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국가숲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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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동과 영서의 관문인 대관령 옛길을 따라 동해쪽으로 굽이굽이 내려 가다보면 어흘리에서 부터 백년 수령의 소나무 숲이 나타납니다. 이 숲은 1922년~1928년 일제강점기에 소나무 종자를 뿌려 지금까지 관리하고 있는 국유림으로 면적이 축구장 571개의 넓이 입니다. 1988년에는 '문화재 복원용 목재생산림'으로 지정됐다가. 2000년에는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 대회'에서 '21세기를 위해 보존할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그 전까지 산림자원을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던 시각이 서서히 생태적 환경적 가치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최초 국가숲길

그러다 올해 2021년 5월1일, 대관령 소나무숲길은 백두대간 트레일 · 지리산 둘레길 · DMZ펀치볼둘레길과 함께 '국가숲길 1호'로 지정됐습니다. 지금까지 산림청이나 각 지자체에서 조성한 수많은 숲길 가운데 산림생태적 가치, 역사·문화적 가치, 숲길규모,숲길조성 적합성, 운영·관리체계 여부, 연결성, 접근성의 7가지 기준에 모두 부합되어야만 '국가숲길'이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습니다.

'대관령 소나무 숲길'의 시작은 사람의 손을 빌렸지만 백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스스로 조절 할 수 있는 능력과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자연의 질서로 회귀 했기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한 것 입니다.

대관령 소나무 숲길의 들머리는 어흘리 주차장에서 부터 시작합니다. 세개의 폭포가 있는 삼포암 계곡을 따라 솔숲교-노루목이-생강나무군락지-풍욕대-대통령쉼터-야생화단지-금강송정-숯가마-솔고개입구를 지나 원점회귀하는 3.6km의 2시간30분 코스 입니다. 

대관령 숲길 난이도

대관령 숲길은 제왕봉과 선자령에서 동해로 뻗어내린 산줄기에 있어서 완만한 숲길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경사길이 많아서 등산로에 가까운 숲길 입니다. 게다가 강원도 영동지역의 기후 특성상 여름철에는 서울에 비해 시원하지만 동해에서 불어오는 안개와 습기의 영향으로 바람이 없고 습해서 땀이 많이 나므로 수분조절에 유의해야 합니다.     

대관령 소나무숲길은 어흘리 주차장에서 시작되지만, 이제막 조성공사가 끝난 주차장은 아직까지 네비게이션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네비에 어흘리 마을회관을 검색하면 바로 옆이 주차장 입니다. 국가숲길 지정과 함께 넓은 주차장이 탐방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차장 한쪽에는 노란 미국 스쿨버스가 세워져 있네요. 신기해서 한장 찍어 봅니다.

어흘리 주차장에서 차로 이삼분 거리, 숲길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주차장입니다. 탐방객이 없을때는 이곳에 주차를 하면 시간을 조금 아낄 수 있겠네요.  

주차장앞에는 '대관령솔내음 오토캠핑장'이 있습니다. 대관령숲 속에서 계곡을 끼고 있어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캠핑장 입니다. 이곳에서 캠핑을 하며 강릉해변과 소나무숲길 트래킹을 하는 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같은 성수기에는 예약하기가 만만찮다고 합니다.   

작은 주차장에서 삼포암 계곡을 따라 본격적인 숲길 트래킹이 시작됩니다. 숲길은 물소리와 그늘이 우거져 시원합니다.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 '기린초'가 꽃을 피우며 탐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인동초도 보입니다. 인동초는 초본이 아니고 덩굴나무입니다. 푸른 잎을 단 채로 겨울을 잘 참고 이긴다 해서 붙은 이름인데요, 돌아가신 김대중 대통령을 인동초에 비유하기도 하죠, 혹독한 시련 끝에 큰 성취를 이뤘다는 점에서 모진 추위를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인동초의 삶과 닮았다고 해서 입니다.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가면 이내 삼포암 폭포가 나타납니다. 너른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가 시원함을 더해줍니다. 폭포 가운데는 설악산 12선녀탕처럼  복숭아탕이 있는 모습이 특이합니다.  

