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과 함께한 남한산성 둘레길
올 여름부터 비가 오지 않아 애를 태우더니 겨울까지도 산과들에 먼지가 풀풀 날리는 마른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1월 중순인데도 눈을 찾기가 좀체 힘들기도 합니다. 어제는 내가 사는 곳과 가깝지도 않고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애매한 거리의 남한산성을 다녀왔습니다. 남한산성을 따라 걷는 남한산성 둘레길이 목적인데요, 몇년전에 남한산초등학교를 보기 위해 잠시 다녀온 후로 두번째 방문입니다. 남한산초등학교는 남한산성 안에 위치한 전통있고 자연 친화적인 학교로 유명한 학교입니다. 우리 아이도 이런 학교에 가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을 했던 곳입니다.
펑펑쏟아지는 남한산성 둘레길의 풍경입니다. 쌀쌀하던 날씨도 눈이 내리자 포근해졌습니다.
남한산성에 도착한 뒤, 근처 식당에서 묵밥을 시켜 먹었습니다. 양으로 승부하는듯 대접 한가득 나온 묵밥에서 진한 냉면육수의 맛이 느껴짐니다. 로타리 건너에 있는 임금님의 거처인 남한산성 행궁을 돌아보고 본격적인 남한산성 둘레길을 시작합니다. 북문을 들머리로 서문, 남문, 동문을 지나 다시 북문으로 내려올 계획입니다. 그런데 남문에 가까이 갈 즈음부터 하늘에서 함박눈이 펑펑 내리더군요. 아이젠을 준비 하지 않아 경사가난 길은 미끄럽고 더 이상의 진행이 힘들어 동문까지만 간 뒤 원점 회귀 했습니다. 동문에서 남한산성 로타리 주차장의 버스종점까지는 걸어서 십분 정도 거리인데요, 도착하자 마자 버스가 오더군요. 버스 기사님이 "오늘 눈이 많이 와서 더 이상 버스는 없습니다. 이 버스가 마지막 버스입니다." 라고 외칩니다. 남한 산성 주변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빨리 가게 문을 닫으시고 부리나케 버스를 타고 탈출하듯 남한산성을 빠져 나왔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닌가 봅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네요.
남한산성 둘레길 지도
오늘 일정은 산성로터리에서 남한산성행궁-전승문(북문)-우익문(서문)-수어장대-지화문(남문)-좌익문(동문)에서 북문으로 원점회귀할 예정 이었지만 눈으로 인해 동문에서 산성로타리로 내려 왔습니다.
남한산성은 경기도 광주,성남,하남에 걸쳐 있는 남한산에 위치한 산성입니다. 남한산성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게 병자호란, 인조, 삼전도 굴욕, 그리고 육군교도소 정도 입니다. 육군교도소는 85년에 장호원으로 이전했지만 옛날에는 군대에서 영창간다는 말을 '남한산성'간다고 하기도 했죠. 그러고 보니 남한산성은 그다지 좋은 느낌이 있는 곳은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은 경기도 광주시의 문화유산이기도 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어 아주 귀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남한산성을 한바퀴 돌려면 4시간이 걸립니다. 주로 동문-북문-서문-남문-동문코스를 많이 선호한다고 합니다. 남한산성은 외성 2.7km, 본성 9.05km, 총 11.76km입니다. 외성까지 가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본성만 둘러보는데는 4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좌익문으로 불리는 동문은 성곽의 동쪽으로 비교적 낮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취약한 지형을 보완하기 위해 옹성을 쌓은 곳입니다.
북문성곽입니다. 남한산성은 야트막한 산들에 둘러쌓여 있어 나이 드신 분들과 여성 분들이 주로 찾는 등산과 산책을 겸한 코스로 인기가 있습니다.
첫번째 만난 북문입니다. 산성로타리에서 걸어서 십분거리입니다.
전승문인 북문을 지나 서문으로 가는 길은 편안한 송림숲이 있는 운치 있는 길입니다.
수피가 빨간 적송군락도 성곽길을따라 이어져 있습니다.
군데 군데 벤치가 있어 공원같은 느낌도 줍니다. 어느 모임의 총회가 열리는 날인것 같더군요.
오랫만에 보는 털신입니다. 요즘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우익문이라 부르는 4대문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서문으로 가는 길입니다. 서문은 한창 공사중인지 천막이 덥혀 있더군요.
