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단골 중국집, 덕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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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찾은 남영동 맛집 덕순루

제가 이 집을 처음 갔을때가 2005년 이었으니까 벌써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근처에 직장이 있어 주로 점심시간에 들러서 짜장면이나 짬뽕 볶음밥 같은 식사류를 많이 먹었습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에는 짬뽕을 먹으려고 줄까지 서야 했던 이 동네에서도 맛있기로 소문난 중국집이었죠.

주방에서는 사장님이 요리를 하시고 사모님은 카운터를 보셨는데, 두분다 화교이신지 중국말로 쏼라쏼라 목청 크게 주문을 넣던 기억도 있습니다. 가끔은 중국말로 싸우기도 하고...

그런데 맛도 좋고 다 좋은데, 딱 하나 청결하지 못한게 흠이었죠, 가끔 바퀴벌레가 나올정도여서 여직원들은 기겁하며 싫어 하기도 했죠. 

그렇게 오랜 기억과 추억의 남영동 덕순루를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거의 10년만 입니다. 위치는 여전히 그대로 입니다. 자주가던 단골 부대찌개집도 그대로, 닭볶음집도 그대로, 작은 카페와 몇개의 술집들이 새로 생긴것 외에는 별로 변한게 없습니다. 아마도 용산 미군부대 이전과 함께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진행될 시한부 동네이기 때문에 그렇겠죠. 그러고 보니 본격적인 재개발이 시작되면 덕순루도 며칠전 영업을 중단한 '을지면옥'처럼 이삿짐을 싸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대교체를 이룬 남영동 덕순루 중화요리집

서울미래유산 덕순루

10년만에 찾은 덕순루는 간판이 깔끔하게 변한것 같고 문에 '서울미래유산'이라는 멋진 명판이 달려있습니다. 지금 건물에서 1959년부터 영업을 해오고 있다고 하니 60년 이상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산'이 맞긴 합니다.      

그런데 제가 오지 않았던 기간 동안 덕순루에 뭔가 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영업을 하셨던 화교 부부께서 2018년 여름 즈음에 가게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사모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더 이상 영업을 하지 못하시고 시골로 내려가셨다는 이야기 입니다. 연세도 많으시니 아쉽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요. 그렇게 잊혀져 가던 덕순루 였는데, 2020년 12월에 1대 사장님의 둘째 아드님이 가게를 이어받아 세대교체를 이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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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후 재오픈한 덕순루 짬뽕

덕순루 짬뽕

아들이 물려 받은 덕순루는 깔끔하게 리모델링 됐고 메뉴도 심플하게 바꿨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아주 괜찮습니다. 원래부터 덕순루는 탕수육, 깐풍기, 볶음밥이 맛있었는데. 혼자라서 그런건 먹기 힘들고 짬뽕밥을 시킵니다.

다진 고기를 튀긴 '민찌'가 한 덩어리 들어 있는 특이한 짬뽕이 나옵니다. 불향이 진한 국물도 가벼우면서도 강합니다. 그러고 보니 1대 사장님이 하실때 먹던 그 짬뽕이 아닙니다. 짬뽕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분명히 오징어가 눈에 띌 정도로 많이 들어 있는 일반적인 중국집 스타일의 짬뽕이었는데 지금은 불향 가득한 교동짬뽕 스타일 입니다. 

고기 민찌에 표고와 죽순, 목이버섯, 불맛 입힌 양파, 오징어는 아주 조금 보입니다. 매움과 칼칼함 그 중간,  개운함과 묵직함 그 중간 쯤, 밸런스가 잘 맞춰진 깔끔한 맛입니다. 어느 순간 바닥에 남은 국물까지도 남김없이 후루룩 하면 불콰해진 얼굴에서 땀방울이 연신 흐릅니다.  

덕순루 짜장면

세번째 덕순루 방문에는 동료와 함께 갔습니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인데 대기줄이 우리 앞으로 3팀이 있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도 여전히 대기줄이 있는걸 보니 보통 2시까지는 사람들이 몰리나 봅니다. 

이날은 중국집의 메인 메뉴인 짜장면을 먹었습니다. 그간 짬뽕과 볶음밥을 먹고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짜장면은 정말 기가막히고 코가막히는 맛 입니다. 달콤한 소스와 부드러운 면발의 환상의 하모니가 입속에서 발레를 하듯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갑니다.  

덕순루 볶음밥

덕순루 볶음밥

다음날, 볶음밥을 먹기위해 또 찾았습니다. 덕순루는 옛날부터 볶음밥이 유명했죠. 짬뽕국물과 단짠하면서도 걸죽한  짜장 소스가 나옵니다. 그리고 오늘의 메인, 볶음밥이 아주 고슬고슬 잘 볶아졌습니다. 밥알이 뭉치지 않고 한알 한알 반들반들하게 기름으로 잘 코팅 되어 있습니다. 달걀과 양파, 파, 당근이 주 재료인데 맛을 잘 살렸습니다.  

먼저 볶음밥만 한 순가락 먹어 봅니다. 아~ 고소한 볶음밥입니다. 두번째는 짜장소스를 비벼서 먹어 봅니다. 확 하고 감칠맛이 더해집니다.  

요즘 이렇게 잘 볶은 볶음밥은 드문데 오늘 제대로 된 볶음밥을 먹었습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짜장소스랑 먹어도 맛있습니다.  

하루 하루 발 길이 더 해지면서 한가지씩 메뉴를 더 하는 재미가 있는 60년 노포 덕순루 입니다. 미래세대에 물려줄 '100년 후의 보물'로 지정된 서울미래유산인 덕순루가 오래 오래 이 자리를 지켰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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