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강릉, 외할머니의 맛 토담순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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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강릉 토담순두부, 토담처럼 구수한 맛이 좋아.

강릉여행에서의 아침 한끼는 마치 전쟁과 같았습니다. 여름 성수기의 주말이라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고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설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마치 강릉으로 여행온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 다 있는 것 같을 정도로... 

지난주, 아침식사로 짬뽕순두부를 먹기 위해 나름 단골집인 초당순두부마을의 '동화가든'을 갔다가 엄청난 차량행렬과 기막힌 번호표의 대기순을 보고 질겁을 했습니다.

도저히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아 갈등하던 차,  "얼마전 알쓸신잡 강릉편에서 황교익이 맛있다고 한 순두부가 근처에 있다는데"라며 아내가 이야기를 꺼냅니다. 

미친 줄을 뒤로 하고 알쓸신잡 강릉에 나왔다는 '토담순두부'로 향했습니다. 동화가든에서 알쓸신잡에 나온 토담순두부는 불과 1km 정도 거리입니다. 그리고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누나  '허난설헌'의 생가가 바로 옆에 있어 밥도 먹고 산책겸 구경도 하기 좋습니다.  

돗떼기 시장같이 번잡한 동화가든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한적한 길을 따라 '알쓸신잡 강릉'에 나온 토담순두부에 도착했습니다.  빼곡히 주차된 차들 사이로 겨우 주차하고 붉은 기와로 지붕을 한 남루한 시골집으로 들아갑니다. 기다란 마당 입구에는 원두막 같은 대기 장소가 보이고 그 처마에 '토담순두부'라는 사각 간판이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열댓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습니다. "이크…여기도 역시" 마냥 헛헛한 웃음만 나옵니다.

이왕 여기 까지 온거 뱃속 사정은 무시하고 줄을 서기로 합니다. 토담순두부는 번호표가 없어서 마냥 줄을 서야 합니다. 가장 앞에 선 사람에게 가서 물어보니 한시간째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어차피 한사람만 줄 서면 되기에 아내와 아이는 허난설헌 생가터나 갔다 오라고 하고 나는 하염없이 줄을 서기로 합니다. 

247번 대기표를 뽑고 나니 140번을 호출하더군요. 제 앞에 백개가 넘는 대기표가 기다리는 동화가든 짬뽕순두부 집 입니다. 오늘은 이 집이 아닌가 봅니다. 토담순부두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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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강릉편에 나온 강릉 토담순두부

뽕나무에 감나무에 바나나나무까지 다양한 풀꽃나무들이 많은 토담순두부집 입니다.  

대기표같은건 없습니다. 일행 가운데 한명만 줄을 서고 나머지는 원두막에 앉아 있거나 집 주위를 둘러 보거나 허난설헌생가터에 가는것 같습니다.

올해 6월 16일에 알쓸신잡에 나왔네요. 

할아버지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나 봅니다.  

마당에 장단지들이 많은걸 보니 직접 담그나 봅니다.  

봉창을 통해 들여다 본 주방입니다. 

토담토담한 토담순두부집 정경입니다.

골목 안쪽에서 화장실로 가는 길에는 넓직한 휴게공간과 화단들이 나옵니다.

컴컴한 식당안도 살짝 엿 봅니다. 

인고의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식당안으로 들어갈 때가 됐습니다.

이분 일행들은 꽤나 멀리 갔나 봅니다. 계속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합니다.

긴 줄은 예상보다 빨리 줄어 사십분 정도만에 식당안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발을 디딘 컴컴한 식당안은 마치 농막이나 외양간에 들어온 분위기 입니다. 구불구불한 소나무 서까래와 대들보들이 위태로워 보이는 지붕 아래를 어지럽게 지나 갑니다. 생각보다 넓지 않은 식당의 반은 좌식, 반은 입식테이블 입니다. 

메뉴는 꽤나 단촐합니다. 순두부 백반과 순두부 전골, 두부전골에 모두부가 전부 입니다. 순두부 백반은 맵지 않아 아이가 먹기에 좋고 전골은 칼칼하니 어른들 입맛에 잘 맞습니다. 12시 전인데 모두부는 이미 완판됐다고 합니다. 

학생 두세명이 바쁘게 서빙을 합니다.

이빨도 빠지고 소담스런 뚝배기에에 고운 순두부가 나왔습니다. 뚝배기채로 끓이지 않아 뜨겁지 않고 먹기 좋을 정도로 따뜻해서 좋습니다.  

구수한 순두부에 종지에 나온 간장을 모두 털어 넣으니 이제야 제 맛이 납니다. '시장이 찬'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제 입에는 밍숭밍숭한 순두부에서 나올 수 있는 맛의 '정점'이 바로 이 맛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넓직한 뚝배기에 터질듯 끓고 있는 순두부전골도 이내 따라 나옵니다. 그러고 보니 테이블위에 시커멓게 탄 자국의 주범이 이 순두부전골 뚝배기 였네요.

순두부 백반과 달리 빨간 양념과 김치가 들어간 순두부전골은 웬지 매울것 같지만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시원하고 담백한 맛입니다. 게다가 표고버섯을 넣어 감칠맛까지 더하니 상당히 매력있는 맛 입니다.   

순두부 전골을 밥과 함께 쓱싹 비벼서 김치 한 점 턱 올려 먹으니 졸도할 지경입니다. 

윤기 좌르르 흐르는 쌀밥이 아주 맛있습니다. 

토담벽과 낡은 기와집이 마치 어릴적 외할머니 집에 온 것 처럼 정겹고 구수하고 담백하게 끓여낸 순두부에는 할머니의 냄새와 맛이 배여 있는것 같습니다. 

긴 시간을 이리 저리 기다린 끝에 아침밥을 점심때나 되서 먹게 됐지만, 간만에 맛있고 기분까지 좋은 음식을 먹어서 더할나위 없이 행복한 강릉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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