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남부투어 중 우연히 장례식을 보게 됐고, 그리고 공동묘지도 들렀습니다. 무슨 괌까지 여행 가서 우울하게 공동묘지냐고 할 텐데, 뭐 일종의 '다크투어리즘'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크투어리즘은 말그대로 어둡고 슬픈 역사의 공간을 찾아가는 것을 말하는데요,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나 재난 현장을 찾아가는 여행입니다. 대표적으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미국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등이 있죠.
그리고 공동묘지에 간 계기가 프랑스의 유명한 다크투어리즘 명소인 '페르 라셰즈 묘지( Père-Lachaise Cemetery)' 때문입니다. 이 공동묘지에는 짧지만 불꽃처럼 살다 간 만인의 연인 프랑스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잠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에디트 피아프의 무덤은 매년 수많은 팬들과 관광객들이 찾아와 에디트 피아트의 대표적인 노래를 들으면서 Non, Je Ne Regrette Rien (아뇨, 난 후회하지 않아요), La Vie en Rose 장밋빛 인생 , 그녀를 추억하는 장소 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서양식 공동묘지에 대한 아련한 호기심이 생겼었고, 마침 남부투어를 가는 해안도로의 파란 하늘아래 순백색의 묘비들이 눈길을 끌었고,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방문하게 됐습니다.
괌 남부투어/ 카톨릭 장례식과 공동묘지
남부투어의 첫 출발지인 스페인광장과 아가냐(하갓냐) 대성당, 정오가 막 지났을 즈음 성당 안에서 소리가 들려서 들어가 봅니다. 넓은 성당 안에는 신부님과 신자들이 모여 미사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보통의 미사가 아니라 장례미사였습니다.
토요일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름다운 아가냐 (하갓냐) 대성당에서 열리는 미사
입구에서 기웃 그리니 안에 계신 분이 들어오라고 합니다. 그래서 영문도 모르고 들어가 본 아가냐(하갓냐) 대성당
일반 미사가 아니라, 장례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누구신지는 모르나 경건한 마음으로 추모합니다.
장례미사를 마치고 대성당의 슬픈 종소리와 함께 운구행렬이 시작됩니다.
괌의 면적과 인구 그리고 종교
괌은 300년 간 스페인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괌 주민의 75%가 카톨릭 신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성당과 카톨릭 묘지들이 많다고 합니다. 가장 큰 카톨릭 묘지는 하갓냐 대성당 근처에 위치한 Pigo Catholic Cemetery(피고 카톨릭 묘지)라고 하는데 이곳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라고 합니다.
차모르인의 땅, 괌의 면적은 546 ㎢로 우리나라 거제도와 비슷하고, 제주도의 1/3 정도입니다. 세계지도에서는 점으로 찍혀 잘 보이지도 않는 나라입니다. 인구는 괌 원주민인 차모르인이 37%, 필리피노가 26%, 태평양섬주민 11% 비율로 2021년 기준으로 16만 8천 8백명이라고 합니다.
공동묘지, 예정된 운명?
그리고 우리가 방문한 순백색의 카톨릭 공동묘지는 아갓 공동묘지 (Agat Cemetery)입니다. 낮에 본 아가냐(하갓냐) 대성당의 장례미사에 이은 공동묘지 탐방까지, 뭔가 예정되어 있었던 하루의 운명 같기도 합니다.
따가운 오후 햇살을 맞으며 어지러운 듯 질서있게 배치된 공동묘지는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어쩌다 지나가는 차 소리만 들릴 뿐 자연스레 경건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묘비에 쓰인 글 귀 하나 하나, 언제 태어 나서 언제 돌아가셨는데, 사진 한 장 한 장에 애틋한 마음이 쓰입니다.
돌보는 이는 없는 것일까요? 시멘트가 싹아 가운데 철근이 앙상하게 드러난 십자가가 위태로워 보입니다.
사랑하는 와이프이자 어머니이며 할머니였던 리타 리타 카마초 바보타
평화롭고 한가롭기 그지 없는 아름다운 괌에서는 하루에 몇 명이 죽고 일 년에 몇 명이나 운명을 달리할까요?
해안가 도로옆 넓은 공동묘지에는 묘비들의 크기도 제각각, 문양도 제각각인 수천기가 넘는 무덤이 있습니다.
묘비를 세우고 무거운 관뚜껑을 올린 무덤과 나지막한 묘지에 비석만 세운 무덤들이 다양하게 산개해 있습니다.
공동묘지 입구쪽에는 납골당도 함께 설치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서양, 특히 카톨릭 공동묘지는 우리나라처럼 담력훈련 이나 하는 섬뜩한 이미지나 기피시설로서의 공간이 아닙니다. 그래서 무겁지만 평온한 마음이 듭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기셨던 유서에서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라는 말 처럼 담담한 심정으로 괌에서의 공동묘지 투어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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