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쇠러 부산으로 향했다. 코로 들어오는 따스한 공기가 좋다. 게다가 고향집 마당에는 꽃까지 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홍매화의 고고한 자태에 눈이 시리다. 올해 처음 보는 봄 꽃이다, 남녁의 봄 꽃 소식을 친구들에게 지인들에게 퍼 날랐다. 문득, 차도 없고 기차도 없던 시절에는 남녘의 봄 소식을 어찌 전했으랴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걷고 뛰는 시간보다 봄꽃이 북진하는 시간이 훨씬 빨랐을텐데 말이다. 지난 2013년 광화문교보빌딩 벽에 대형 걸개로 새해를 알린 반칠환 선생님의 '새해의 첫 기적'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날아서 오던 뛰어서 오던 기어서 오던 곱던 못났..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7. 1. 31. 16:36
겨우겨우살아 겨우살이, 겨울에만 살아 겨우살이 겨우살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나무들이 낙엽을 모두 떨구가 난 11월 말 부터 새 잎이 나오기 전인 3월 까지만 눈에 보이는 나무입니다. 어제 조령산에 갔다가 올해 첫 겨우살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겨우살이는 땅이 아닌 나무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반기생식물입니다.탱자나무처럼 삐죽삐죽 뻗어 올린 가지들과 노랗게 빛나는 형광빛 열매들이 아름답더군요. 나무들이 잎을 모두 떨군 겨울이 오면 까치집 같은 '겨우살이'가 비로소 사람들의 눈에 보입니다. 겨우살이 효능 겨우살이는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는 약용식물이며 1990년대 부터 '천연 항암제'로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관심거리가 됐습니다. 위암과 신장암,폐암 등의 암과 고혈압에 인한 두통과 현기증에 효과가 있으며 진정..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6. 11. 27. 15:44
포천에서 고란초를 만나다 설마 이런곳에 있을까?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십수년전 신두리 해안의 바위틈에서 본 '고란초'와 너무나 닮았습니다. 전화기를 꺼내 이름을 넣고 조목조목 검색하고 대조를 해 봅니다. 설마설마 한 것이 정말이더군요. 한 두 포기도 아니고 수백포기의 고란초가 음습한 바위동굴 입구에 자생하고 있습니다. 본래 고란초는 강원도 이남지역의 해안에서나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여기는 강원도 내륙의 포천으로 위도가 38도에 가까운 곳입니다. 오늘의 발견으로 고란초의 서식 지역을 정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강원도 이남이 아니라 남한 전역으로… 고란초의 포자낭입니다. 고사리과의 고란초는 길이가 5~15센치, 너비는 2~3센치에 불과하며 작은 잎 뒤에는 가루같은 포자가 점같이 ..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6. 11. 24. 10:58
느티나무 예찬 느티나무 만큼 소박하면서 욕심이 없는 나무가 또 있을까요? 다른 나무들 처럼 화려한 꽃을 피우지도, 맛있는 열매를 만들지도 않습니다. 사시사철 그 모습 그대로 무뚝뚝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입니다. 욕심없고 소박하게 사는 사람들이 장수하듯 느티나무도 다른 나무들에 엄청 장수하는 나무입니다. 우리나라에 1000살이 넘는 노거수 60여 그루 중에 25그루가 느티나무라고 하죠, 그리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느티나무도 열 그루가 넘습니다. 중학교 다닐때 학교 가는 길에 아주 큰 정자 나무가 한그루 있어서 날이 더울땐 오며가며 잠깐씩 앉았다 가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 나무가 느티나무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수령이 500년이 넘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되어 천연기념물 309호로 지정된 팽..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6. 11. 21. 19:23
