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돌아 간 명동 충무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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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볼 일을 마치고 근처 명동으로 향했습니다. 오랫만에 명동 방문 입니다. 일제 강점기 상업지구가 되면서 해방 이후 상업과 문화 예술의 중심지가 된 곳 이죠. 

한 때, 명동은 우리나라 패션의 중심였고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곳 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저녁뉴스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곳이 명동의 인파 이기도 했죠. 

그랬던 명동이 지금은 외국 관광객들의 거리가 됐더군요. 

명동 따로국밥집의 추억

소고기국을 원체 좋아해서 명동에 들를 때 마다 찾아 가는 곳이 있습니다. 명동 먹자골목 중간쯤에 있는 '명동따로국밥집' 인데요, 투박한 옹기 뚝배기에 담백하면서 감칠맛나는 국물과 커다란 선지에 왕 대파와 콩나물이 육향 좋은 고기덩어리와 잘 어울렸던 곳 입니다. 그리고 국밥 뿐만 아니라 갖가지 전까지 팔아 저녁에도 가끔 가기도 했고요.  

마침 점심때가 되어 일드 '고독한 미식가'의 이노가시라 고로상 처럼 명동 먹자골목으로 배를 채우러 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길가에 있었던 국밥집이 보이지 않습니다. 깜쪽같이 사리졌네요. 식당이 있던 즈음에 충무김밥집이 들어선것 같습니다. 혹시 이사라도 갔을까 해서 김밥집 문을 열고 물어보니 오래전에 문을 닫았다며 타임머신을 타고 온 사람처럼 이상하게 쳐다봅니다. 

헐~ 그러고 보니 제 기억으로 2009년 5월 14일 저녁이 마지막 이었네요. 벌써 9년전 이라니...

안타깝습니다. 20년 전, 유일하게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해줬던 소고기국밥, 그리고 수 없이 비웠던 뚝배기며 전이며 막걸리며...

세월의 비루함에 아쉬운 발길을 돌립니다. 꿩대신 닭이라고 근처에 있는 '하동관'에서 곰탕이나 한그릇 해야 겠습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가는날이 장날' 입니다. 하동관이 있던 자리에도 높은 휀스를 치고 공사를 하는지 문을 닫았습니다. 얼마전에 불이 나서 수리중이라고 합니다. 

떨어지지 않는 절망의 다리를 끌고 다시 돌아 돌아 충무김밥집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얼큰한 국밥 다음 으로 좋아 하는 음식이 충무김밥입니다. 그리고 명동하면 '충무김밥'으로 유명합니다. 오리지널 통영의 충무김밥보다 좀 매콤 하긴 하지만, 서울 경기권에서는 이만한 충무김밥 찾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안남미 처럼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내가 바다요~ 라는 김, 매콤 달콤한 오징어 무침, 아삭말랑 매콤달콤 하게 잘 익은 깍두기에 매콤개운한 국물이 입 속에서 불여시 가 혼을 쏙 빼놓을것 처럼 조화를 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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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먹자골목 중간즈음에 있었던 명동따로국밥자리에 번듯한 충무김밥집이 들어었습니다. 2호점인지 3호점인지...

발길을 돌려 찾아간 하동관 화재 이후 공사중입니다. 뭔가 대단한 모습으로 커밍할것 같습니다. 

명동 충무김밥, 선불, 1인분 김밥 열개, 오징어무침과 깍두기는 리필 가능

고슬고슬한 밥에 바다내음 가득한 김, 별 맛 없는듯 하지만, 오징어와 함께 입 속에서 조화를 부립니다. 

따로국밥집은 사라졌지만, 2층 창가에서 내려다 보던 그 풍경은 여전했습니다. 아니 달라졌네요. 죄다 외국사람으로.

세월은 쉴새 없이 흐르고 변해감을 절절히 느낀 명동에서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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