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운수사에서 부석사를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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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쫒아 간 백양산 운수사

내 고향 운수사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가시던 절 입니다. 내가 우리 아이 나이 즈음, 할머니와 작은할머니들을 따라 두어번 왔었던 기억이 있는 추억속의 절 이기도 합니다.

해질녁 모라 산복도로에서 부터 컴컴한 산길을 따라 한시간 정도를 올라 운수사에 갔던 일, 방 뒷칸을 열면 멋진 오디오가 있었던 주지스님 방에서 지옥 이야기를 했던 기억, 낯 선 사람들 속에서 잠을 자야 했던 기억들이 강산이 4번이 바뀌는 동안에도 진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부산에 올 때면 항상 백양터널을 지나는데 그때마다 운수사라고 적힌 간판을 보며 지납니다. 어릴때 진한 기억이 있는 운수사를 항상 그리면서 생각만 하다 시간을 내어 찾았습니다. 

강산이 네번은 바뀐 긴 시간이 지났습니다. 백양산이 뚫리고 그 뒤로 운수사로 올라가는 포장도로가 생겼습니다. 그때는 모라 산복도로에서부터 한 시간 정도 산길로 걸어 갔던 길 입니다. 도로는 운수사 앞 마당까지  예쁘장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커다란 주차장과 산 정상쪽으로 엄청나게 큰 대웅전이 있습니다. 어릴적 기억에서는 없던 곳입니다. 기억을 더듬어 커다란 나무가 보이는 곳으로 가 봅니다. 운수사 정문 앞으로 500년된 팽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서 있습니다. 어릴때 기억에도 커다란 나무가 있었는데 빨간 홍시가 달린 감나무라고 기억이 나는데, 기억은 왜곡될 수 있으니 아닐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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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006년 완공된 대웅보전과 누각들이 다소 위압적인 모습입니다.

옛날에는 단순히 할머니 따라 가던 절 이었던 운수사 였는데 알고보니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라고 합니다. 운수사는 가락시대 창건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지만, 사찰 주변의 출토물 들을 봐서는 조선 초기 창건으로 판명되고 있다고 합니다. 임진왜란때 불탄 것을 조선 현종 1665년에 중건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합니다. 

운수사라는 이름은 절 경내에 있는 약수터에서 안개가 피어 올라 구름이 되는 것을 보고 '운수사'라고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크고 작은 나무에 포근하게 둘러 쌓여 고즈넉한 느낌이 나는 운수사 전각들 입니다.  

500년 팽나무 앞에 선 엄마와 아들, 저의 기억과 추억이 아이에게는 어떤 기억으로 이어질까요.

운수사와 함께 500년을 살아온 팽나무.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는 팽나무는 부산과 남쪽지방에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도 천연기념물 구포 팽나무가 있죠.        http:// https://simsim.tistory.com/977

500살과 12살... 할아버지 팽나무가 깜짝 놀라는것 같습니다. 

어릴적 이곳에서 하룻밤을 잤던 설선당이라 불리는 요사채 입니다.  깨끗한걸 보니 새로 단장을 했나 봅니다. 

운수사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의 주심포계 맞배집 지붕에 자연석 초석위에 민흘림 원주 기둥을 세웠습니다. 

운수사 대웅전은 1647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1655년에 상량해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대웅전 축대 앞에 세워진 4개의 돌기둥은 1974년 복원했던 종각의 기둥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돌기둥에는 부산시 동래군 사상면 모라리라고 적혀 있는데 지금은 동래군이 동래구, 사상면이 사상구로, 모라리는 모라동으로 행정구역이 변했습니다.  

오래전 사용하던 맷돌로 보입니다.  크기로 봐서 과거의 사찰 규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선 정조때 제작된 '여지도서'에 따르면 운수사는 범어사와 더불어 부산을 대표하는 사찰로 불릴 만큼 큰 도량이었다고 합니다.  

서서히 해가 저물어 가는 운수사의 저녁 입니다. 대웅전 뒤로 좁게 난 길을 따라 새로지은 대웅보전으로 올라가 봅니다. 

10년간의 불사 끝에 2006년 완공된 대웅보전 입니다. 기존 운수사 경내 보다 더 큰 공간에 정면 7칸, 측면 4칸 규모로 지어졌습니다. 그앞으로 운수사 종각을 복원하기 위해 지은 '범종각'입니다. 

부석사의 안양루를 닮은 운수사 범종각

부산 운수사 범종루

대웅보전 마당에 올라서니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면이 떠 오릅니다. 길지 않은  생각 끝에 세계 유네스코에 등재된 '영주 부석사의 안양루'가 떠 오릅니다. 2단으로 쌓은 석축위에 정면3칸 측면2칸 크기와, 겹처마 팔짝지붕, 정면에서 보면 2층 누각이지만, 뒷면에서 보면 단층 전각의 형태, 용도는 다르지만 부석사의 안양루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느낌 입니다.

부석사 안양루에서는 파도치듯 흐르는 소백산 준령들의 모습이, 부산의 운수사 범종각에서는 칠백리 낙동강의 끄트머리와 드넓은 김해 들녁의 풍경이, 다른 듯 같은 이미지의 느낌입니다.  

 

영주 부석사 안양루
새로 지은 대웅보전

https://simsim.tistory.com/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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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각에 오르니 한 스님이 범종을 타종하고 계십니다. 그리곤 아이에게 타종해 보라고 하네요. 부처님의 음성을 닮은 범종은 아침에는 28번을 저녁에는 33번을 타종한다고 하는데, 스님은 개의치 않고 하고싶은 만큼 하라고 하십니다.    

운수사에서 들리는 해 질 무렵의 종소리를 뜻하는 '운수모종'을 이곳 행정구역인 사상의 8경중 하나로 꼽았다고 합니다. 오늘 그 운수모종을 듣게 됐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들었습니다.

낙동강을 넘어선 태양은 점점 힘을 잃고 기울어 집니다. 

부석사 안양루 석등은 안양루 바로 뒤에 있는데, 운수사 석등은 저만치 떨어져 있습니다. 

머릿속 기억들은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습니다. 산도 변했고 강도 변했습니다. 하지만 낙동강 김해평야로 떨어지는 일몰은 여전히 그대로 입니다. 할머니와 낙동강을 뛰어 놀던 이릴적 친구들이 보고 싶은 하루 입니다. 

운수사 범종각 직접 쳐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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