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대금굴 예약, 뭣이 중한디
올해 여름은 삼척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서울의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데 비해 동해는 34도 정도로 한결 시원합니다. 첫 날은 한국의 나폴리라고 부르는 장호해수욕장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합니다. 십 수년 전 만 해도 조용하던 어촌 마을이 었는데 지금은 유명 관광지가 됐더군요. 바다 위에는 해상케이블카카 다니고 투명카약과, 스노클링, 제트보트와 바나나보트 같은 수상레져 시설이 생겼고, 해변 주위에는 온통 펜션들과 민박촌이 즐비합니다. 그리고 피서객들은 어찌나 많은지 별천지가 따로없더군요.
동굴의 고장 삼척, 환선굴 대금굴
이튿날은 태풍 종다리의 영향으로 아침부터 바람이 세차고 파도가 높아 입수가 불가입니다. 성난 바다만 보고 있자니 시간이 아까워 삼척 볼거리를 찾아 봅니다. 삼척은 석회 동굴이 많은 곳이어서 동굴이 유명합니다. 10여 년 전 삼척 덕항산을 올랐다 하산 하는 길에 환선굴에 들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동굴이 웅장하고 얼마나 규모가 큰 지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환선굴을 나와 그때만 해도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대금굴을 가보기로 했지만, 홍수로 인해 폐쇄되어 못 갔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대금굴을 가 보기로 합니다. 해수욕장에서 삼척 대이리까지 한시간이 걸려 도착합니다. 아직 11시도 되지 않았는데 차량들이 밀려 들어가면서 안쪽부터 주차장이 가득 찹니다. 우리는 매표소에서 한참 뒤에 있는 길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 갑니다.
박쥐 모양의 매표소는 왼쪽에는 환선굴, 오른쪽에는 대금굴 입장권을 팔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금굴 앞에 줄을 섰습니다. 차례가 되어 "어른둘 아이 하나요~" 라고 했더니 매표원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예약하셨냐고 묻습니다. 아니라고 하니 오늘 표가 마감됐다며 유리창 문을 닫아 버립니다.
무슨 소린가 싶어 매표소 앞, 대금굴 관람안내표를 보니, 인터넷으로 예매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수기에는 대금굴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합니다. 머리를 빠따방망이로 한 대 맞은것 같이 띵~ 합니다. 우째 동굴 들어가는 것도 예약을 해야 하는지 이런 일은 처음 입니다.
대금굴 모노레일 승차장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것으로 만족 해야 했습니다.
대금굴 올라가는 곳에 굴피집을 복원해 놓았네요. 굴피는 굴피나무가 아니라 참나무과의 굴참나무 껍질을 벗겨 지붕을 이은 것 입니다.
굴피집과 함께 너와집도 있습니다. 너와집은 나무를 넓고 평평하게 잘라 지붕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대금굴 예약
삼척 대금굴은 천연기념물 제178호로 2003년 발견해 2007년 일반에 개방했습니다. 대금굴 입장은(11월~2월 동절기에는 09시30~16:00까지 30분 간격으로 하루 15회), (3월~10월 하절기에는 09:00~17:00까지 30분 간격으로 하루 17회 운행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굴 관람은 1시간 30분이 소요되며 어른은 모노레일 이용료 포함해서 12,000원, 청소년은 8,500원, 어린이는 6,000원 입니다.
대금굴 관람은 사전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합니다.( http://www.samcheoktour.kr/ticket/GD164720 )
환선굴 처럼 그냥 입장권 구입해서 관람 하면 되는 동굴 인줄 알았더니 하루에 720명으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고 합니다. 뭔가 특별함이 있는 동굴인가 봅니다. 10년 전에는 홍수로 못 갔고 이번에는 표를 못 사서 못 갑니다.
환선굴 올라가는 길 왼쪽으로 나무다리를 건너면 대금굴로 가는 길 입니다.
발끝이 얼 것 같은 덕항산 물골계곡이 시원합니다.
대금굴로 가는 230미터의 잣나무 숲길 입니다. 호젓하고 좋습니다.
신비로운 덕항산과 대금굴 모노레일 승차장 입니다.
대금굴 대신 환선굴로
제작년 삼척으로 들살이를 온 꼬마는 환선굴과 대금굴을 모두 가 봤다고 합니다. "아빠~대금굴은 은하철도를 타고 은하역까지 가서 귀에는 이어폰도 끼고 폭포가 어떻고 석순이 어떻고 추워서 어쩌구 저쩌구 미주알 고주알 아는 척을 합니다. 오늘은 꼬마의 경험담으로 대금굴 관람을 대신 하며 환선굴 입장권을 구입합니다.
대금굴 돌아 환선굴로
계곡을 따라 환선굴과 대금굴로 가는 길이 이어집니다. 얼마간 가다보니 다리 왼쪽으로 '대금굴 230m' 라는 펫말이 보입니다. 다시 돌아오더라도 대금굴 껍데기라도 보고 오자는 생각에 대금굴 쪽으로 들어가 봅니다. 시원한 덕항산의 물골계곡을 건너 시원하게 그늘진 잣나무 숲 사이의 데크를 따라 걸어 갑니다. 꽤 좋은 숲 길 입니다.
