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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3대장, 우래옥 인산인해

나만몰랐던맛집 by 심심한사람 2022.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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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장마철과 함께 습하고 더운날씨 탓인지 시원한 평양냉면 한그릇이 간절한 계절 입니다. 며칠 전 재개발로 인해 마지막 영업을 한 을지면옥이 뉴스에 나왔습니다. 나이 지긋한 단골들의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를 TV 뉴스를 통해 들으니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절절히 느끼게 됩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하 듯 세상에 변하지 않는건 없겠죠, 세상 그 어떤것 보다 단단한 금강석 조차도 세월앞에서는 흐물어 지기 마련입니다. 

을지면옥은 필동면옥, 우래옥과 함께 '서울 3대 평양냉면'으로 이름을 떨치던 곳 이었습니다. 그랬던 을지면옥이 간판을 내렸다는 소식에 나머지 두 곳으로 평양냉면 매니아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습니다. 이런걸 풍선효과라고 해야하는지 나비효과라고 해야 하는지...

아무튼 을지면옥의 청량했던 그 평양냉면은 당분간 맛 볼 수 없음을 아쉬워 하며, 오늘은 을지면옥과 함께 서울에서 '3대 평양냉면' 중 한 곳인 '우래옥'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77년 역사의 서울 3대 평양냉면 '우래옥'

우래옥은 을지면옥, 필동면옥과 더불어 서울3대 평양냉면이라고 불릴 정도로 위용이 대단한 평양냉면 전문점 입니다. 을지면옥과 필동면옥은 의정부 평양면옥 창업주의 두 딸들이 문을 연 가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래옥은 평양에서 냉면맛집으로 이름을 떨쳤던 '명월관'의 주인이 월남해 1946년, 평양 음식점 겸 냉면집인 '서북관'을 개업한 것이 우래옥의 시작 입니다. 서울에서 평양냉면 간판을 달고 있는 가게 중에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평양냉면집 이기도 합니다. 

우래옥은 한국전쟁 당시에 피난으로 영업을 잠시 중단했다가 휴전 이후, '우래옥'이라는 이름으로 간판으로 바꾸고 영업을 재개했다고 합니다. '우래옥'은 '다시 돌아온 집'이라는 뜻 이라고 합니다.

우래옥 들어가는 길

우래옥은 복잡한 청계천 공구상가 사이좁다란 골목 안에 있습니다. 주말이면 우래옥 골목에는 주차하려는 차들로 정체가 생길 정도 입니다. 주차하려면 시간이 꽤나 걸리기 때문에 한사람이 먼저 내려서 대기등록 부터 하는것을 추천 합니다. 혼자라면 발렛 주차(2,000원)를 추천 하고요.

우래옥 주차장

제가 우래옥을 처음 갔을때가 15년전 이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그때는 지금의 주차장 자리에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꽤 복잡한 골목이었습니다. 물론 주차장도 없었고요. 그렇게 복잡했던 골목을 우래옥에서 주변 건물을 매입해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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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집, 우래옥

우래옥 건물

서울 중구 주교동 방산시장에서 77년째 영업중인 우래옥 건물입니다. 

우래옥의 본래 상호가 '서북관' 이었는데, '서북'은 북한의 '평안도'를 말합니다. 평양냉면은 평안도의 전통 음식으로 서울에 자리잡은 평양냉면집들이 대부분 평안도 실향민들이 운영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잡설

그리고 '서북'이라고 하니 해방 직후 1946년 결성됐던 '서북청년단'이 떠오릅니다. 우연인지 몰라도 서북청년단과 우래옥의 전신인 '서북관'이 같은 해 시작됐다고 하니 더 아이러니 하네요. 혹시 서북청년단이 향수를 달래던 단골집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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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청년단은 해방 이후 북에서 월남한 기독교인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반공'을 표방하면서 만든 단체입니다. 이들은 경찰의 좌익 색출 업무를 돕기도 하고 좌우익의 충돌이 있을 때 마다 우익 진영의 선봉을 담당하는 행동대 역할을 했죠, 이승만의 친위대로 반민특위를 해산하고, 독립운동가들을 암살하고 민간인을 빨갱이로 몰아 몰살시키는 만행을 일삼기도 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도 서북청년단 간부 출신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외부 벽면에는 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선정하는 미쉐린 가이드의  '빕 구르망' 표식이 달려 있고 식당 안 벽면에는 각종 표창장과 등록증, 인증서가 붙어있습니다.   

우래옥 대기번호

입구에서 전화번호와 사람수를 입력하면 대기등록이 완료됩니다. 주말 점심을 좀 넘긴 시간인데도 대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15년 전에도 대기했고, 지금도 대기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회전률이 빨라서 그런지 20분 정도 후에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우래옥 메뉴판

20여분 만의 대기 후, 테이블을 배정 받았습니다. 메뉴판을 훑어 봅니다. 시그니쳐 메뉴인 평양냉면 외에도 불고기, 갈비, 육회, 소금구이, 염통구이, 온면, 김치말이냉면, 장국밥, 육개장, 갈비탕 같은 메뉴들이 즐비 합니다. 

따뜻한 육수와 배추겉절이가 기본찬으로 나옵니다. 

우래옥 평양냉면

우래옥을 만든 평양냉면입니다. 서울 평양냉면 3대장 중에 가격 에서는 단연코 1대장(16,000원) 입니다. 우래옥 평양냉면은 소고기만으로 육수를 우려내서 다른 곳의 평양냉면에 비해 육향이 더 진합니다. 그리고 수북히 올린 배 꾸미를 보니 비싼 냉면 가격을 다소 수긍하게 됩니다. 

채 썬 배 사이로 가는 머리카락이 한 줄이 보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이해하며 그냥 건져 냅니다. 

배와 소고기편육을 내리니 밑간 된 배추가 나옵니다. 

우리 아이 평양냉면 먹는 방법은 일단 그릇을 들고 육수를 마십니다. 그리고 냉면을 잘 섞고 나서 한 젖가락씩 식초를 살짝 곁들여서 먹습니다. 

감칠맛 나는 육향이 서울 3대 냉면 중, 아니 지금까지 먹어 봤던(시장냉면 제외)어떤 냉면 보다가 가장 진한 냉면 입니다. 면은 툭툭 끊어지는 느낌 보다 제법 찰기가 있습니다. 우래옥 평양냉면은 "슴슴해서 이맛도 저맛도 모르겠다"라고 하는 냉면 초보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냉면 입니다.

과거의 평양냉면이 월남한 실향민 들의 향수를 달래 주던 음식이었다면 지금은 젊은 세대들의 트랜디한 음식으로 자리 잡아 '평냉부심(평양냉면을 좋아하고 높이 평가하는 경향)' , '평뽕지수(평양냉면의 중독성 있는 맛을 마약에 빗댄 말)' 같은 신조어들이 생길 정도로 20~30대 젊은 층을 포함한 매니아층이 형성됐고 미식의 지표로 자리매김 중이라고 합니다.  

서울 3대 평양냉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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