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터 깊은 계곡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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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도 힘찬 한여름 설악산 마장터 트래킹

이틀전 내린 비로 설악산 마장터로 들어가는 초입 계곡 부터 난감합니다. 보통때면 징검다리를 가뿐하게 건넜을텐테 엊그제 내린 비로 계곡물이 불어 징금다리 가운데 두세개의 짱돌이 물에 잠겼습니다. 

함께 동행한 일행은 등산화를 벗어 들고 허벅지까지 빠지는 징검다리 아래로 도하를 하고 저는 처음부터 등산화를 포기하고 징검다리 위로 첨벙첨벙 걸어 갑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차라리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장터로 가는 길은 인제 용대리 박달나무쉼터에 차를 주차 합니다. 미시령 옛길가에 있는 식당인데 터널이 생긴 후로는 지나가는 차가 드물어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쉼터 사장님은 간간히 찾아 오는 등산객 차량 주차료로 하루에 5천원을 받는것이 주 업이 되어 버린것 같습니다. 그리고 쉼터 주변에 캠핑장도 운영하나 봅니다. 쉼터 뒤로 흐르는 계곡이 꽤나 놀 만 하거든요.     

마장터는 북설악 신선봉과 마산봉 사이의 고갯길인 대간령, 또는 새이령의 서쪽에 있는 주막터로 1970년대 미시령이 개통되기 전까지만해도 원통장을 보러 다니던 마꾼들이 쉬어갔던 주막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마장터로 가는 사람들은 큰 박배낭을 맨 백패커와 20리터 내외의 괴나리봇짐을 진 등산객들로 나뉩니다. 마장터를 지나면 꽤 그럴싸한 산속 오지의 박지가 백패커들에게 유명하거든요.

스마트폰이 벽돌이 되는 마장터에서의 하룻밤

마장터로 가는 길은 박달나무쉼터에서 멋진 소나무가 보이는 길로 가다 바로 왼쪽 계곡을 건너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예전에는 소나무에 이정표가 붙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져 버렸네요. 초행길이라면 길 찾는데 애 좀 먹을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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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터로 가는 길은 계곡을 건너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내려올때 세어보니 크고 작은 계곡들을 총 19번 건넜더군요. 지금처럼 계곡에 수량이 많을때는 트래킹 샌들은 필수가 아니고 아예 샌들을 신고 가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박달나무 쉼터에서 주차를 본격 마장터로 들어갑니다. 마장터로 가는 길은  국방부 소유의 땅으로 국립공원에서 살짝 제외 됐습니다. 침식할 경우 변상금 부과 처분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문과 함께 철책이 쳐졌습니다. 차량출입은 금지됐지만, 등산객의 입장은 여전히 허용합니다. 

뽀송뽀송했던 등산화는 첫번째 계곡을 건너면서 절벅절벅 젖어 버렸습니다. 

마장터를 가다 보면 작은 소로가 중간중간 갈라져서 자칫 길을 잃을 우려가 있기도 합니다. 그럴때면 군인들 전화선인 삐삐선을 찾은 뒤 따라 가면 새이령까지 갈 수 있습니다.

국방부 땅임을 알리는 표식 입니다.

사실 제목은 마장터 백패킹이니 트래킹이라고 써 놓았지만, 저의 관심사는 마장터의 여름 야생화 입니다. 그래서 아래로 쭈욱 야생화 사진이 많습니다.  

미나리아재비과의 병조희풀 입니다. 깊은 산에가야 볼 수 있는 풀이죠.

여우오줌, 일명 왕담배풀, 예전 함백산에서 보고 두번째 입니다. 8~9월에 해바라기꽃 처럼 노란 꽃을 피우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입니다.

쥐오줌,노루오줌처럼 여우오줌이라는 이름이 붙은걸로 보니 아마도 뿌리에서 찌린내가 날 것 같기도 합니다.  

마장터길은 커다란 박달나무가 듬듬이 보입니다. 그래서 박달나무 쉼터라는 이름을 지었나 봅니다.

마장터로 오르는 길에 인제 천리길 14.7-2코스 이라는 푯말이 보입니다. 제작년만해도 없었던 이름입니다. 인제 천리길은 마을과 마을 사이 단절된 옛길을 복원해 33개 코스 403 km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길로 작년 가을 개통됐다고 합니다. 

작은 새이령 직전 있는 샘터 입니다. 더운 날 광천수 한모금에 기분까지 좋아 집니다. 

작은새이령, 소간령에 작은 성황당이 있습니다. 커다란 엄나무와 옆에 바짝 붙은 박달나무 아래에 굴참나무 껍질로 덮어 놓은 굴피 신당 입니다. 그 옛날 오고 가는 나그네의 안녕을 빌며 정한 수 한그릇 올렸겠죠. 지금은 보다시피 산악회 리본들이 주렁주렁하지만요.

작은새이령을 넘어 오분쯤 내려가면 삐죽삐죽 하늘높이 쏫은 낙엽송 군락지가 나타납니다. 과거 집터와 밭이 있던 장소에 조림을 했습니다.

