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음식 메밀과 조밥, 맛집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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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부르는 봉화 묵집

북한산 대남문으로 등산을 하고 나서 정릉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이곳은 바로 바로 '묵밥'을 먹기 위함입니다. 찬 성질을 가지고 있는 메밀은 몸속에 열을 내려줘 더운 여름철에 제격인 음식 입니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의 비, 신덕왕후를 모신 '정릉'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경상도식 메밀묵과 칼국수 맛집으로 유명한 '봉화묵집' 입니다.  우이신설선 정릉역 2번 출구로 나와 정릉방향으로 5분 정도 걸어 들어 오면 주택가에 있는데요, 동네가 좀 복잡해서 찾아오는것이 그다지 쉽지는 않습니다.

이 집은 칼국수와 메밀묵, 건진국수를 꼭 먹어 봐야 합니다. 건진국수는 여름철에만 판매해서 더더욱 먹어 봐야 합니다. 아이까지 세명이서 세그릇을 주문하니 양이 많은데 다 드실수 있냐고 합니다. 먹는 양이 많지 않지만 쉽게 오지 못하는데 '맛이라도 봐야지' 라는 생각에 주문을 합니다.  옆 테이블을 보니 두 분이 메밀묵 한그릇과 부추 부침게에 시원하게 동동주를 한잔 하고 계십니다. 갑자기 동동주의 시원함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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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묵집

정릉 봉화묵집

봉화묵집은 정릉 아리랑 시장 안쪽 주택가에 위치해 있습니다. 따로 주차장이 없지만 식당앞에 자동차 서너대 정도 주차할 공간이 있습니다. 이곳에 공간이 없다면 조금 옆에 있는 정릉 주차장을 이용하면 됩니다.   

2층 양옥에 2층은 가정집으로 쓰고, 1층은 식당으로 사용하나 봅니다. 안쪽에도 방이 두칸 정도 있고 테이블도 몇개 있습니다. 

아이쿠, 40년 전 우리집 부엌에 있었던 찬장과 비슷한 자개장이 있네요.

가격이 참 착하네요. 요즘 식당에 소주 3,000원짜리가 있는가? 돼지고기 수육 1근 600그램은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한답니다. 여름별미 건진국수는 7,8월 한정품 입니다.

직접 담근 김치, 이쁘게 한토막 썰어 주셨다. 간이 쌔지 않아서 시원하고 좋았습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수수한 동치미도 집에서 직접 담궜다고 하네요.

잘 익은 동치미 무, 시원한 맛에 설컹설컹 씹히는 것이 일품 입니다.  

메밀묵사발에 넣어 먹으라고 나온 삭은 고추, 살짝 매콤매콤 합니다.

메밀묵밥

드디어 메밀묵이 나옵니다. 할머니가 새벽에 직접 쑨 메밀묵이라고 합니다. 싱겁고 구수하고 퍽퍽하고 소박한 바로 그 메밀 입니다.  채 썬 메밀에 고명으로 살짝 묵은김치와 김가루와 고소한 참깨가루가 올려져 있습니다. 

메밀묵에 조밥 한공기를 시킴니다. 이제야 제대로된 묵밥이 됐네요. 찰기가 없고 모래알처럼 바슬바슬하면서 푹신한 조밥 입니다.

참기름과 참깨가루로 꼬순내가 진동하는 메밀묵 사발입니다.

100%메밀로 만들어 툭툭 끊어 지는 식감의 메밀에 멸치국물에 짭쪼름한 김치에 조밥 훌훌 말아 한 숟가락 쑥 떠 먹습니다. 향긋한 메밀향에 기분이 좋아 집니다. 조밥과 퍽퍽한 메밀에 촉촉한 신김치는 환상 궁합입니다.   

 

봉화식 손칼국수

경상도식 칼국수입니다. 밀가루에 날콩가루를 30% 섞어 반죽해 얇게 밀어 썰어낸 칼국수에 구수하고 진한 멸치 육수가 더해져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콩가루를 넣어 보통의 칼국수 면 같이 쫄깃하지 않고 잘 끊어 지지만 생각보다 얇아 호로록 잘 넘어 갑니다. 여기에 잘 싹은 고추 장아찌 한숟가락에 청량고추 적당히 넣어 먹으면 적당히 칼칼해서 풍미를 올려 줍니다.   

 잘 우러난 멸치육수에 밀가루가 녹아 걸쭉해진 국물은 뜨겁지 않고 먹기 좋을 정도로 따뜻해서 좋았습니다. 

칼국수는 뭐니뭐니 해도 김치와 함께 먹어야 제맛이라고 하죠? 그런데 봉화묵집 칼국수는 김치가 없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맛 입니다.  

 

여름철 별미 건진국수

처음 들어보고 처음 먹어보는 건진국수, 건진국수는 우리나라 전통 요리라고 합니다. 경북 안동 지방의 양반가에서 여름철 손님 접대에 많이 올리는 향토 음식으로 칼국수와 유사한데,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 국수 면을 만들고 이것을 차가운 물에 헹군 다음 건져내 장국을 부어 만들었다고 '건진국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말로는 안동 손국수 또는 안동 칼국수로 부르기도 한다고 하네요. 

팽이버섯에 얄게 썬 달걀지단에 부추와 호박이 올려진 건진 국수 입니다. 주문할때 차가운 냉국수 또는 온국수로 기호에 맞게 주문하면 됩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냉국수죠. 

싱거워서 양념간장을 한숟가락 떠 넣으니 입에 맛습니다.  

면 매니아인 아이는 앞뒤 안보고 입속으로 퍼 넣습니다.

칼국수와 달리 국물은 맑고 깔끔합니다. 폭이 넓고 두께가 얇은 칼국수 같은 면인데 칼국수 보다 더 얇고 약간 뻣뻣한 식감이 있습니다. 여름 별미로 7,8월에만 먹을 수 있는데 첫 방문에서 먹어 보다니 운이 좋습니다.

"젊은사람들은 이런거 잘 못 드시는데 어째 잘 드시네요"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옆 테이블 손님들이 대부분 나이 지긋하신 분 들이십니다.  

아마도 단양, 제천, 안동, 봉화를 고향으로 둔 분들이 어린시절의 맛을 찾아 오신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에전에는 여름철 별미로 콩국수도 만들었다고 했는데, 이제는 힘에 부쳐 콩국수까지는 만들지 못하신다고 하네요.

메밀묵과 조밥은 보릿고개를 기억하는 아버지 어머니의 배고픈 음식 입니다. 흉년때 쌀이 떨어지면 끼니를 이어주었던 구황식품이었기 때문입니다. 가난의 상징이었던 메밀묵과 조밥이 지금은 건강식에 별미음식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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