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채아재비를 만나다 상습정체 구간인 서부간선도로, 십수년을 다닌 길인데 몇 해 전부터 봄이면 중앙 분리대 화단에 묘한 꽃들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손을 쭉 뻗어 한 녀석을 꺽어 봤습니다. 생긴건 영락없는 민들레인데 크기가 어마어마한 왕민들레 입니다. 유럽에서 건너온 외래식물인 쇠채아재비라는 녀석 입니다. 민들레와는 크기 자체가 다르기도 하지만 앞과 총포(꽃받침)이 바늘모양으로 길게 삐죽 나와 있는게 특징입니다. 초롱꽃목 국화과로 민들레와는 한집안 식구이기도 합니다. 5월에서 6월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두해살이풀로 키가 무려 1미터 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7~8월에 꽃을 피우는 쇠채와 비슷하다고 해서 '쇠채아재비'라고 이름이 달렸습니다. 여기서 아재비는 작은 아버지를 낮춰 부르는..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21. 4. 22. 13:28
봄꽃 야생화 성지 천마산 우리나라에서 봄 야생화볼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경북 보현산, 풍도 후망산, 강원도 곰배령, 함백산 만항재, 금대봉, 그리고 경기도 천마산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저는 매년 봄이면 눈깜짝할 사이에 피었다 지는 봄 꽃을 보기 위해 야생화의 성지라 불리는 천마산을 자주 찾곤 합니다. 서울 에서도 한시간이면 갈 수 있는 비교적 가까운 곳이여서 허탕을 쳐도 그만입니다. 올해는 생각보다 날씨가 따듯해서 봄꽃들도 좀 일찍 피려나 해서 지난주 천마산을 찾았는데 생각과 달리 봄꽃은 아직이더군요. 복수초와 바람꽃 몇 개체만 겨우 보고 날짜를 다시 잡아 어제 3월 21일 다시 천마산 봄꽃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여기서 봄꽃이라고 함은 우리가 흔히 보는 매화나 개나리 벚꽃 같이 나무에서 피는 꽃을 말..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20. 3. 22. 19:49
설악산의 야생화 7월 마지막 주, 무더위를 뚫고 설악으로 향했습니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부터 시작된 짙은 안개를 머리에 이고 중청대피소 까지 걸었습니다. 첫날 총 6시간의 긴 산행은 습함과 더움, 그리고 짙은 안개가 더해져 힘들고 재미도 없었습니다. 중청대피소에서 곤한 하루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거짓말 처럼 파란 하늘이 나타납니다. 이제야 주변의 작고 귀여운 꽃 들이 하나 둘씩 얼굴을 내 밀고 반겨 줍니다. 설악에 피는 여름꽃은 중청을 지나 대청봉의 바람꽃 형님을 피크고 찍고 다시 오색으로 하산 하는 동안 천상화원을 걷는 듯한 꿈의 세상이었습니다. 가파른 경사를 걷는 걸음은 힘들었지만, 두 눈 만은 탄성을 질렀던 언밸런스한 설악산 여름꽃 산행입니다. 설악산 서북능선에 만난 참조팝나무, 조팝꽃들이 5~..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9. 8. 4. 17:46
여름을 기다리는 엄나무 꽃 어제 홍천 팔봉산을 올랐습니다. 8봉 중 가장 높은 3봉을 오르는데 숲속 저만치서 나무위에 노오란색 뭔가가 보이네요, 앞에 가는 사람들은 새 순이 돋은거라며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볼땐 7월에 무슨 새 순인가? 싶었죠. 가까이 갈 수 없는 위치여서 멀리서 볼 수 밖에 없었는데 아무리 봐도 뭔지 모르겠습니다. 노란색과 미색의 중간 정도의 색을 가진 꽃도 낯섭니다. 멀리서 나무를 뚫어져라 보니 잎 모양이 아련히 보입니다. 고로쇠나무 처럼 손바닥모양입니다. 그런데 고로쇠나무는 저렇게 동글동글한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팔봉산 3봉 정상 가까이 올라가서 아까본 정체불명의 나무를 위에서 200미리 망원렌즈로 찍어서 확대를 해 봅니다. 아~하... 바로 엄나무 입니다. 열매가 익는 가을이면..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9. 7. 18. 12:13