시원한 숲속에서 쏟아지는 폭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명당 자리입니다.  

첫번째 폭포를 지나 얼마지 않아 삼포암의 두번째 폭포가 나타납니다. 삼포암의 세 폭포중에 가장 볼만합니다. 선자령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은 이곳 삼포암을 거쳐 강릉 남대천을 지나 동해와 만나게 됩니다.   

폭포가 있는 바위 옆으로 음각된 '양춘대'라는 한자와 그 밑으로 수많은 이름들이 각자되어 있습니다. 옛 시절 이곳에 정자를 짓고 풍유를 즐기던 양반네들의 이름일까요? 

한 칸 위로 수심이 2미터는 될 법한 깊은 소와 나지막한 폭포가 반깁니다.  

한 탐방객이 폭포 아래에서 뜨거운 여름 한낮의 열기를 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폭포가 있는 계곡은 입수가 금지 되어 있습니다. 입수만 하지 않고 옆에 앉아 있는건 괜찮은걸까요?

계곡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계곡을 건너는 솔숲교라는 나무다리와 이어집니다. 

다무 다리 데크 가운데 봉긋 쏫은 바위가 재밌습니다. 바위가 중앙선 입니다. 

대통령 쉼터까지 2km 남겨둔 지점 입니다. 

다리를 건너 아스팔트길을 건너면 데크 계단이 나오고 본격적인 소나무숲이 시작됩니다.

대관령 소나무숲을 알리는 동그란 이정표가 귀엽습니다. 

본격적인 소나무숲이 나타납니다. 붉은 적송 입니다. 한국 고유의 소나무인 황장목이라고 합니다. 문경에 있는 황장산의 소나무도 이렇게 붉은 황장목이었죠. 

100년 소나무숲과 황톳길, 그리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숲속의 은은한 솔내음, 도심생활의 찌든 떼가 벗겨지는듯 합니다.  

알싸한 생강향이 나는 생강나무가 많이 보입니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 또는 동박이라고도 불렀다고 하죠. 김유정의 단편 '동백꽃'의 그 동백이 바로 생강나무입니다.  원래 동백나무는 남쪽식생으로 강원도에는 볼 수 없는 나무 입니다. 강원도에서는 귀한 동백기름 대신 생강나무 씨앗으로 기름을 내어 머릿기름으로 사용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숲길이라고 해서 편안하고 완만한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거의 등산하는 느낌 입니다.  천미터가 넘는 대관령에서 뻗은 산줄기 인데 만만하게 볼 수 없습니다.

수피가 거북이 등껍질, 또는 갑옷처럼 갈라져서 애국가에도 소나무를 보고 철갑을 둘렀다고 하죠.

금강송, 미인송, 황장목, 적송, 곰솔 등등 소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이름을 가진 나무 입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대문에 솔잎을 걸고 소나무로 만든 집에 살며 죽어서는 소나무로 짠 관에 들어갈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유용한 나무 였던 것이죠.

대관령 소나무 숲, 1922~1926년 파종 조림한 우리나라 대표적 소나무숲, 120만평에 둘레 36cm, 높이 23m의 소나무가 14만 그루, 산림청에서 간벌 등 숲가꾸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

지린내가 나는 노루오줌꽃 입니다. 

도심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얇은 가지를 따라 길게 꽃을 피우는 조팝나무와 달리 이 녀석은 여름이 되야 꽃을 피우는 '참조팝나무' 입니다. 우리나라 중부 이북의 산꼴짜기에서 자라는 조팝나무 중에서도 가장 멋진 조팝입니다. 그래서 이름에 '참'이 붙었죠.

숲길 군데 군데 허물어져 가는 봉분들이 간혹 나타납니다. 아주 오래전 무덤같아 보이는데 관을 지고 이 산골까지 어떻게 올라와서 묘를 썼을까 궁금해집니다.  

숲길은 대관령 자연휴양림 세탁실 건물과 만나게 됩니다. 그 뒷쪽으로 숲가마터가 있고요. 

