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의 시작, 크루즈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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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크루즈를 타고 떠나는 울릉도 여행

'울릉울릉 울릉도'라는 말이 있죠, 그만큼 울릉도에 가는 것은 뱃멀미와의 악전고투이기 때문에 생겨난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말도 옛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저의 첫 울릉도 상륙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강릉에서 어렵게 출발한 배는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엄청난 롤링과 함께 극심한 멀미를 겪어야 했습니다. 바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누워 있고 의자에 앉은 사람들도 모두 멀미 봉투에 입을 박고, 화장실에는 토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서 문도 열리지 않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 그 자체였죠. 여행은 둘째치고 울릉도 가기 전부터 멘붕이었습니다.  

지옥 같은 3시간을 버티며 겨우 울릉도에 도착합니다. 마중 나온 지인은 "오늘이 역대급 파도였다며, 정말 고생했다"라고 합니다. 다리는 이미 풀리고 몇 시간의 멀미로 몸은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마침 대중목욕탕이 보이길래 뜨끈한 탕에 들어가 몸을 추스리기도 했는데, 바닥까지 떨어진 체력은 쉬이 회복되지 않더군요. 그래서 울릉도에서 유일한 병원인 울릉보건의료원에 가서 링거주사를 맞고 나니 기분도 좋아지고 몸이 되살아 나더군요. 악몽 같았던 울릉도 첫 상륙의 고통이었습니다. 

 

울릉도 멀미약 맛집

 

얼마나 멀미에 시달렸으면 약국도 아닌 항구 주변 가게에서 직접 조제한 특제 멀미약들을 팔고 있기도 했습니다. 울릉도를 떠날 때는 여러 가게 중에서 특히 잘 듣는 멀미약을 파는 곳이라며 추천받아 사서 먹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울릉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신비의 섬'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섬 입니다. 하지만 시간이나 멀미, 기상상태에 따라 발이 묶여서 나오지 못하는 경우 등.. 변수가 많아 가고 싶어도 쉬이 갈 수 없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울릉도 100만 관광의 꿈

 

이렇게 가깝고도 먼 곳 이었던 울릉도에 지금은 어마어마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강릉, 동해 묵호항, 울진 후포, 포항의 4곳에서 하루 2,600명의 관광객이 쾌속 훼리를 타고 울릉도에 들어갑니다. 여기에 작년에 취항한 1,200인승 대형 크루즈의 운항으로 울릉도가 개척된 이래 최고의 인파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면 올해들어 6월 말까지 울릉도를 찾은 여행객들이 21만 50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만 3341명 보다 2배 이상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50만 명을 훌쩍 넘길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2026년 울릉공항까지 완공된다면, 바닷길에 이어 하늘길까지 열려 울릉도 100만 관광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울릉도는 우리나라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작은 면적에 인구수도 9,000명 밖에 되지 않는 섬입니다. 이 작은 섬에 한해 100만 명이 몰려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걱정이 앞서는 부분입니다. 

울릉도는 섬 나리분지를 제외한 섬 전체가 산악지형이라 개발을 할 수 있는 땅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원시림의 자연환경보전지역인 나리분지도 개발이 제한적이고요. 그리고 도로도 좁고 제대로 된 주차장도 없습니다. 또한 숙박 시설을 비롯한 관광 인프라가 턱 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산을 깎는 난개발이 진행될 건 안 봐도 눈에 선 합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재산인 울릉도에 난개발로 생태계 파괴가 가속된다면 그것은 자기 살 깎아먹는 일이나 다름없게 됩니다. 

몇 년 전, 울릉도에 갔을 때 프랑스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한 여학생을 만났습니다. 집이 울릉도인 친구인데 마침 방학이라 부모님이 계신 울릉도에 왔더군요.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건축을 전공하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 친구는 "어릴 때부터 살았던 울릉도가 점점 난개발로 파괴되는 것이 안타까웠다면서, 어차피 개발되어야 한다면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는 개발을 하고 싶다."라고 말하더군요. 지금은 졸업을 했을 건데 그녀의 후일이 궁금해집니다.  

