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태기산 겨울 백패킹

아웃도어에서/캠핑 by 심심한사람 2017. 12. 14.
반응형

태기산 겨울 백패킹

어제는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해발 1,000가 넘는 강원도 태기산을 올랐습니다. 태기산은 강원도 횡성군 둔내와 평창군 장평의 경계에 있는 해발 1,262m의 산으로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에는 풍력발전 시설과 공군 레이더 기지가 있어 정상까지 차가 올라 갈 수 있습니다.   

태기산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1,000m가 넘는 많은 산 정상부에 군사 시설이나 관측시설 때문에 도로가 나 있는 곳이 많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관계자외에 출입을 못하게 하는데 반해 태기산 만은 귀하던 천하던 용무가 있던 없던 차고 타고 올라갈 능력만 된다면 얼마든지 갈 수 있습니다. 

태기산 정상부에 오르면 곳곳에 서 있는 거대한 풍력 발전기 아래에 넓직한 공간과 그곳에서 내려다 보는 장쾌한 산그리메가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그래서 태기산이 특별한 곳에서 캠핑을 즐기고 싶은 오토캠퍼들이나 걷는것이 부담되는 백패커들 사이에서 캠핑의 성지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같이 눈 쌓이 겨울이 오면 그 인기는 몇 곱 절 더 치 솟습니다.

그러나 태기산으로 오르는 임도의 눈 쌓인 응달과 빙판길 곳곳에는 복병들이 숨어 있습니다. 좁은 도로에 차들이 교행하다 보면 눈 덮인 길 가장자리의 험로나 우수관로에 빠지는 차들로 인해 태기산은 교통지옥이 되기도 합니다.

다행히 이런 과정들을 무사히 지나 구름이 내려다 보이는 해발 1000m의 산정에 섰습니다. 이곳에 오르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 집니다. 하얀세상입니다.

  

태기산으로 떠난 캠핑

2017년 12월 12일, 태기산에서 캠핑을 하기로 결정하고 일기예보와 현지 상황을 체크 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태기산에 다녀온 사진을 검색하고 도로 상황을 살펴봅니다. 지난주말 강원도에 폭설이 내려 눈이 꽤나 쌓였다는 소식과, 올라가는 길이 그다지 녹록지 않다는 이야기 등등...

태기산으로 올라갈 수 없을 만일의 상황까지 생각 한 뒤, 집을 나 섭니다. 서울에서 불과 2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지척,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곳곳에 새로운 길이 생기는 등 도로공사가 한창입니다. 만약 네비게이션이 업데이트 되지 않았다면 꽤나 헤맸을법도 합니다.

반응형

영동고속도로 둔내 ic로 나와 평창군 봉평면으로 넘어가는 6변국도 양구두미재를 넘어 갑니다. 경사진 고갯길은 꼼꼼하게 제설되어 있고 하얀 염화칼슘이 뿌려져 있어서 어려움 없이 올라갑니다.

양구두미재 정상에서 다시 산으로 이어진 왼쪽 길로 올라야 합니다. 여기서 부터는 눈 쌓인 길로 곳곳이 빙판 입니다. 2륜차는 어려울것 같고 지상고가 높은 4륜차라면 올라갈 수 있을것 같습니다.  우리는 코란도 스포츠4륜에 체인없이 올랐지만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다만 내려 올때는 몇 번 아찔 했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산 할 때는 무조건 최 저단 기어로 엉금엉금 내려 와야 합니다.   

4시가 넘어 도착한 태기산 4번째 풍력발전소 아래에서 허겁지겁 텐트를 피칭하고 나니 어느덧 해가 져 옵니다. 

횡성쪽 일몰 풍경이 내려다 보입니다.

 

바닥에는 10cm이상 눈이 쌓여 있어서 평탄작업을 위해 눈삽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텐트를 붙잡아 주는 팩은 강성이 높은 v팩이나 x팩을 사용해야 하며 헤머는 필수 입니다.   

해가 넘어가는 동시에 기온은 급속히 떨어집니다. 영하 17도, 반짝반짝 빛나는 별 빛 아래의 풍경도 찍고 싶었지만, 도저히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 기온입니다. 

텐트 바닥이 울퉁불퉁하고 자리가 비좁아 msr헹잉킷을 꺼내 리엑터를 걸었습니다. 냉랭했던 텐트속은 일순간 따뜻한 온기와 함께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리엑터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고소모에 필파워800의 우모복과 다운팬츠에 다운부티까지 완전무장한 뒤에야 겨우 잠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취침시에는 모든 화기는 꺼야 합니다.  

저녁 늦게 한 팀이 더 와서 쉘터 포함 총 다섯동의 텐트가 세팅됐습니다. 다음날 아침의 수은주는 영하 20도, 체감기온은 더 아래로 떨어집니다. 급격히 떨어진 기온에 아침이고 뭐고 정신이 없습니다. 침낭을 쑤셔넣고 텐트를 접는데 장갑낀 손가락이 깨질듯 아려 옵니아.

눈 구경도 좋고 알싸한 추위도 좋지만 지금처럼 극악의 한파는 꽤나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따끈한 황태 해장국 생각에 몸은 얼었지만 동작은 빨라 집니다. 그러나 이런 기억이 더 오래 가겠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