십분정도를 가니 하늘이 뚫리면서 건물이 나타납니다. 여기가 대금굴로 들어가는 모노레일 승차장 입니다. 승차장 안에는 커다란 TV에 신비로운 대금굴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발길을 돌리다 안내하시는 여자분에게 표를 못 구해 구경만 하다 간다고 하니, "다시 한번 내려가서 현장 취소분이라도 구해보세요"라고 이야기 합니다. 간혹 폐쇄공포증 때문에 현장에서 취소 하시는 분이 있다고 합니다.
어차피 환선굴 표도 끊었고 다시 돌아기기도 더워서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립니다. 대금굴 승차장에서 다리를 건너니 환선굴로 가는 길과 이어집니다. 5분여 숲길을 가니 다시 환선굴로 올라가는 인파를 만납니다.
대금굴 관람은 사람이 없어 편안하고 조용한 반면 환선굴은 그냥 관광지 입니다.
대금굴 승차장에서 환선굴 방향으로 포장 도로를 따라 5분여 가면 환선굴로 가는 길과 만납니다.
온갖 가게들이 즐비한 환선굴 가는 길
계곡 아래에 통방아가 있네요.
이 다리를 건너면 환선굴 모노레일 승차장이 나타납니다. 운동화를 왜 신어야 하는지는 슬리퍼를 신고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니 알겠더군요.
환선굴로 올라가는 마지막 너와지붕 상점 입니다.
환선굴 모노레일 1시간 대기
환선굴로 올라가는 길은 약초나 기념품 파는 가게와 주막들로 길 한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길의 끝에 환선굴로 올라가는 모노레일 승차장이 있습니다. 승차장 매표소 앞도 사람들이 엄청 많고 승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또한 어마어마 하게 줄 서 있습니다. 승차까지 1시간 20분 대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환선굴 까지는 걸어서 20분이라고도 합니다.
날씨는 덥지만 한시간을 더 기다리는 것 보다 그냥 걸어 올라가기로 합니다. 경사는 조금씩 조금씩 올라갑니다. 운동부족이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꽤 진땀을 내야할 듯 합니다.
10여분을 올라 에어컨 바람처럼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폭포를 지나면 가파른 철계단이 나타납니다. 꼬마는 이 계단을 '지옥의계단'이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구불구불 높은 철계단이 끝나면 드디어 모노레일 승차장 종점이 나타나면서 환선굴 입구가 나타납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환선굴 입구에는 대형 에어컨을 켜 놓은듯 얼음짱 같이 시원합니다. 땀으로 음뻑 젖었던 옷은 이내 시워하다 못해 으스스 추워 옵니다. 한기를 느끼기 전에 방풍 자켓을 꺼내 입습니다. 동굴속 기온이 13도라고 합니다.
구절양장같이 구불 구불한 산길을 십여분 올라갑니다. 올라갈 수록 경사는 조금씩 가팔라 집니다.
한시간 이상을 기다려 모노레일을 타고 가는 사람들 입니다. 인내심이 대단합니다.
환선굴에서 흘러 나오는 시원한 폭포수 입니다. 앞에 있으면 에어컨 바람이 부럽지 않습니다.
지옥의 철계단입니다.
10년 전, 덕항산 정상에서 내려왔던 길 이네요.
환선굴 탐험
환선굴은 관람거리가 총 1.6km로 한시간이 소요 됩니다. 여기에도 철 계단이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결코 편안하게 관광하러 갈 곳은 못 되는것 같습니다. 컴컴한 동굴 내부 철판을 따라 들어가면 곳곳에 만물상, 미녀상, 삼라만상, 꿈의궁전, 악마의발톱, 생명의샘, 지옥교, 버섯폭포, 참회의다리, 유석계곡, 휴석소, 옥좌대, 마리아상, 만마지기 논두렁, 은하계곡, 만리장성 같은 이름이 붙은 석주와 유석, 동굴폭포들이 있습니다.
신기하게 보면 신기하고, 별것 아니게 보면 참 별 것 아닌것 같습니다. 저는 두번째 방문이어서 그다지 큰 감흥은 없기도 합니다. 얼마전 다녀온 중국의 '지하대열곡'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 없다는 생각도 들고요.
환선굴 내부에서는 사진촬영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더군요. 플래시만 켜지 않으면 상관없는것 같아 저도 열심히 찍어 봅니다.
미녀상 이라네요.
환선굴 내부에는 크고 작은 구멍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동굴 양쪽으로 철계단을 걸어 놓았습니다.
동굴 천정에 하트 모양의 구멍이 신기합니다.
수억년의 세월이 만든 조각들 입니다.
이런 철계단을 한시간이나 돌아야 합니다.
만마지기 다랭이 논 이라고 합니다.
멋진 모양의 유석입니다.
장장 한시간을 돌아 밝은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오는길 환선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민박집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꼬마가 2년 전에 들살이 하러 5일 동안 머물었던 숙소입니다. 용케 꼬마가 기억하더군요. 민박집 할아버지와 그 때 이야기를 하며 방실방실 웃어 봅니다.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니 얼마전 넘어져서 고관절 수술을 하셨다는 할아버지는 목발이 보기 실타며 던져 버리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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