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를 만난 떡갈비와 육회비빔밥, 부산 맛집 새진주 식당
모처럼 만의 부산여행에서 지인이 맛집이라고 해서 따라간 식당입니다. 보수동 책방골목 부근, 중부산세무서 옆에 있는 새진주 식당입니다. 그러고 보니 90년 말에 왔었던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25년이 지나는 동안 그 자리 그대로 건재해 있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보수동 책방골목도 학창 시절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인데 이곳에 오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간 느낌입니다.
보수동 새진주 식당은 1955년 개업해서 6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 오고 있는 노포 중의 노포 입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김영삼 대통령의 단골식당으로도 유명합니다. 제가 1990년 말에 이 식당을 오게 된 것도 김영삼 대통령 때문이었습니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통령을 퇴임하신 후였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정치적 지지기반이기도 했던 부산에 오셔서 부산 지역의 정치세력들과 이곳에서 식사를 했었는데, 1,2층에 족히 백 명이 넘은 사람들로 붐볐던 기억이 납니다. YS는 '식당정치'로 유명한데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는 것이 부산에서의 권력 그 자체였던 시절이었죠.
부평동 국제시장에서 보수동 책방골목 앞 큰 도로를 따라 책방골목을 오른쪽에 두로 직진하다가 보수사거리에서 우회전해서 200~300미터만 가면 오른쪽에 새진주식당을 찾을 수 있습니다. 주차장이 따로 없어서 세무서 뒤편 골목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던가 주변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새진주 식당의 메인 음식은 석쇠불고기와 육회비빔밥인데요, 생활의 달인 프로에서 육회비빔밥의 달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나 봅니다.
육회비빔밥의 달인 조춘자 여사님, 50년 전통의 내공이 포함된 가격이라 저렴하지는 않습니다. 육회비빔밥 1만 4천 원, 석쇠불고기 1-2인분 3만, 3-4인분 4만 원. 파전도 2만 5천 원이나 합니다.
2015년 11월 23일 김영삼 대통령 서거 특집호에 실린 한 일간지 기사에 새진주식당이 4단 크기의 사진으로 나왔습니다. 기사 내용에는 "식당은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에게 ‘영업 일선’이다. 정치인들이 지역 조직을 관리하고, 지역 여론을 떠볼 수 있는 장소가 식당이었다. 지역 기반인 부산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식당 정치’를 최대한 활용했다. YS의 정치 스타일 때문에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는 것, 그것은 부산에서 권력이었다. "라고...
90년대 기억을 쫓아 식당 2층으로 올라가 봅니다. 당시에는 좌식이었던 기억인데 지금은 의자와 테이블로 세팅되어 있네요.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오이소박이며 마늘장아찌, 도라지 김치, 열무김치, 꼬들꼬들 맛있는 감자조림이 나옵니다. 맛이 자극적이지 않으며 집에서 먹는 반찬 같습니다.
새진주 식당은 메인인 석쇠불고기입니다. 은은한 불향 사이로 육미가 진동을 합니다. 한우 소고기를 연탄불에 구워 내온다고 합니다.
가만히 보니 특이하게 낙지가 들어가 있습니다. 낙지의 꼬들한 식감이 소불고기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과 잘 어울립니다.
25년 전에도 먹어 본 육회 비빔밥입니다. 맛있는 고추장과 진한 참기름, 고사리와 표고, 숙채 나물의 부드러운 식감이 잘 지어진 쌀밥과 만났습니다. 어느 비빔밥이 여기에 대적할까 싶습니다. 게다가 초록과 노랑 빨강의 고명이 식욕을 마구마구 당깁니다.
어릴 때 향수를 자극하는 부산 스타일의 소고기 국밥입니다. 요즘 소고기 국밥은 비계가 없는 양지살로 끓여서 제 입맛에는 별로 입니다. 하지만 여기는 고소한 지방이 붙은 고기와 선지로 끓여 내옵니다. 그리고 두태기름의 향이 진하게 나는 선지국과 소고기국의 중간 즈음, 시골 장터 국밥 입니다. 식당을 나설 때 선짓국만 따로 포장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더군요.
오랜 연륜이 묻어 나오는 새진주 식당, 50년 노포 중의 노포, 육회 비빔밥 쓱싹쓱싹 몇 숟가락에 순식간에 바닥이 드러납니다. 양이 적은 듯 보이지만 모자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정성 들여 먹었습니다.
지금도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정. 재계 인사들과 식당의 연륜만큼이나 나이 드신 식객들이 부산을 찾을 때 반드시 들르는 부산의 대표 맛집이라고 합니다. 식당 영업시간은 11시부터 21:30분, 주소는 부산 중구 흑교로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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