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이 특별한 고택에서의 한끼

예약 없이는 못 먹는 뽕잎밥,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충주 맛집 설희원

충주 중앙탑에서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어중띤 거리 17km 30분이 걸리는데 갈래 말래 묻는다. 메뉴가 뭐냐니 뽕잎비빔밥이라고 한다. "뽕잎을 사람이 먹는다고?" 뽕잎은 누에나 먹는 잎사귀 아니냐? 그리고 우리 집 체리새우도 잘 먹고..

 

그냥 맛이 있답니다. 그런데 맛도 맛이지만 한 끼 먹으러 가는 데 갔다 오는 시간까지 더하면 한 시간인데 너무 먼 곳 아닌가 하고 투덜 됐지만, 여차저차 가는 걸로 결정하고 예약을 합니다. 여기는 예약이 필수라고 하네요. 

 

쉬엄쉬엄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기찻길이 지나는 어느 한적한 마을입니다. 식당 같은 게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처럼 보이는데 이런 곳에 식당을 연 사람도, 찾아오는 사람들도 신기할 정도입니다.

 

고택에서 즐기는 뽕잎한상, 충주 설희원

 

고택 앞으로 충북선이 있지만 기차가 다니는지 안 다니는지 한 시간 남짓 있는 동안 기차소리는 들어 보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고 고즈넉한 마을입니다. 

 

입구는 다양한 나무들이 아기자기하게 심어져 있는 정원 느낌입니다. 그리고 시골 외할머니집 같은 정겨운 대문에 설희원이라는 간판이 무심하게 달려 있습니다. 자 지금부터 고택에서 누에와 체우새리가 잘 먹는 뽕잎한상 먹으러 가 봅니다. 

고택의 멋과 뽕잎 묵나물의 프릿함이 간장과 잘 어우러지고, 근사한 찬까지 더해 평범하지만 특별한 한상으로 탄생합니다.     

뽕잎의 효능

식사 전 뽕잎의 효능이 무엇인가 알아보고 드시면 좋겠죠? 뽕잎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 등 성인병 예방에 좋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예방 및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며 칼슘, 철분, 아미노산이 풍부해  노화를 억제하는 폴리페놀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함, 진 씨 왕이 찾던 바로 그 불로초가 뽕잎일까요? 

시골 외할머니집처럼 정겨운 한옥입니다.  

동쪽으로 터진 너른 마당과 길게 툇마루가 있는 안채, 맞은편으로 사랑채까지 깨나 위세 있었던 가문의 기와집 같습니다. 

뽕잎밥정식은 사전예약 필수랍니다. 1인 만육천 냥으로 가격이 싸진 않네요. 그 외에 주스나 차 같은 건 예약하지 않아도 방문하면 드실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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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인지 창고인지 사랑채와 연결된 건물에는 옛날 풍로가 있네요, 옛날 추수가 끝나면 바람을 일으켜 쭉정이는 날리고 알곡은 아래로 떨어지게 해서 분리하는 기계입니다. 

대청마루는 번듯한 실내공간으로 탈바꿈해 식당이 됐습니다. 

각자의 놋수저는 감잎이며 측백나무 잎이며 설희원 주위에 자라는 나뭇잎을 가져다 가지런히 올려 주는 게 참 특이하기도 하고 특별하기도 합니다. 

 고사리나물과 열무김치, 궁채나물, 참나물, 표고버섯나물이 나오고 홍시 농축액으로 섞은 샐러드는 새콤달콤하게 입맛을 돋우고  찬들이 자극적이지 않고 슴슴해서 먹기가 좋았습니다.

100년 된 씨간장으로 만들었다는 간장양념은 도토리도 찍어먹고 뽕잎밥도 비벼 먹습니다. 

찬이 많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갈한 채식주의 음식입니다.  고기 한점 없어도 꽤 근사하네요.

구수한 배추 된장국

원재료의 향과 식감이 좋은 표고버섯과 아삭한 궁채나물을 올린 뽕잎밥 한 숟가락, 사실 뽕잎나물맛인지 곤드레나물 맛인지 구분 안되지만, 차분하게 특별한 한 끼를 먹은 것 같습니다. 먹다가 부족한 찬은 더 가져다주셔서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충주 가실 일이나 지나실 있다면 한 번쯤 전화 예약하고 가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별히 맛있진 않아도 주인장의 진심과 정성을 느낄 수 있는 뽕잎한상,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이 될 수 있답니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 평일 10시부터 8시 40분까지 영업, 라스트 오더는 7시 30분, 예약 전화는 010-8290-4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