견학온 학생들인데요, 컵라면을 보니 군침이 돌더군요. 한참을 보다 갑니다.
구한말 수어장대의 모습입니다. 남한산성의 건물 가운데 유일하게 현존하는 건물이라고 합니다.
남한산성의 정상은 355m의 남한산이지만, 수어장대가 있는 청량산(482m)이 대표적인 남한산성의 최고봉인 셈입니다. 매년 1월1일 이곳에서는 해맞이 행사가 열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뿌리가 반은 나온 전나무가 1953년 9월 6일 수어장대를 방문한 리승만 대통령각하께서 기념식수한 나무라고 합니다. 심을 당시에 십년은 넘은 나무라고 한다면 현재 70년은 훌쩍 넘은 전나무 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유추 해보면 전나무는 대표적인 음수인데 햇볕쨍쨍 비치는 산정상은 전나무가 좋아하는 환경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이런곳에는 대표적 양수인 소나무가 적합한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남한산성은 리승만이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가 4.19이후 제2공화국때 국립공원 지정이 철회 됐다고 합니다. 국립공원이 되기에는 좀 그렇긴 합니다.
남한산성은 두개의 산에 걸쳐있는 산성이입니다. 남한산을 대표하는 수어장대가 있는 청량산과 북쪽으로 이어지는 연주봉(467.6m)입니다. 철양산 수어장대에서는 인천의 낙조와 서울은 물론 경기도 양주, 여주, 양평, 용인,고양시까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입니다.
수어장대 마당 한켠에 있는 매바위로 수어서대(守禦西臺) 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청량당 앞마당에 심어져 있는 굽은 향나무 입니다.
남문으로 가는 도중 눈발이 휘날리다. 이내 큼지막한 함박눈으로 바뀝니다.
남한산성에서 규모가 가장 큰 남문입니다.
성남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발 사이로 희미하게 보입니다.
철갑으로 둘러 쌓인 남한산성의 성문입니다. 북한산성,남한산성을 통털어 철갑문은 처음 봤습니다.
남한산성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는 남문을 지나 동문을 향합니다. 이곳부터는 약간의 경사를 올려야 합니다.
제2남옹성의 모습입니다.
옹성은 성문을 보호하기 위해 성문 밖으로 한 겹의 성벽을 더 둘러쌓은 이중 성벽을 말합니다. 그러나 남한산성의 옹성은 성벽으로 접근하는 적을 3면에서 입체적으로 공격하고, 요충지 대한 거점 확보를 위해 성벽에 덧대어 설치한 시설물로 다른 성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이곳 남한산성에는 5개의 옹성이 있는데, 이 가운데 3개의 옹성이 산성 남쪽의 완만한 지형을 보완하고 신남성으로부터의 공격을 방어 하기 위해 설치됐으며, 제2남옹성은 이 3개 가운데 중앙에 있는 두번째 옹성입니다. 제2남옹성은 둘레가 318m이며, 다른 옹성과는 달리 이중 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색이라고 합니다. 옹성 끝에는 포대가 있는데, 그곳으로 들어가는 홍예문이 있으며, 포대는 동·서·남 3방향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본성과 연결되는 지점에는 전투시에 성내로 출입할 수 있도록 암문을 설치했고, 남한산성에 설치된 옹성 중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합니다.
복원공사가 한창인 제1남옹성의 모습입니다. 남한산성의 옹성들은 병자호란때 청군에게 호되게 당한후 만들어 진 것들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소잃고 외양간 고친것입니다.
조선 초기부터 전쟁에서의 주력 무기는 화포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1624년 남한산성의 수축을 맡았던 이서(李曙, 1580~1637)는 궁시 중심의 전통무기에 적합토록 산성을 축성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벽의 형태도 궁시의 방어에 적합하게 작은 석재를 다듬어 얇고 높게 쌓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병자호란때 청군의 화포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합니다.
소리 없이 내리던 눈이 검은 기와에 조금씩 쌓이고 있습니다.
어느새 함박눈이 되어 시야를 가릴 정도로 변해버렸습니다.경사진 길은 점점 미끄러워져 갑니다.
미끌미끌한 둘레길로 동문으로 빠져 나왔습니다. 동문은 복원공사가 한창입니다.
한때, 치욕의 장소가 이제는 세계유산이 되었습니다. 자랑스럽지 않고 아팠던 역사도 우리의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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