어떤 개발에도 희생이 따르는 법이죠, 늘어난 관광객들들을 어떻게 수용할 지는 울릉도 전체의 숙제가 아닐까 합니다. 

 

울릉크루즈
인천에서 제주간 다녔던 오하마나호(6,322t) 보다 세배는 더 큰 뉴시다오펄호(1만9천998t)가 배가 정박되어 있습니다.

울릉도를 가장 편하게 가는 방법 '울릉 크루즈'

 

이번이 5번째 울릉도 방문 입니다. 지금까지는 쾌속 훼리를 탔었는데 이번에는 작년 9월에 취항한 울릉 크루즈를 타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포항에서 울릉도 간을 운항하는 울릉 크루즈 '씨다오펄'은 1만 9천998t에 1천200명 정원으로 세월호 6,322t 보다 3배가 더 큰 규모입니다.  

울릉크루즈는 포항에서 밤11시50분에 출발해 다음날 아침 6시 20분에 울릉도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울릉도에서는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해 포항에는 오후 7시 45분 도착입니다. 하루 1회 운항하며 시간은 6시간 30분이 소요됩니다. 같은 항로의 훼리호가 3시간 30분, 그리고 최단 거리인 후포에서 울릉도는 2시간 10분대 인 점을 감안하면 울릉크루즈는 소요시간이 2~3배가 더 걸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6시간 30분이라는 소요시간은 누군가에게는 단점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여행의 추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울릉크루즈의 장점이라면 뱃멀미에서 해방될 수 있고 어지간한 태풍급 풍랑에도 결항하지 않아서 여행계획에 차질이 없는 점, 그리고 의자가 아닌 침실로 되어있어서 훨씬 편하게 갈 수 있는 점입니다. 또 하나 쾌속 훼리와 달리 선상 갑판에 나와 바다를 마음껏 느낄 수 있으며, 다양한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특히 크루즈에서 보는 아침 일출의 감동은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장관입니다. 

울릉크루즈 탑승
오후 9시가 넘어서 승선이 시작됩니다. 뒤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그 뒤로 넓은 주차장이 있습니다. 주차료는 무료 입니다.

울릉크루즈 여행

 

서울에서 포항행 KTX를 타고, 다시 버스로 30분 거리의 포항항국제여객터미널로 이동합니다. 시간은 이미 9시를 넘긴 깜깜한 밤이 됩니다. 그런데 눈앞에 배낭이며 케리어 같은 짐을 든 엄청난 인파들이 모여 있습니다. 마치 피난을 가는 영화의 한 장면이 오버랩됩니다.   

하얀색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크루즈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 곳곳에는 크루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 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이제야 여행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승선표와 신분증 검사를 하고 뱃머리 쪽으로 올라갑니다. 머리 위로 보이는 뱃머리에는  '신석도명주'라고 쓴 한자가 페인트에 가려져 있지만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그 아래로는 'NEW SHIDAO PEARL'이라고 적힌 글자가 보입니다. 뉴 씨다오 펄, 즉 새 시다오 진주라는 이름을 가진 크루즈입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배는 2017년 중국에서 건조되어 전북 군산에서 중국 시다오간 운행하던 석도국제훼리(주)소유의 카페리선이었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운항을 하지 못하게 되자 울릉크루즈(주)가 임대를 했다고 합니다. 이 배의 임대료만 하루 3천만 원이라고 합니다. 한 명당 10만 원만 잡아도 1000명이면 1억이니.. 기름값, 직원 봉급, 기타 수선비며, 도선비에 항구사용료 등등... 수익이 남으니 운항을 이어나가는 것이겠죠.

