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중청대피소 기로에 서다
얼마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설악산 중청대피소를 2019년인 올해까지 폐쇄, 철거 하며, 죽음의 계곡 하부에 있는 희운각 대피소의 정원을 늘여 중청대피소를 대체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중청대피소 폐쇄 보도를 접하고 많은 추억이 있었던 대피소가 사라짐을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라지기 전에 꼭 한번 찾아가자고 굳은 마음을 먹게 됐죠.
그리고 저번주 중청 대피소를 예약하고 설악산 산행을 나섰습니다. 오랫만에 들어간 중청대피소는 내부가 3층으로 리모델링 됐네요. 3층이 따뜻하다며 3층으로 자리를 배정 받았지만, 사다리를 올라 3층까지 가는것이 너무 위험해 보여 1층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하산을 하는 도중 일주일 근무를 마치고 하산하는 중청대피소 공단 직원을 만났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폐쇄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는데, 공단 직원의 이야기로는 2019년이 아닌 2022년 부터 단계적 패쇄를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아직 2년 정도가 남았습니다.
또한 공단 직원은 대피소 본연의 임무 보다 숙박과 휴게소 목적으로 변질된 것도 있고, 대청봉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어 대청봉의 훼손을 가속화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지어진지 25년 된 대피소가 상당히 노후화 됐고, 능선에 위치해 있어서 주변 경관을 훼손한다는 이유도 있다고 합니다. 중청대피소는 대청봉과 불과 20분 거리로 대청봉의 일출을 보기 위한 목적으로 많이 찾는 대피소 인데, 3년 뒤면 대청봉의 일출을 보려면 한참 더 고생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7월 말 설악산 중청봉 아래 중청대피소의 풍경 입니다.
대청봉을 오르며 대려다본 중청대피소. 2년 후면 대피소가 철거되고 추억으로만 남는 중청대피소가 되겠네요.
3층 목조로 만들어진 중청대피소 내부의 모습 입니다. 대피소 까지 와서 3층까지 올라가야 하는 것이 그냥 싫더군요.
대피소 이용은 성수기에는 13.000원, 비수기에는 12,000원, 그리고 침낭을 가져 오는것도 좋지만, 무겁고 짐이 되기 때문에 담요(군용모포) 두장을 빌려 한장은 깔고 한장은 덥고 자는것을 추천 합니다. 대피소안에는 스팀보일러가 있어 춥지 않아서 담요 두장 4천원 이면 쾌적하게 잘 수 있습니다. 그리고 3M 귀마개는 꼭 필수 입니다. 피곤한 산행으로 코골고 이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죠.
중청대피소 판매 물목
산행을 마치고 시원한 탄산음료를 마시려고 했더니 이제는 안판다고 하네요. 그것만 생각하고 몇 시간을 걸었는데 허무했습니다. 취사장에 취사용 물이 있어서 마실 물만 구입하면 되고, 즉석밥은 전자렌지에 데워 줍니다. 굳이 설거지 귀찮게 밥을 할 필요가 없겠죠?
이제 2년 후면 다신 볼 수 없을 설악산 중청대피소, 그 전에 한번 더 올 수 있을지는 기약 없습니다. 설악산의 수렴동, 양폭, 희운각, 소청 대피소가 옛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지어졌죠. 반듯하고 깨끗한 지금의 획일적인 대피소들 보다, 호박돌을 박아 삐뚫게 지어졌던 추억이 있는 그 때의 대피소들이 그립습니다. 국립공원을 아름답게 보존하고 잘 관리하는 것도 좋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추억도 오래 오래 관리 해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관리공단은 국립공원을 보존하고 잘 관리하는 것 이면에 국립공원에 국민들을 오지 못하도록, 오기 힘들도록 하는 정책을 펴는것 같아서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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