 

천이의 극상에서 볼 수 있는 서어나무도 보입니다. 오래된 숲이라는 증거죠.

 마치 로마병정의 투구 같은 가래씨 껍질이 보입니다.

노오랗게 물 든 가래잎 단풍도 떨어졌네요. 이제 여름도 끝인가요.

단내나는 엄나무 잎도 여기저기 가을을 알리고 있습니다.

바디나물도 얼마지 않아 봉오리를 툭~하고 터트릴 기세 입니다.

아따~이쁘기도 이쁜 동자꽃도 봅니다.

그 흔하디 흔한 멸가치 꽃을 처음 봅니다. 요래 조래 생겼네요.

왠지 들어가면 안될것 같습니다. 저번에 왔을때는 멋진 통나무집을 구경했는데 애석합니다. 

통나무집이 궁금하다면 여기로 클릭!  마장터 통나무집

마장터 천리길은 계속 이어집니다.

봉삼이라고 불리는 '백선'이라는 약초도 보입니다. 원기 회복에 좋고 스테미너에도 좋답니다. 그리고 항암과 면역력증가 노화방지에 피부까지 좋아진다니 산삼에 버금가는군요. 5월 봉황같은 꽃이 핀다고 해서 '봉삼'이라는 이명도 있습니다. 독성이 있으니 생식은 금물 입니다.  

박지가 있는 주변에는 참나물이 지천입니다.

작고 앙증맞은 참나물 꽃 입니다.

수분이 끝난 참나물 씨방입니다.

우산나물도 꽃대를 훌쩍 올렸습니다.

물가라 그런지 물봉선이 지천입니다.

이 녀석도 좀 체 꿀 먹기가 쉽지 않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콩알만큼 작은 분홍콩먼지버섯도 눈에 들어 옵니다.

머룻잎을 열심히 파 먹고 있는 채식주의자 자벌레입니다.

버드나무 가지를 돌돌 말아 꽉 붙들고 있는 애벌레도 이색적입니다.

짝짓기에 열중인 붉은꽃하늘소

박지 앞으로 흐르는 계곡이 시원하고 상쾌합니다. 숲속 계곡은 기온이 25도를 왔다 갔다할 정도로 서늘합니다.

땅바닥에 돌배가 한가득 입니다. 바람이라도 한번 불면 여기 저기서 후두둑 텅텅텅 돌배들이 쏟아져 내려 옵니다. 술담그면 끝내준다고 하죠.

족히 20미터나 되는 돌배 나무입니다.

계곡을 건너 평평한 비박지 입니다. 3인용 텐트 열개 정도 칠 수 있는 공간 입니다.

전화도 터지지 않는 오지중의 오지 마장터 백패킹, 속세의 걱정은 잠깐 미뤄 놓습니다.

익숙하지 않았던 계곡소리 덕분에 잠은 설쳤어도 이상하게 피곤하지는 않습니다. 

박지앞 계곡의 모습 입니다.

성인 가슴깊이의 너른 소는 자연 풀장입니다. 물은 또 얼마나 시원하고 찬지 올 여름 피서 제대로 합니다.

박지를 뒤로 하고 새이령으로 오름니다. 습한 환경에 보이는 고사리과 관중입니다.

짚신나물꽃도 이렇게 이쁘군요.

물푸레나무도 올해 농사를 모두 끝내나 봅니다. 계곡 길가에 씨앗이 지천입니다. 이 가운데 몇개나 발아가 되어 큰 나무가 될까요?

신밧드의 바지를 닮은 고추나무 열매도 봅니다.

바디나물 꽃이 폈네요.

시어머니에게 괴롭힘을 당해 죽은 며느리의 한이 있는 '꽃며느리밥풀'입니다.

깊은 산속에서 만나는 송이풀 입니다. 꽃이 폈네요.

거미의 건축술이 대단합니다. 한참을 봅니다.

생강나무도 열매를 영글고 있습니다. 까만 열매가 익으면 기름을 쭉~짜 머릿기름으로사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강원도에서 동백나무라고 불렀죠.

이번 마장터 백패킹, 트래킹의 마지막 코스로 북설악의 신선봉과 마산봉 사이의 낮은 고갯길에 있는 새이령, 대간령에 올랐습니다. 

새이령에서 신선봉은 비법정탐방로 입니다. 백두대간을 하시는 분들은 아쉬운 구간이기도 합니다. 

여름, 마장터 1박2일 백패킹은 깊은 골짜기를 따라 내려 오는 계곡을 끼고 있기에 큰 비가 내리면 위험천만할 수 있습니다. 대신 날씨를 잘 맞춘다면 이만한 곳은 또 없기도 하고요. 마장터는 활엽수가 많아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게다가 수량도 적당하니 발 젖을 일도 없구요. 모기나 해충도 덜 하죠. 대신 몇 안되는 박지는 금방 선점된다는 단점이 따라 옵니다.

가을이 오면 좋은 사람들끼리 마장터로 다시 의기투합 할 수 있기를 기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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