가을이 아름다운 붉나무 가을을 붉게 물들이는 나무중에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물드는 나무는 무엇일까요? 저는 일반적인 단풍나무과의 단풍나무나 신나무, 복자기나무, 청시닥나무, 고로쇠나무 처럼 붉게 또는 노랗게 물드는 나무들 보다, '붉'나무 라는 나무가 더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옻나무과의 '붉'나무는 말 그대로 붉게 물든다는 뜻입니다. 가을에 빨갛게 변하는 붉나무의 단풍은 어떤 단풍나무들보다 더 진하며 아름다운것 같습니다. 얼마나 붉게 물드냐면. 맑은날 서해바다로 떨어지는 붉은 석양의 색과 비슷할 정도입니다. 붉나무는 우리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숲가장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흔하디 흔한 나무입니다. 붉게 물드는 단풍도 좋지만, 붉나무의 열매는 천연소금을 만드는 훌륭한 재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붉나무 잎에 ..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6. 10. 26. 11:34
참나무를 꿈꾸는 도토리 또르로 툴툴툴 틱,,, 척 그르륵 컥,,, 엊그제 조용한 숲속 길에서 들었던 소리들 입니다. 무슨소리냐면 도토리들이 엄마품에서 세상을 향해 박차고 나가는 소리랍니다. 산길을 걷는 길 위로 툭~하고 떨어져서 또르르 하며 데굴데굴 굴러 가기도 하고, 길을 살짝 벗어난 풀숲에는 잎 넓은 미역줄나무나 누리장나무 위로 척~ 하며 떨어져서 포근한 땅위로 사뿐히 내려 앉기도 합니다. 그런데 숲속에 잘 내려 앉은 도토리들의 운명과 길위로 떨어진 도토리들의 운명이 어쩌면 이리도 다를까요? 우리 인간들처럼 흙수저,금수저를 물고 나오듯 도토리들도 떨어지는 자리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어 버리는것 같습니다. 대개의 나무들이 그렇듯 움직이지 못하는 참나무의 번식 전략은 어치나 청설모,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멀..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6. 9. 27. 17:19
갈대로 만드는 바람개비 요즘같이 무더위 속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은 정말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 입니다. 야외에서 아이들이 바람을 몸으로 느끼고 고마워 할 수 있는 놀이가 있습니다. 요즘 강변으로 가면 갈대가 한창 잎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바람에 따라 이리 저리 출렁이는 갈대잎으로 신기한 바람개비를 만들수 있는데요, 갈대바람개비라고도 하고 풀바람개비라고도 합니다. 순전히 자연물인 갈대잎과 줄기로만 만드는 바람개비는 생각보다 빙글빙글 잘 돌아서 아이들이 너무나 신기해 하고 즐거워 합니다. 만드는 방법은 좀 까다로울 수 있지만, 집중에서 몇번만 해 보면 충분히 만들수 있답니다. 파란 하늘에 투박한 날개로 빙글 빙글 돌아가는 갈대 바람개비는 자연을 닮았습니다. 30cm 정도의 넓고 긴 갈대잎을 한..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6. 7. 22. 15:42
망초 또는 개망초 나는 서른하고도 두해가 지나서야 '망초'라는 이름의 꽃을 알았습니다. 그렇게도 길가에 지천이던 꽃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망초도 아니고 개망초인건 십년이 더 지나서야 알게됐습니다. 올해 여덞살 내 아들은 망초며 질경이 별꽃같은 풀꽃들을 줄줄 꿰고 있습니다. 보잘것 없는 풀꽃 하나 하나의 이름을 불러 줄 수 있는 아이어서 고맙습니다. 배추흰나비와 개망초꽃입니다. 북한에서는 계란꽃이라고도 합니다. 꼭 달걀 프라이 같이 생겼죠. 원래 식물이름 앞에 '개'자가 있으면 보잘것 없다거나 크기가 작고 또는 약성이 없다는 말인데, 망초라는 녀석은 그 반대입니다. 꽃이 큰 녀석들이 개망초이고 보이지도 않는 꽃봉우리들이 '망초'입니다. 망초입니다.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이미 꽃은 시들고 씨..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6. 7. 22. 1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