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서의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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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한옥, 가평 팜카티지

주말 경춘고속도로는 여지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차들로 가득찼다. 지겨움과 졸음이 몰려 올 때 쯤, 우리는 설악 IC를 빠져나와 제법 도심 분위기가 나는 설악면을 지나니 신도시라도 만드는 듯한 공사가 한창이다. 도로는 넓고 판판하게 포장을 하고 있었고 중간중간 비포장도 보였다. 주변으로는 '청심'으로 시작되는 높고 넓은 건물들이 한 두동이 아니었다.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청심빌리지라는 실버타운으로 통일교 성지 가운데 완성된 최후의 성지라고 한다. 음~ 몇몇 종교들은 그들만의 종교공동체를 만들고 그 속에서 그들끼리 사는것을 가장 큰 가치로 생각하는것 같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불청객 같이 남의 성전을 가로질러 몇분을 더 달리니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가는 좁다란 도로가 나왔다. 주변에는 쓰러질듯 위태롭게 서 있는 폐가와 인적없는 허름한 농가들 그 사이로 고급스런 펜션들이 꽤나 이질감을 준다. 왼편으로 홍천강을 오른편으로는 장락산 그 사이로 난 좁은길을 따라 2km쯤 가면 좁다란 이 길 마져도 끝이 나고 만다. 바로 이곳에 고래등은 아니더라도 뭔가 운치있고 잘 관리된 듯한 한옥이 눈에 쏙 들어온다. 한옥 뒤로는 키높은 리기다소나무가 방패막이를 하고 있고 강쪽으로는 하얀 미루나무군락이 낙엽을 날리고 있었다. 이상적인 배산임수의 자리였다. 

이곳 한옥은 '팜카티지'라고 하는 펜션이다. 시끌벅적한 도심과는 동떨어진 힐링을 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함이 깃든 장소였다. 성춘제와 천리재, 두채의 한옥으로 되어 있는데 모두 풍납토성에 있던 것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라 한다. 88올림픽 당시 개발 붐으로 사라질 위기에 있던 이 집을 구입해 헤채한뒤 이곳에 복원했다고 한다. 성춘제는 지어진 250년, 천리제는 150년이 넘었다고 한다. 주인의 열정이 대단하다.

캠핑, 한옥체험, 전통 춤 공연, 카누체험을 하자는 처제네의 초대였다. ' WATER WALKER FESTIVAL' 캐네디언 카누클럽의 사장님이 팜 카티지를 빌려 모임을 주최하셨는데 목적은 캐네디언 카누크럽에서 카누를 타고 이곳까지 와서 한옥체험과 전통 춤공연을 함께 즐긴다는 내용이다. 카누와 전통한옥체험을 연계한 상품을 기획하고 계신것 같았다. 일종의 팸투어 형식이었다.

노란 세잎의 바늘잎이 잔뜩 깔린 숲속에 텐트를 치고 테이블이며 의자를 세팅했다. 오후로 갈수록 기온이 더욱 떨어진다. 가져온 난로에 가스통을 연결하니 훈기가 돌았다. 나뭇잎을 모아 부엉이며 코끼리며 물고기를 만들기도 하고 한옥을 둘러보기도 했다. 4시가 되자 다들 춤공연을 위해 모이라고 한다. 살풀이와 비슷한 '넋진춤'이라고 한다.

벽난로와 피아노가 있고 큰 식탁이며 고급스런 가스렌지가 있는 거실과 더블침대가 놓인 방 한칸이 우리 차지가 됐다. 아이들은 신나서 뛰었고 어른들은 술을 마셨고 각자 한보따리의 이야기를 했던것 같다. 

20131116/가평 팜카티지

 넓은 잔디 마당이 포근한 집이다.  

 벽송산방,푸른소나무...

 성춘제는 250년이 넘는 전통한옥이다. 안채와 사랑채가 넓은 마당을 두고 마주보고 있다. 온돌방,침대방,대청마루,부엌,화장실이 있다.

역시 상춘제...

 리기다소나무 숲속

 하늘까지 뻗은 리기다소나무 군락

돼지막창에 소주도 한잔




공연이 열리는 상춘제 문앞으로 넋전이 매달려 있다.

 넋전 춤은 천도 또는 제사의식과 정화의 의미로 공연을 한다. 살풀이 춤의 원형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살풀이가 헝겊이 아닌 넋전을 들고 추던 것이 헝겊으로 바뀐 것이다.

 

 치유의 춤이기도 한 넉전 춤은 함께 의식에 참여하여 각자의 액운을 불태우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올해의 넋전춤 공연은 이날이 마지막이라고 했다.그간 함께 했던 넋전들을 소지하고 있다. 

 자신의 액운과 근심 걱정을 모두 소지하는 의식을 가졌다.

소지된 재들은 몹쓸 살과 액운과 함께 멀리 멀리 날아가고...

 근사한 벽난로와 피아노가 있는거실이다.  도장골은 곡식창고를 의미하는 도장과 마을을 이르는 이 합하여 만들어진 합성어로 곡식이 많이나는 마을 이라는 뜻이다. 

잔잔한 강이 흐르고 뒤로는 산이 둘러싸고 집집마다 쌀독은 넘치는 살기 좋은 명당터 인가? 웬지 마음이 부자가 된 듯한 기분으로 하룻밤을 보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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