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밥상 갯벌
대게 경상도 음식이라면 "맛없다"라는 인식이 다분하다. 하지만 이곳 통영은 좀 예외인 것 같다. 향긋한 쑥이 올라오는 봄에는 도다리쑥국이 입맛을 깨우고 충무김밥은 모르는 사람이 있던가? 시장통 구수한 시락국밥도 별미다.
'다찌집'이라고 불리는 실비집에서 질펀한 해산물 안주의 향연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굴의 고장인 만큼 다양한 굴요리도 빠질 수 없다. 간식으로 먹는 달콤한 꿀빵도 '통영식도락'에 한 몫 단단히 한다. 이번 통영 동피랑 여행에서 찾은 통영 맛집이 있어 소개하려고 한다.
동피랑 벽화마을과 거북선을 구경하고 나니 어스름 해 질 녘이다. 마침 지인에게 전화가 와서 물어보니 이곳을 추천한다. 통영에서 나는 제철 음식으로 한상 거하게 먹고 싶다면 통영 맛집'통영밥상 갯벌'로 가 보란다.
네비에서 안내한 곳은 통영시 동호동이다. 동피랑 벽화마을로 올라가는 근처이고 거북선이 있는 문화마당과도 가까웠다. 항구옆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터라, 지도를 보고 찾아갔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더운 날씨에 짜증이 겹친다.
직접 전화를 해서 여쭤보니 3개월 전에 이사를 했다고 한다. 거리는 9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 도보로 이동하기는 좀 그렇다. 찾아간 통영밥상 '갯벌' 대로변이 아니라 골목 안쪽이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주소는 통영시 항남동 239-57번지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내부는 깨끗하다. 홀과 방에는 입식 테이블만 있다.
정갈하게 정리된 부엌이 환하게 잘 드러나 보인다.
굴요리는 제철이 아니라 지금은 하지 않는다. 우리는 밥상 B코스 1인 15,000원으로 주문했다.
밑반찬으로 나온 김 무침, 달콤 짭조름하니 침샘이 살아난다.
특이하게 부추김치에 멸치가 들어 있다. 남해 통영은 멸치가 많이 난다.
제사 때 먹던 탕국(무, 두부, 담치..)과 나물(톳, 미나리, 콩나물, 호박)이 함께 나왔다.
통영나물밥과 건어는 통영지방의 길흉사 때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특히 나물은 계절마다 생산되는 해초류와 채소, 해물을 포함하고 있어 웰빙음식이다.
국민 밑반찬 '멸치고추장볶음'
상큼함 미나리와 배를 썰어 넣고 식초로 간을 한 해삼탕
싱싱한 멍게젓갈이다. 양도 꽤 많이 나왔다.
한 숟가락 푹 떠 넣고 쓱싹 비볐더니 바다향이 진하게 퍼진다.
통영의 맛을 한 숟가락에 담았다.
상추와 멍게도 훌륭한 궁합이다.
미나리와 초고추장, 콩가루에 송송 썬 쪽파와 다진 마늘을 덮어쓴 '생멸치회'
몇 접시 더 시키고 싶었지만 이것 말고도 먹을 것이 많기에 참아야 했다.
해물잡채도 일품이다. 부드러운 면발과 쫄깃한 어묵과 오징어
밑반찬으로 나온 해물 부침개, 고소한 기름향과 바삭함이 좋다.
매가리(전갱이)와 고등어구이도 고소하니 잘 구워져 나왔다
부드러운 멸치조림도 한 맛 한다.
삼채와 막장, 막장하나도 예사가 아니다.
담치 미역국, 미역향이 어찌 이리 진한지, 미역향이 듬뿍 들어간 것 같다.
잘 버무린 생멸치회
가시가 많은 전어회도 잘 손질되어 아주 부드럽게 먹을 수 있었다. 쫄깃하고 신선한 문어숙회와 꼬들꼬들한 멍게귀
군침 도는 문어숙회
전어회는 이렇게 먹어야 제 맛!
한상 거하게 먹고 나면 구수한 숭늉으로 입가심
이렇게 정신없이 먹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한 접시 한 접시마다 요리사의 정성과 고민이 듬뿍 들어간 통영의 맛이다.
수많은 통영 맛집 가운데 탑오브탑으로 추천한다.
경남 통영시 항남동 2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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