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냉면의 지존, 남포동 원산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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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하고도 그 옛날, 남포동 나가면 어쩌다 한 번씩 들렀던, 그리고 갈 때마다 사람들이 붐볐던, 냉면집을 정말 오랜만에 찾았습니다.

가는 길이 아리송해서 좁은 골목을 들어가서도 여기가 맞나 싶었는데 어떻게 제대로 찾긴 했습니다. 

부산사람들은 서울사람들 처럼 고순 메밀로 만든 평양냉면 같은 음식이 낯설죠, 메밀이 자라지 못하는 기후 탓도 있을 것입니다. 대신 밀가루로 만든 밀면이 냉면을 대신해 일찌감치 부산사람들의 입맛을 길들였죠.

저 또한 부산의 음식인  '밀면'을 먹고 와야 부산에 갔다 온 기분이 날 정도로 밀면 마니아입니다. 밀면은 일찌감치 유명한 '개금밀면'에서 한그릇 후루룩 했고, 오늘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그 유명세 또한 남다른 남포동 원산면옥을 서울내기인 집사람과 아들에게 소개하러 방문합니다. 아들이 냉면 좀 먹습니다.   

수요미식회 함흥냉면 맛집, 부산 남포동 원산면옥

1953년에 문을 연 '원산면옥, 주인이 북한의 원산에서 거제도로 온 피난민이었다고 합니다.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휴전 전으로 남과 북 갈라져 버려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기에 부산에서 함흥냉면 장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평양에는 메밀, 함흥에는 고구마나 감자 전분으로 만든 쫄깃한 면이 특징입니다. 함흥은 일제강점기때 부터 개마고원에서 생산된 감자를 가공해 전분을 생산하는 공업이 발달한 도시였고, 자연스럽게 감자 전분을 사용한 음식들이 생겨나게 됐죠, 그리고 함흥냉면에 고구마 전분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도 함경도에서도 남쪽 해안에 위치한 탓에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는 고구마 재배가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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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취향은 쫄깃한 함흥냉면보다 뚝뚝 끊어지는 평양냉면을 선호 합니다. 수요미식회에서 극찬하고 온갖 티브이 방송에서 소개를 했다고 하니 꼭 먹어 봐야겠죠? 저 또한 20년도 훌쩍 넘은 고릿적에 먹어 봤던 터라 전혀 기억에 없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광복로 56-27←56-1 표지판을 보고 골목안쪽을 보면 으로 들어가면 5층짜리 원산면옥 건물이 보입니다. 빌딩까지 지을 정도로 돈을 많이 벌었나 봅니다.

광복동 이니스프리, 엘지유플러스 사이 골목에 원산면옥 빌딩이 있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 반 달라진건 없는 것 같습니다. 입구에 수요미식회, 생활의 달인에서 국보급 냉면달인, 문 닫기 전에 가야 할 집 등등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네요.

그리고 원산면옥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할매 가야밀면'과 원산면옥보다 더 오래된 '할매집 회국수'도 있으니 "함흥냉면이 별로다"라고 하면 한번 관심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 골목 안에서 우리나라 3대 면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네요.  

 

 "선불 받는 집은 가지 마라"

예전에 누구에게선가 "선불받는 식당은 안 가는 게 좋다"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말을 듣고 나서 선불을 달라고 하면 왠지 기분이 좋지는 않더군요. 그런데 '원산면옥'이 선불을 받네요. 

가격표를 보니 뛰쳐 나오고 싶었습니다. 평양냉면 1.1만 원, 함흥냉면 1.1만 원, 만두 1.1만 원, 수육 4만 원,  어복쟁반 소 5.5만 원, 대 8만 원...  언제 이렇게 가격이 올랐는지 한동안 입이 쩍 벌어졌다 다물어지지가 않네요.

간간한 고기육수가 담긴 오래된 양은 주전자로  오래되어 보이는 엽차잔에 따라 먹습니다. 입에 척 감기는 맛의 육수입니다.

무려 11000원짜리 평양냉면 입니다. 노릿노릿한 놋대접에 오이와 파, 배, 고기 고명을 얹은 진한 국물의 평양냉면입니다. 오리지널 평양냉면은 아니고 메밀과 고구마전분을 썩어 함흥식을 절충한 듯합니다. 

고구마 전분으로 뽑은 오리지널 함흥냉면 입니다.

원산면옥의 육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슴슴한 맛의 평양냉면에 비해 간도 세고 향도 강합니다. 뭐랄까 고기향이 좀 강한 것 같은... 육수는 훌륭합니다.

냉면 마니아인 우리 아이는 면을 한 젓가락 올려 식초를 직접 뿌려서 먹습니다. 그러더니 사리 추가해 달라고 합니다. 사리추가 5천 원, 이 녀석 16000원짜리 냉면을 먹네요.

주문한 만두가 나왔습니다. 6알에 11.000원. 비싸다 비싸...

속은 실했지만, 특별히 맛있네 할 정도는 아닙니다. 차라리 부산역 앞 춘하추동 밀면집 만두가 더 나은 듯합니다.

원산면옥 총평

투박한 메밀로 빚은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나에겐 고구마전분의 비율이 많은 쫄깃한 원산면옥 평양냉면은 좋지도 싫지도 않은 정도였다. 다만 달콤 짭조름하면서 시원하고 육향 가득한 육수는 정말 맛있었다. 함흥냉면은 그냥 함흥냉면. 그리고 최대의 걸림돌 비싸다. 저 가격이면 더 맛있는 곳 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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