뉴씨다오펄은 호텔식 로열스위트룸부터 2인실, 4인실, 6인실, 10인실, 17인실까지 227실에 1200명이 탑승할 수 있는 공간으로 1200석 모두 침실로 운영됩니다. 가장 비싼 80만 원 로열스위트룸부터 가장 싼 6만 5천 원의 다인실까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크루즈에 올라 5층 프런트에서 객실 카드를 수령합니다. 5층에는 편의점, 노래방, 식당, 카페 같은 편의시설이 있고 객실은 6,7,8층입니다.  두대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객실로 향합니다. 길고 길었던 하루의 여정이 마무리되는 순간입니다. 

울릉크루즈 가격

더보기

울릉크루즈 탑승료

로열스위트룸 객실은 (2인기준) 800,000

2인실 400,000

4인실 디럭스 120,000

창 측 4인실 110,000

내측 4인실 100,000

창 측 6인실 80,000

내측 6인실 75,000

17인실,10인실 65,000

편도가격으로 터미널이용로 별도 (대인 1,500 소인 750원)입니다.

로열스위트룸과 2인실은 객실별 요금이며, 4인실 디럭스 이하는 인별 요금입니다. 

만 12세 미만의 소아는 50% , 중, 고등학생은 10%, 노인, 경증 장애인 20%, 중증장애인(보호자 1인 포함) 50%, 국가유공자 및 군인 10%, 20인이상 단체 10% 

여객운임 할증기간

여름성수기: 7월 넷째 주 목요일부터 8월 둘째 주 일요일 포항출항까지 주

명절 특별수송기간: 설날, 추석 연휴 시작 1일 전부터 마지막 날까지 

대체휴일, 토, 일요일, 공휴일 등이 3일 이상 연속되는 기간

가격면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4인가족의 경우 4인실을 한 가족이 사용할 경우에는 배안에서의 시간까지도 여행이 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죠.

5층 안내데스크

가운데 TV와 좌우로 커튼을 칠 수 있는 1인용 침대 두 개와 작은 욕실과 냉장고가 있는 2인 객실입니다. 침대에 누우니 기상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등을 통통 두드리는 작은 진동 외에는 어떤 미동도 느끼지 못할 정도입니다. 

11시가 되자 가수의 라이브 공연이 시작됩니다. 술 마시며 흥겨운 분위기가 12시까지 계속됩니다. 

울릉도 여행은 크루즈에서 맞는 일출부터 시작된다. 

객실에서 짐을 풀고 식당에서 일행들을 만납니다.  커다란 식당 안은 이미 잔칫집 분위기입니다. 무대에서 가수의 라이브와 몇몇 사람들은 앞으로 나와 덩실덩실 춤까지 춥니다. "풍악이 있으니 어찌 가만있으리오, 술을 대령하라~  " 식당 안에는 흥겨운 음주 파티가 시작됩니다. 가수의 라이브는 12까지 관광객들의 분위기를 높입니다. 

4시 30분에 맞춰놓은 알람에 눈을 뜹니다. 울릉 크루즈에서 맞는 환상적인 일출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부스스한 얼굴로 갑판에 올라가 봅니다. 시원한 새벽바람과 함께 어슴푸레한 울릉도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곧이어 5시가 되자 바다 위에서 해가 얼굴을 내밉니다. 아침 일출을 보러 나온 갑판 위의 관광객들은 감탄의 환호성을 지릅니다. 십 분 여가 더 지나자 동그랗고 진한 주황빛의 해는 머리 위까지 올라갑니다. 배에서 보는 동해의 일출은 감탄 그 자체입니다. 

동남 방향으로 붉은 기운과 함께 오늘의 해가 첫인사를 합니다. 

울릉도 일출

살면서 바다 수면에서 떠 오르는 해를 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요? 

울릉크루즈에서 보는 아침일출

울릉도 여행의 첫 번째가 선상 일출부터 시작입니다. 누군가는 잠자리에 있을 시간, 누군가는 일출의 장관에 감동을 합니다. 