무식한 놈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시인 안도현의 '무식한 놈'이라는 시입니다. 안도현은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스스로에게 절교를 선언합니다. 그런데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해 내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싶어요? 절교를 하는 조건의 수준이 너무나 높아 보입니다. 쑥부쟁이 구절초, 개미취는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달걀 프라이처럼 가운데는 노랗고 주변에는 길쭉한 꽃잎들이 줄지어 원을 이루는 모양으로 보통 들국화라고 부르고 있죠, 하지만 들국화라는 종명을 가진 식물은 없다는 것. 우리가 들국화라고 싸잡아 부르는 꽃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꽃이 쑥부쟁이입니다. 쑥부쟁이는 쑥과 부쟁이의 합성어인데요,부쟁이는 취나물 ..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8. 10. 29. 11:53
까마중 들어보셨나요? 요즘 동네 길가 구석에 까만 콩알이 주렁주렁 열린 풀들이 지천입니다. 열매의 모양의 까만 중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까마중'이라고 불리는 한해살이 풀인데요, 아스팔트가 뒤 덮인 도심 속 조금의 흙이라도 있다치면 어김없이 튼튼한 줄기를 세우고 사방으로 가지를 뻗었습니다. 엊그제는 앙증맞은 하얀 꽃을 피우더니 오늘은 초록의 열매가 포도송이처럼 달렸습니다. 그리고 골목을 한바퀴 돌아 양지바른 곳에는 이미 까마중이 먹음직 스럽게 익어 있기도 합니다. 어릴적 들이며 산이며 쏘다닐 때, 한 알 씩 따 먹었던 까마중, 작은 방울토마토 마냥 과즙과 부드러운 씨가 달큰하게 입 속에서 터집니다. 워낙에 작은 까닭에 먹어봤자 배도 부르지 않기에 호기심으로 또는 장난삼아 한알씩 따 먹었죠. 어린잎은 삶..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8. 10. 22. 17:08
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 오늘 아침 일산에서 농사를 지으시고 계신 지인분이 카톡으로 올려 주신 꽃 사진 입니다. 메꽃 같기도 하고 나팔꽃 같기도 한데 뭔가 조금 다른것 같습니다. 알고 보니 평생 한번 보기 힘들다는 '고구마 꽃'이라고 합니다. 올 여름 유난히 더웠던 이상고온으로 남부도 아닌 중북부지역인 일산에 고구마가 꽃이 폈다며 반가워서 꽃이 핀 줄기를 잘라 화분에 옮겨 심었다고 합니다. 이상기후 덕분에 저 먼 아랫나라의 식물들이 자라고 꽃을 피우는 이상한 시절 입니다. 고구마는 하루에 12 이하로 낮의 길이가 짧아지면 꽃이피는 단일식물입니다. 단일식물에는 콩,벼,옥수수,깨,목화같은 식물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이 고구마 꽃은 고구마 밭에서도 유독 햇볕을 받는 시간이 적은 그늘진 땅에서 꽃이 피었다고..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8. 9. 17. 10:41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 선정된 덕고개 당숲 경기도 군포, 갈치호수에서 수리산으로 넘어가는 나즈막한 언덕길, 이 길을 옛날에는 덕고개라고 불렀나 봅니다. 덕고개 중간즈음 가면 꽤 오래된 숲이 나오는데, 이 숲이 '덕고개 당숲'으로 군포8경중 4경에 속한다고 합니다. 왜 덕고개일까? 하는 궁금증에 네이버 백과사전을 펼쳐 봅니다. 크고 중요한 곳에 '덕(德)'자를 붙여 불렀다고 합니다. 덕고개는 높지 않지만 중요한 길이 었나 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천연두에 죽은 시체를 덕대(들것)에 얹어 이 고개에 갖다 놓았다는데서 유래했다고도 합니다. 당숲 가둔데 떡 하고 서 있는 굴참나무 입니다. 굴참나무는 황벽나무, 개살구나무와 함께 3대 코르크 나무 중 하나로 코르크층이 두껍습니다. 그래서 강원도에서는 굴피집의 ..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8. 7. 17. 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