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을 가장 쉽게 즐기는 방법
설악산 등산은 대부분 산행의 난이도로 보나 거리로 보나 1박2일 정도가 보통 이지만 대피소의 예약이라던지 시간적 여휴때문에 새벽에 출발해서 늦은 오후에 끝마치는 당일산행도 많이 합니다. 당일산행의 경우에는 가장 짧은 등산코스인 한계령-오색 등산코스나, 오색-천불동 코스가 일반적인데요, 둘 중 어디를 택해도 초보자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코스 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험한 공룡능선이라도 가려면 1박은 필수고 계절에 따라 2박까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설악산을 희말라야 에베레스트처럼 험하고 힘든 산이라며 '설베레스트'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만큼 초보 산꾼들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는 대상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고 험난한 설악산도 정상에 대한 욕심만 버린다면 얼마던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정상길을 포기한다면 걸어서 불과 한 두시간 거리의 설악산 골짝에서의 운치있는 하룻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설악산은 야영이 금지된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대피소에서 숙박을 원칙으로 합니다. 설악산 대피소 가운데 외설악의 양폭대피소와, 내설악의 수렴동대피소는 걸어서 한 두시간 거리로 비교적 편하게 갈 수 있는 대피소들 입니다.
천불동계곡의 양폭대피소, 구곡담계곡에서 수렴동계곡, 가야동계곡이 만나는 수렴동 대피소는 설악산 정상부의 중청, 소청, 희운각대피소에 비해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빼어난 계곡을 끼고 있어 설악산의 또 다른 모습을 즐길 수 있습니다.
중청에서 내려다 보는 동해바다와 공룡능선의 신비로운 운해, 소청대피소에서 느끼는 용아장성의 장쾌한 일몰같은건 기대할 수 없지만, 원시계곡에서 쏟아지는 물 소리와 좁은 하늘위로 반짝이는 별 들, 한 잔 술에 신선이 된 듯한 기분, 무릉도원이 있다면 이런곳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곳 입니다.
양폭대피소
양폭대피소는 소공원에서 천불동 계곡을 따라 두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대피소 입니다. 원래 양폭대피소는 커다란 호박돌로 쌓은 건물에 1층에는 구들이 있는 방이 서너칸있었고, 2층에서 단체 침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12년에 발생한 화재로 지금의 건물로 신축됐는데 그 전까지는 설악산 적십자구조대에서 운영을 했었고 현재는 관리공단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천불동계곡 양폭대피소 주변에는 오련폭, 양폭, 음폭, 염주폭, 천당폭포 같은 크고 작은 폭포가 있어 우리나라 최고의 계곡이라고 합니다.
귀면암을 지나 20여분이면 도착하는 양폭대피소, 뒷편 용소골을 따라가면 칠형제봉과 귀면암으로 이어집니다.
2007년 겨울의 양폭산장
양폭대피소는 생각보다 작았고, 매점에 파는 물건이라고 해봤자, 먹을것은 즉석밥과 초코바 생수 캔커피가 전부 입니다.
대피소 이용은 성수기 13,000원, 비수기 12,000원 담요는 한장당 2,000원인데 1인당 두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신청은 무조건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합니다.
2층 침상으로 총 14명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대피소와 마찬가지로 스팀 히터가 있어 한 겨울에도 따뜻합니다.
화장실은 대피소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간이화장실 다섯칸이 전부 입니다.
양폭 대피소 테라스에서 앉아 보는 천불동 계곡의 풍경입니다. 십수년전 양폭산장 차가운 구들방에 앉아 뾰족 암봉 위로 떠 오르던 둥근 보름달이 생생히 기억 납니다.
원시계곡에 둘러쌓인 수렴동 대피소
셔틀버스를 타고 백담사에서 하차한 뒤, 거의 평지를 걸어 한시간 20분이면 도착하는 수렴동 대피소는 과거 이경수씨가 운영하던 개인 산장이었는데 지금은 관리공단이 새건물을 지어 운영하고 있는 대피소 입니다. 구곡담계곡의 물과 가야동계곡의 물이 수렴동 대피소에서 만나 이름을 수렴동계곡으로 바꾼뒤 백담사까지 내려 갑니다. 이곳은 가을이면 단풍이 멋지고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이 아름다운 곳 입니다. 한번 짐을 풀고나면 쉬이 발 길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기로 몇 안되는 대피소 입니다. 그리고 길이 편해서 아이와 함께 와도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수렴동대피소나, 양폭대피소는 설악산의 다른 대피소 보다는 예약하기가 쉽지만 여름, 가을 성수기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정상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계곡에서의 하루밤을 보내기 위해 또는 힐링을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추운 겨울 한파가 끝나고 신록이 물결치는 봄이오면, 설악의 품으로 들어가 한뼘 하늘, 별 들을 동무삼아 짜릿한 술 한 잔 기울여 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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