울릉도 여행의 첫출발은 크루즈에서 보는 일출부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울릉도 전경

일출과 함께 울릉도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납니다. 

아침 일출의 흥분이 가라앉을 때쯤, 6시 20분 드디어 울릉도에 도착하며 30분 정도 대기후 짐을 챙겨 배에서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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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하늘길도 열린다.

3박 4일의 울릉도 여행을 마치고 다시 사동항 울릉크루즈에 올랐습니다. 높은 갑판에 오르니 방파제 뒤로 울릉도 공항 건설예정가 눈에 또렷하게 보입니다.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8~10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이동시간이 비행기로 1시간 내외로 단축되면 수도권 관광객들의 울릉도 여행이 봇물 터지듯 밀려오지 않을까요.

2020녀 9월 사동항 방파재가 9호태풍 '마이삭'에 100미터가 유실돼 응급복구로 테트라포트로 막아 놨습니다. 

사동항 방파재 뒤편에는 2026년 개항 목표로 울릉도 공항이 지어질 예정입니다. 얼마 전 첫 케이슨이 바닷속으로 박혔다고 합니다. 방파제 뒤로 수면 위 12미터 높이의  케이슨을 설치해 공항 기반을 다져 1.2km의 활주로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케이슨은 항만 건설에 활용되는 상자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인데, 방파제 역할을 하는 해상 구조물이기도 합니다. 현재 첫 케이슨이 설치됐다고 합니다.

케이슨 한 개의 크기가 가로 38, 세로 32, 높이 27미터의 직육면체로 무게만 약 1만 6000톤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케이슨은 포항에서 제작되어 사동항까지 운반한다고 합니다. 울릉공항에는 전체 30개의 케이슨이 설치돼 공항 부지의 방파제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른쪽 가두봉을 깎아 그곳에서 나오는 토사로 바다를 매립해 공항을 짓는다고 합니다.  

가두봉을 깎아낸 자리에는 터미널이 들어서고 1.2km의 활주로에는 50인승 경비행기 정도가 비행장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울릉도에 계시는 지인분은 울릉도는 군사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기 때문에 군사 공항을 겸하게 되는데 그러면 50인승 경비행기보다 더 큰 군 수송기도 들어오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100인승 여객기까지 들어오게 되지 않겠냐고 전망하시더군요.  

울릉도에서 포항까지는 낮에 출발하기 때문에 카페에서 바다를 보며 여행의 감상을 되새겨 보기도 합니다. 

여행으로 지친 삭신도 안마기로 조물조물해 줍니다.  

울릉도에서 포항으로 가는 크루즈에서는 저녁을 배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배에서 내려서 시내 식당까지 가려면 빨라도 9시가 넘어버립니다. 그런데 식당에 조금 늦게 가니 자리가 없기도 하고 식사가 될 만한 메뉴도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족발이며 짜장면 정도를 팔고 있는데, 이미 재료가 떨어졌다며 마감하더군요. 별수 없이 편의점에서 즉석 짜장밥을 사서 겨우 허기를 달래야만 했습니다.  짜장면도 만원, 오뎅도 몇 개에 만원, 가격이 좀 비싸긴 합니다. 포항으로 갈 때는 먹을 것을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7시 30분, 뱃머리가 보이는 8층 카페에서 바라본 포항 영일만입니다. 20분 후에 도착하게 됩니다. 

아직 ktx를 타고 서울까지 가야 할 길이 남았지만, 아쉽고도 그리운 울릉도 여행의 마지막입니다.  크루즈에서의 일출, 끝없이 펼쳐진 바다, 울릉도에서의 경치...  하나하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갑니다. 

쏜살같이 치닫는 쾌속선 보다 파도 하나하나를 넘어가는 느리지만 육중해서 믿음직스러운 크루즈입니다. 일 년에 100일이 결항인 울릉도 뱃길을 이어주는 든든한 가교같은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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