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에서 맛 보는 묵밥 한그릇
충주 토박이 분들이 많이 가는 유명한 맛집이라고 해서 가 본 통나무 묵집 입니다. '1박2일' 에서 촬영했다고 해서 더 궁금했는데 역시 뭔가 다르긴 하더군요.
안림동에서 의료원 가는길 가에 있는 한옥 기와집입니다. 수백년은 됐을 법한 오래된 한옥인데 조선시대 세도를 떨치던 고관대작의 집 같은 느낌을 주더군요.
들어가서 집을 한참이나 둘러 보느라고 음식 주문하는것도 잊어먹을 정도로 구석구석 볼만한게 많습니다. 그리고 제 눈에 띤것은 입구에 축 늘어져 있는 하늘하늘한 나무인데요, 생소한 나무라서 여쭤보니 위성류라고 하는 중국원산의 버드나무라고 합니다. 이 나무는 특이하게 봄이랑 가을 두번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가을 위성류가 멋진 꽃을 피울때 다시 옴을 기약해 봅니다.
그리고 입구로 들어가면 디긋자 형태의 남방 한옥처럼 가운데 마당과 장독대가 있고 왼쪽으로는 너댓칸의 방을 따라 길게 이어진 툇마루 가 있는 사랑채, 그리고 가운데도 세칸의 방이 있는 안채가 있습니다. 그리고 통나무묵집에서 가장 멋진 장소인 오른쪽 건물은 사대부 집안에서나 볼 법한 사방이 개방된 대청마루 또는 누마루 형태의 멋진 건물을 볼 수 있습니다. 대청마루가 끝나는 부분에는 바닥을 지면에서 높이 띄운 누마루 형태의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사과과수원과 마치 분재처럼 수형이 멋진 말오줌때라는 나무가 눈앞에 있어 자연속 정원의 느낌을 주는 인기 있는 자리 이기도 합니다.
식당에 와서 음식 이야기 보다 한옥 이야기만 늘어 놨네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한옥은 오래 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고택이 아니라 사장님이 다른곳의 여러 고택을 뜯어와서 이곳에서 조립한 것이라고 합니다. 요즘 카페 처럼 연출된 건물이기는 하지만, 기와장이며 대들보 석가래나 주춧돌까지 어느 하나 요즘 만든것이 아닌 옛 것 그대로 여서 고풍스런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것 같습니다.
껍데기 뿐인 근사한 한옥 식당을 '통나무묵집'으로 밖에 지을 수 없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기도 하더군요.
묵밥과 녹두빈대떡 환상의 맛
평소 묵밥에 꽤 진심이어서 맛있다는 묵밥집은 지나치지 않고 가보는 편 입니다. 그런데 묵밥을 메뉴로 판매하는 식당도 잘 없을뿐 더러 있다하더라도 대부분 도토리 묵이 대부분 이죠, 하지만 통나무묵집에는 메밀묵밥이 있어서 주문했는데 지금까지 먹어봤던 묵밥 중에서는 가장 먹을만 하더군요. 함께 주문했던 녹두빈대떡과 먹으니 정말 코를 박고 먹을 정도로 맛있더군요.
통나무묵밥집의 누마루 건물 앞에서 이 식당의 귀염둥이 멍멍이가 포즈를 잡고 있습니다. 멍멍이는 순하고 사람을 좋아 하더군요.
한옥 건물에 비하면 다소 멋이 없는 통나무 묵집 간판 입니다.
위성류라고 하는 나무 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이쁜 나무 입니다.
통나무묵집 누마루 앞에는 우물터 처럼 생긴 넙적바위가 신기 합니다.
가지런히 늘어선 장독들과 툇마루에 사랑방이 고택에 온 듯한 느낌입니다.
다소 쌩뚱맞은 '수백문' 절개를 지키는 문 이라는 뜻의 편액이 붙여져 있습니다.
하초시경, 노을속 망루에 앉아 시를 읊는 장소라는 뜻인가?
빈티지한 놋그릇과 다기들
뚜껑을 열면 금화가 한가득 들어 있을법한 궤짝도 신기합니다.
낮은 담장으로 둘러 쌓여 있어 개방감이 좋은 디긋자형 한옥 입니다.
순하고 귀여운 멍멍이, 손님들이 만져주는걸 좋아 합니다.
사랑채에서 바라본 말오줌때 라는 나무 입니다. 꽤 오래되 보이는데 수형도 멋집니다.
식당 내부는 요렇게 생겼습니다.
통나무묵집의 메뉴는 도토리묵밥과 메밀묵밥,청국장, 비지장, 두부찌개의 식사가 있고 안주는 부침개 두부김치, 두루치기, 보쌈을 팔고 있습니다.
테이블위 놋그릇 안에는 볶은 콩이 있어서 조금 들어 먹어 봅니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몇 알 먹으니 고소하고 입맛을 당깁니다.
호박과 배추,버섯 등 여러 채소들이 어울어진 녹두빈대떡입니다. 얇고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부침에 고소한 기름향까지 막걸리를 사정없이 부르는 녹두빈대떡 입니다.
푸석하지 않으며 쫄깃하지도 않고 푸석함과쫄깃함의 중간 정도의 메밀묵과 차갑게 식힌 상큼한 국물이 생각 이상으로 맛 있습니다.
말랑 말랑 두부조림도 쉴새없이 젓가락을 부릅니다.
김치는 평범한 정도
묵밥에 말아 먹을 넉넉한 흑미밥
담백하고 깔끔한 메밀묵밥, 고소한 녹두빈대떡, 위성류꽃 피고 가을비 내리는 날, 누마루에 앉아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 소리 들으며 막걸리를 벗삼아 먹는 상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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