤 커다란 산짐승의 소리라는것을 육감으로 느낍니다. 길은 하나, 계속 가야합니다. 조용히 갈까, 시끄럽게 갈까 하고 고민을 해봅니다. 한걸음 두걸음 고민에 고민만….

슥삭슥삭 소리가 점점 가까워집니다. 금방이라도 무언가 나타날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길이 급하게 한번 휘어집니다. 그러더니 그 길의 끝, 아니 중간, 아니 바로앞에 송아지보다 더 큰 시커먼 산돼지가 코를 박고 있습니다. 등골이 오삭오삭 합니다. 

마치 일본 에니메이션 원령공주에 나오는 무서운 멧돼지처럼 등에는 시커멓고 긴 털이 바짝 서 있습니다. 그냥 멧돼지가 아니라 괴수 또는 맹수의 모습입니다. 어깨에는 망원렌즈가 끼워진 카메라가 대롱대롱 메달려 있지만 멧돼지를 자극할것 같아 들 수가 없습니다. 머리는 카메라를 들어올려라는 명령을 내리지만, 온 몸이 뻗뻗하게 굳어서 말을 듣지 않습니다. 

싱크로율 99%

산에서 돼지와 만난건 몇번 있지만, 이렇게 무시무시하고 큰 돼지는 처음입니다. 순간적으로 재빨리 올라갈수 있을 법한 나무가 어디있나 찾아 봅니다. 바로 옆에 중심줄기가 가슴높이에서 둘로 갈라진 허연 나무가 유사시에 돼지의 공격을 피하기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무시무시한 괴수 멧돼지는 아주 배가고픈지 아니면 둔감한건지 지척에 사람이 서 있어도 계속 땅에 코를 박고 지 할 일만 합니다. 길을 막고…

침도 못 삼기고 굳어 있는 저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멧돼지에게 저의 존재를 알리기로 생각합니다. 그리곤 "엄엄음!"하며 최대한 사랑스러우며 공격적이지 않는 적당한 톤의 소리를 냄과 동시에 괴수 멧돼지는 저를 째려보더니 "껄껄껄 끌끌끌"하며 숲속으로 피웅~하면서 도망갑니다. 그런데 이녀석 멀리 가지도 않고 계속 가까이에서 "낄낄낄"하는 소리를 내는게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습니다. 등 뒤에서 갑자기 튀어 나와서 들이박고 물어뜯을것 같아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습니다. 소리는 들리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 공포는 몇 배로 치솟습니다.

 

무서운 괴수 멧돼지와의 조우는 다행히 불상사 없이 마무리 됐습니다. 그리고 다시 눈부신 햋살과 숲속의 고요함이 찾아 왔습니다. 얼마지 않아 숲길은 끝이 나고 드디어 선자령의 풍차가 보이며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뻥~ 하고 열렸습니다. 

0.8km를 더 걸어 오늘의 목적지인 선자령 정상 아래 초지에 당도 합니다. 구름 한점 없는 땡볕이긴해도 1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여서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덕에 덥지는 않습니다.

6km를 달려 선자령에 도착한 50km코스 참가자들은 힘이 넘치고 즐거운 표정입니다. 그런데 56km를 달려 이곳에 도착한 100km코스 참가자들은 초죽음이 되어 고개를 숙인채 뛰기만 합니다. 

50km 참가자들이 모두 지나고, 다시 100km참가자 선두와 몇몇이 지나는걸 지켜본 뒤 하산합니다. 그들이 시속 5km 6km로 뛴 감동의 한걸음 한걸음을 저는 시속 80km로 쌩하니 달려 100km 선두가 지나갈 사근진 해변으로 출발합니다. 

줄딸기의 분홍빛 꽃, 꽃잎5장으로 장미과입니다. 

저는 잘 모르겠던데 뿌리에서 지린내가 난다는 쥐오줌풀입니다.

8월이면 백발이 성성한 꽃을 피우는 단풍취 군락 입니다. '취'로 끝나는 풀은 모두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물'로 끝나는 풀에는 독풀도 있으니 확실히 알지 못하면 먹지말아야 합니다. 단풍취 군락 옆으로 독풀인 박새도 있습니다.

어느새 흰 백발이 되어 버린 할미꽃

부드러운 아침 태양이 할미꽃 품으로 들어왔습니다. 

대롱대롱 꽃대에 대롱대롱 메달린 은방울꽃, 바람이 불면 방울소리 대신에 은은한 향기가 나는 꽃입니다. 유럽에서는 결혼식 부캐를 은방울꽃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철쭉의 분홍빛이 촌스럽다고 합니다. 이쁘기만 한 산철쭉입니다.

곧게 선 큰애기나리 입니다. 고개를 떨군 애기나리는 흰 꽃들이 한가득 폈는데 큰녀석들은 아직 이른가 봅니다.

쥐오줌풀 보다 노루오줌풀이 한발 느린가 봅니다. 노루오줌풀이 이제야 꽃대를 올렸습니다. 

융단같은 검은털로 덥여 있는 요강나물의 꽃 입니다. 꽃이피기전의 모습이 요강을 닮았다는데 그래 보이나요?

요강나물의 꽃입니다. 시커먼 털주머니 속에 희고 이쁜 꽃술이 숨어 있었네요.

솜같은 흰털로 덥혀 있는 솜방망이도 노오란 꽃을 피웠습니다.

미나리를 닮은 '미나리아제비', 아제비는 삼촌을 부르는 '아제'에서 따온 말입니다. 아버지와 삼촌은 서로 닮았죠 그래서 미나리와 닮았다고 '미나리아제비'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병같이 통으로 된 붉은병꽃입니다. 

선자령 넓은 초원에서 요즘 보기 힘든 토종민들레를 찾았습니다.

다른녀석들도 토종민들레인가 봤더니 아니더군요. 서양민들레가 대부분이고 토종민들레의 개체수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무겁지만 산같은 경사지에 설치하기 좋은 리벤져 삼각대입니다.  

새벽에 나온터라 점심은 샌드위치로 대신해야 합니다.

선수들을 기다리며 적막한 선자령에 홀로 있으니 좋더군요.

선자령은 백패킹 성지이기도 합니다. 잠깐을 돌았는데 부러진 팩을 한웅큼이나 주웠습니다. 아마도 동계시즌 언땅과 맞짱뜨다 전사한 녀석들인가 봅니다. 제대로된 백패커라면 어떤 경우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아햐 하겠죠. 

 

노스페이스 TNF 100 KOREA 트레일러닝 대회 보기

2017/05/21 - 트레일러닝, 노스페이스 100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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