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트랜드는 들기름 막국수
언젠가 부터 경기도 용인에 유명한 막국수집이 있다고 해서 오늘 작심하고 찾았습니다. 막국수라면 그냥 지나칠수 없는 법이죠.
"용인에 고기리 막국수라는 곳이 있는데 좀 가봅시다." 라고 아내에게 이야기 합니다. "어.. 나 그기 아는데, 얼마전에 책도 냈던데..." 라며 화들짝 놀라면서 냉큼 따라 나섭니다. 평소에는 뭔가 못 미더워 반신반의 하는데 오늘은 군 소리가 없습니다.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라는 제목의 책인데 9년간 손님들과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소개 합니다. 식당에서 책을 내다니... 뭔진 모르지만 궁금증이 더 해 갑니다.
집에서 거리는 40분 정도,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광교산 계곡을 따라 식당이며 카페들이 꼬리에 꼬리를 잡고 있는 유원지 같은 곳 입니다.
고기리 막국수 제2주차장이라는 간판이 먼저 눈에 보입니다. 줄서는 집이라더니 주차장이 몇개씩이나 있고 정말인가봅니다. 나중에 보니 제4주차장 까지 있더군요.
크고 작은 주차장만 4개 입니다. 그런데 주차장 규모에 비해 식당 건물은 다소 아담한 수준입니다.
도착한 시간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세시경 입니다. 기와집 처마 앞으로 만든 비닐하우스안에는 열댓명 남짓 대기 중입니다. 대기표를 보니 앞에 10팀이 있습니다.
대기실에 좋은 글이 눈에 띕니다. 이 식당 사장이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일까요?
이 식당은 좀 특이하게 댓돌에서 신발을 벗어서 들고 들어갑니다. 한옥 구조도 특이합니다.
막국수는 8천원, 딱히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가격입니다. 이 집에는 물막국수, 비빔막국수, 그리고 특이한게 들기름막국수라는게 있습니다.
식당 안에 바로 그 책이 있네요.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저는 일단 맛에 집중에 보겠습니다.
세식구라서 물, 비빔, 그리고 들기름, 수육까지 주문합니다.
물냉면,,, 아니고 물 막국수 입니다. 여기에 수육한점, 삶은달걀 반쪽만 올려두면 영락없는 냉면 입니다.
비빔막국수 입니다. 찰지게 또아리진 미끈한 막국수발 위에 빠알간 양념장 한덩어리, 그 위에 반달 모양의 배, 맛은 둘째 치고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고기리 막국수의 시그니쳐 메뉴, 들기름막국수 입니다. 들기름, 들깨가루 그 위에 곱게 빻은 김가루를 올렸습니다. 비비지 말고 그냥 먹으라고 합니다.
수육 소 13,000원, 대자는 19,000원 저렴한 편, 우리는 작은걸로 주문.
시원한 백김치는 추가해서 두접시를 먹었습니다.
맑디 맑은 물 막국수를 휘휘 저어 봅니다. 슴슴한 맛에 은은한 육향이 베어 평양냉면 스러운 맛 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 그 자체 입니다.
면을 좋아하는 아이는 말을 끊고 폭풍흡입 중입니다.
매워보이는 빨간 양념장이 전혀 맵지 않고 기분좋은 매콤함 입니다. 이녀석도 한 깔끔 합니다.
꼬순 들기름 내음과 김가루가 잘 뽑은 메밀막국수를 만나 신기한 맛이 납니다. 어릴적 국수에 참기름 넣고 깨소금 뿌려 먹던 그런 맛 입니다. 향수를 자극하는 맛 입니다.
부드러운 수육, 얇게 잘라서 부드러움이 더욱 좋은것 같습니다. 역시 잡내 없이 깔끔 그 자체 입니다.
국물까지 홀라당 마실 정도로 맛있습니다. 가족 모두 맛있게 먹었습니다.
철원, 가평, 홍천, 인제, 춘천, 동해, 강릉 등 중부 이북의 손꼽히는 막국수 맛집들은 어지간히 가본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서 몇몇 집은 참새 방앗간 처럼 오며 가며 들러기도 했고요.
고기리 막국수는 이런 맛!
오늘 방문한 고기리 막국수는 기존의 오래되고 전통있는 막국수 맛집들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는것 같습니다. 기존의 막국수가 남성적이었다면 고기리는 여성적입니다. 꼬소하고 매콤함이 전통이라면 고기리는 구수하며 은은합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깔끔함 그리고 깨끗함이 주는 편안함이 매력 입니다.
족발로 비유하자면. 서울시청역 오향족발같은 맛!
여기에 더해 주인장의 스토리 텔링과 홍보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마케팅도 한 몫 하는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막국수인가 보약인가" 영화배우 류승룡씨의 화분을 보고 웃음이 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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