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작 히어리
언제나처럼 회색빛 빌딩 사이를 지나가는 출근길, 오늘은 한 빌딩 화단에 노란 꽃이 폈습니다. 산수유 꽃이 폈나 보다 하고 가까이 가다 보니, 뜻밖의 히어리가 활짝폈습니다.
히어리 자체가 보기 드문데, 이런 도심 빌딩숲에서 귀한 히어리를 보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귀한 꽃, 히어리를 알게 된건 십 수년 전, 한창 숲공부에 빠져 있을 때였습니다. 그때 숲 공부를 배우던 우리 기수의 이름이 '히어리'여서 달달 외우다시피 해서 잘 알게 되었죠.
그 뒤로 어쩌다 노란 히어리를 만나면 그렇게 반갑고 옛날 생각이 나던지, 추운 겨울을 잘 버티고 새 봄에 꽃을 피워낸 히어리에게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봄의 노래, 히어리 개화
히어리는 멀리서 보면 개나리와 비슷합니다. 히어리는 산수유나 개나리같이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을 먼저 피웁니다. 이른봄 누구보다 먼저 꽃을 피워 수분을 하기 위해서죠.
히어리는 이름의 유래는 "시오리(15리)의 변형" , "뒷동산 히어리 단풍들고..라는 순천 민요" , 한 해를 연다는 "해열이" 등 몇 가지 설이 있지만 정설은 없다고 합니다.
히어리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1속 1종의 특산종입니다. 그리고 '송광납판화'라고도 하는데, 그 이유가 전남 조계산 송광사가 있는 곳에서 처음 발견됐고, 꽃잎이 밀랍 같아서 '송광납판화'라는 이명도 있습니다. 별명으로는 납판나무, 송광나무, 조선납판화라고 하며 영어로는 Korean winter hawel이라고 하는데, 한국의 겨울 개암나무라는 뜻입니다.
조록나무과의 히어리는 키가 작은 관목으로 1~4m 정도 자라며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는 달걀모양(도란형)입니다. 꽃말은 봄의 노래, 희망, 새로운 시작...
히어리는 2012년 까지 멸종위기종이었다가, 희귀, 소멸위기 유전자원 보존사업의 일환으로 조직배양 증식기술에 성공해 순천 송광사나 지리산 첩첩 산골에 가지 않아도 이렇게 도심 화단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나무가 됐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히어리 묘목을 구입할 수 있는데, 이른 봄 노랗게 총총 달린 히어리가 보고 싶다면 한그루 심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봄을 알리는 꽃 이기도 하지만, 숲을 알려준 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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