조금만 더 가면 금강송정이 있는데, 그다지 왜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귀여운 다람쥐가 사진찍어 달라면서 포즈를 잡아 줍니다. 사진은 어디로 보낼까요? 

숲길 한 가운데 놓인 오래된 무덤이 나타납니다. 석조 망주석과 문인석, 그리고 비석과 제단....누군지는 몰라도 꽤나 지체 높은 양반이었나 봅니다. 

관모와 관복을 입고 홀을 쥔 문인석 입니다. 크기는 무릎높이 정도로 크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 옛날 길도 없던 산골까지 무거운 석물을 옮기는게 어려웠겠죠.

문인석의 표정이 웃고 있네요.

통정대부, 강릉김공의 묘. 조선시대 문신 정3품의 관직에 계셨던 분이네요.

비석 뒷편에는 (1863년) 동치2년 계해 10월 계자 석규가 세웠다는 글귀. 동치는 청나라 10대 황제 목종(1862~1874)이 사용한 연호

삼포암 입구에서 시작해서 솔숲교를 지나 숯가마에서 대관령 소나무숲길의 가장 높은곳 그리고 오늘의 기점인 대통령쉼터에 도착합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어떤 대통령의 쉼터일까 몹시 궁금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방문해서 쉬었던 곳이네요.  2007년4월이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던 때였네요. 노무현 대통령 형님으로 보이는 분과 소나무에 기대어 수심에 잠긴듯한 표정의 이광재의원도 함께 있네요. 

노무현 대통령과 영부인이 앉아 쉬셨던 그 의자도 빛은 발했지만 여전히 남아 있어서 앉아 보았습니다.  

쉼터 맞은편으로 조망데크가 있어서 올라가 봅니다.

바닥이 고스란히 보이는 데크는 좀 아찔하더군요. 

멀리 손에 잡힐듯 강릉시내와 동해가 보입니다. 

망원으로 보니 손에 닿을듯 가깝네요. 날씨가 좋은날은 정말 자세히 보일것 같습니다. 

붉은 수피의 적송, 금강송, 또는 황장목이 숲길 내내 이어지는 대관령 소나무숲길 입니다. 쭉쭉 뻗어 올라간 나무들이 눈을 시원하게 합니다. 

 대관령 옛길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소나무숲길 이전 산책길 안내지도 입니다. 

숲속의 깡패 층층나무가 뿌리를 드러내고 키를 올렸습니다. 

사슴뿔처럼 생긴 뿌리가 신기합니다. 

야생화단지로 이어지는데, 봄꽃이 대부분이어서 지금은 푸르름만 가득합니다. 

큰 소나무에 정신이 팔려 걷는데, 발바닥이 물컹하는 느낌에 화들짝 놀라 보니 누룩뱀을 밟았습니다. 뱀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다행히 누룩뱀은 큰 내상은 없는듯 미친듯히 숲속으로 도망갑니다. 수 없이 산을 다녔지만 뱀을 밟아보긴 처음입니다. 

화고초, 꿀풀입니다. 

숲길의 끝에서 만난 대한민국 국유림 표지판 입니다. 국유림은 자손만대로 국가에서 관리되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가까운 선자령 일원의 국유림은 목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임대해서 지금은 거의 관광지화가 됐죠. 씁쓸한 현실입니다. 

2000년 제1회 아름다운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천년의 숲'으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대관령 자연휴양림 정문을 지나 조금더 내려가면 솔숲교가 나오고 삼포암 계곡을 지나 원점회귀 하게 됩니다. 

대관령 백년 소나무숲길을 걷는 내내 "너무 아름답고 너무 조용하다" 라는 말을 몇 번은 한 것 같습니다. 조금 힘든 숲길일지라도 그 이상으로 아름다운 소나무 숲이었습니다.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아 조용하고 한적한 숲길 입니다. 덕분에 오랫만에 꾹 눌러쓴 마스크도 훌훌 벗어 마음껏 숨쉬며 산길을 걸었습니다. 산 길이 숲길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산길을 숲길을 걸을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대관령 백년 소나무숲길에서 제대로 힐링한 하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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