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가 되고픈 도토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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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를 꿈꾸는 도토리

또르로 툴툴툴 틱,,,

척 그르륵 컥,,,

엊그제 조용한 숲속 길에서 들었던 소리들 입니다.   

무슨소리냐면 도토리들이 엄마품에서 세상을 향해 박차고 나가는 소리랍니다.  산길을 걷는 길 위로 툭~하고 떨어져서 또르르 하며 데굴데굴 굴러 가기도 하고, 길을 살짝 벗어난 풀숲에는 잎 넓은 미역줄나무나 누리장나무 위로 척~ 하며 떨어져서 포근한 땅위로 사뿐히 내려 앉기도 합니다. 

그런데 숲속에 잘 내려 앉은 도토리들의 운명과 길위로 떨어진 도토리들의 운명이 어쩌면 이리도 다를까요? 우리 인간들처럼 흙수저,금수저를 물고 나오듯 도토리들도 떨어지는 자리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어 버리는것 같습니다.  

대개의 나무들이 그렇듯 움직이지 못하는 참나무의 번식 전략은 어치나 청설모,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멀리 이동시켜 주는 방법과, 또는 열매를 둥글게 만들어 혼자의 힘으로 엄마 참나무에서 멀리 멀리 굴러 가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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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사람을 키우는 도토리

하나의 참나무에 매달린 수천 수만개의 도토리 알밤 가운데 튼튼한 뿌리를 뻗어 엄마 참나무 만큼의 가지를 하늘로 올릴 수 있는 도토리들은 몇이나 될까요? 

숲속 작은 생명들의 영양가 높은 밥이 되고 또는 잘 썩어서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맛있는 도토리묵이 되어 근사한 술안주가 되기도 하겠죠. 

사람에게도 이롭고 숲속 동물에게도 이롭고, 자연에게도 이롭기만 한 작은 도토리 알밤, 남이 아닌 그들 자신을 위한 처절한 생존기가 지금 참나무 숲에는 한창입니다.  

길가로 떨어진 도토리들이 조록싸리 아래로 굴러왔습니다.

데굴데굴 낮은 곳을 향해 굴러 가다 움푹한 곳이 나타나면 모이는 도토리들, 숲속에서 움푹한 곳은 도토리 뿐만 아니라 다른 씨앗이나 낙엽들도 쌓이게 되어 그나마 환경이 좋은 곳입니다.  

등산로 한 가운데 툭~ 떨어진 녀석들의 운명이 가장 애처롭습니다. 산객들의 등산화 아래서 깨지고 차여서 산산조각이 납니다. 태어나자 마자 험한 세상에 내팽개 쳐 진 꼴입니다.  

 같은 형제라도 운좋게 숲속에 착지한 녀석들 입니다.  뿌리 뻗기 좋은 촉촉한 흙과 적당한 햇볕아래 떨어진 도토리들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나 봅니다. 

데굴데굴 정신 없이 굴러 내려온 도토리들이 나무 뿌리 쉼터에 걸려 어지러운 머리를 식히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숲속의 도토리댐같기도 합니다. 

도토리의 빈 깍정이 입니다. 속에 있던 도토리는 어디로 갔을까요?다람쥐가 물고 갔을까요? 지들이 알아서 나간걸까요? 

와그작 짓밟혀 버린 도토리 입니다. 

이녀석은 까맣게 변했습니다. 도토리거위벌레의 짓일까요?  

따뜻한 흙속에 살포시 머리를 박고 있는 도토리입니다. 이녀석 금수저를 물었나 봅니다. 

썩은 나무 틈에 자리를 잡은 도토리도 있습니다. 과연 이들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 집니다.

이 녀석들은 멀리 가기를 포기하고 엄마 참나무 아래에 납작 업드렸습니다.  

옴푹하게 썩은 엄마참나무의 틈 속에 자리 잡은 도토리 입니다. 어떤 녀석은 벌써 싹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 녀석들이 과연 엄마 참나무와 한 몸이 되어 자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어린 참나무가 키 큰 참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햇볕과 양분이 필요합니다. 엄마의 그늘속에서 어떻게 살아 나갈까요?  

느끼고 표현하는 나무

지금 숲속은 한창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몇달을 품속에서 키워온 아이들이 새 출발을 위해 엄마 품을 떠납니다. 그리고 초록의 잎들도 하나 둘 떨궈냅니다. 겨울이 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을은 느낌을 표현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눈도 없고 귀도 없고 머리도 없는 나무들이 어떻게 느끼고 표현할 수 있어?"라고 하겠죠.  우리의 틀에서는 도저히 상상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보고 느끼는 신경체계 자체가 없는 나무들이기 때문이니깐요, 그러나 우리와 다를 뿐, 그들 나름대로의 신경체계에 준하는 조직들이 있답니다. 

우리가 자연을 느끼듯 나무도 자연을 느끼고 우리를 느낍니다.  다른 생명체에 비해 인간만이 특별한 존재가 아닙니다. 자연의 통해 느낌을 공유하고 새로운 생명체와 이웃을 발견할 수 있다면 곧 나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는 감동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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