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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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신갈나무 도토리가 떨어졌고 이제는 상수리나무 도토리가 엄마품을 떠나 세상으로 나갈 순서다. 올해 밤나무는 가지가 한층더 무거워 졌다. 알밤이 주렁주렁 열리고 들녁의 사과는 발갛게 익어가고 있다. 길가 대추나무에도 사과만한 왕대추가 주렁주렁이다. 가을은 지구의 무게가 무거워지는 계절이다.

따사로운 가을볕, 반짝 반짝 빛나는 들녁을 지나 산길에 접어들게 됐는데 길가 양지바른 곳에 갖 벌초를 한 깔끔한 무덤이 보였다. 대충 봐도 경치 좋은 자리에 묫자리를 쓴 것 같다. 뒤로는 잣봉이라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동강을 내려다 보니 풍수지리에 무식자가 봐도 배산임수의 명당자리다.

그런데 이 무덤 옆에는 특이 하게 무덤쪽으로 줄기가 휘어진 소나무가 있어서 무덤위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비석하나 없는 소박한 무덤의 주인이 누군지는 알 길 없지만 복을 많이 지으신 분이 아닐까 생각됐다. 

 

무덤가에 휘어진 소나무의 모습을 보니 '굽은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는 속담이 떠 오른다.  '반반하고 좋은 나무는 먼저 베어 쓰이고 굽고 좋지 않는 나무만 남아서 선산을 지킨다.'는 뜻인데, 못나고 보잘것 없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더 중요한 일을 한다는 뜻이다.

또는 '자손이 빈한해지면 선산의 나무까지 팔아버리나 줄기가 굽어 쓸모없는 것은 그대로 남게 된다는 뜻으로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도리어 제 구실을 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똑똑하고 잘난 자식은 고향을 떠나 큰도시로 떠나버리고 못난 자식은 고향에 남아 부모를 모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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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모습이 꼭 내 처지랑 다를게 없다. 고향을 떠난지도 벌써 17년이다. 여전히 변변한 구석도 없이 아둥바둥 살기에 급급하다. 그 사이 부모님은 칠순이 됐고 팔순이 되셨다. 제삿날이라고 생신이라고 한번 찾아 뵙지도 못하고. 기껏해야 명절에 얼굴 잠시 비추는 정도가 전부다. 집채만한 바위를 이고 다니는것 처럼 마음이 무겁다.

무지랭이 촌부로 늙어 갈 지언정 부모님 살아생전 한뼘 그늘이라도 만들어 드리고 싶다. 굽은 나무가 그늘은 더 넓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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