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의 꽃잔치 대청봉에 열렸다.
대청봉에서 오색까지 5km, 올라갈때 4시간, 내려올때 3시간 정도로 잡는다. 그러나 이 길은 시간과 고통이 반비례 하는 길이다. 정상까지 가는 가장 최 단 코스이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길이다.
그러나 이 길의 시작이자 끝인 대청봉 주변은 이 맘때면 천상화원이 펼쳐진다. 초롱초롱 고깔모자 모싯대, 고개숙인 말나리, 병풍취도 이맘때면 소담한 꽃을 피우고 참취, 미역취, 진범, 참배암차즈기,병조희풀,물레나물,이질풀,구절초, 두메담배풀...
한발 늦은 여름 야생화와 한발 빠른 가을 국화과 야생화들이 대청봉 일원에서 함께 공존하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천상화원과 장쾌한 조망,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이틀간 지속된 폭염 경보를 날려 버렸다.
백담사에서 소청 대청을 지나 오색까지 가는 이번 설악산 등반의 세번째는 대청에서 오색으로 내려가는 계단길과 숲길에서 만났던 나무와 풀꽃들에 대한 이야기다.
초롱목 초롱꽃과의 모싯대, 도라지, 잔대, 금강초롱 등은 쉽게 헷깔리는 녀석들이다.
이녀석은 모싯대다.
잣나무와 박달나무가 넓직한 바위 방석위에 사이좋게 앉아 있다.
트위스트 전나무
아랫쪽에서 본 트위스트 전나무
아름드리 나무가 생명을 다 하면 곤충, 버섯같은 수많은 생명들의 영양분이 되기도 하고 보금자리가 되기도 한다. 뭇생명들을 한동안 먹여 살리던 고목이 그 역할을 다 해 땅에 쓰러지면 흙을 기반으로 생활하는 작은 풀꽃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자연의 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올해는 모싯대가 풍년이다.
이미 꽃이 진 백합목 백합과의 큰두루미꽃
단풍잎을 닮은 단풍취도 꽃을 피워냈다. 단풍취의 어린 순은 좋은 나물이다.
키에 따라 작은 풀꽃, 관목, 교목들이 다양한 공간을 나눠 가지며경쟁과 공생하며 살아가는 건강한 숲의 모습이다.
강렬한 색의 매혹적인 참나리꽃, 설악산은 고산식물의 보고다.
아직까지 꽃을 피우지 않았다. 생소한 녀석이다. 몇 걸음을 더 가니 꽃이 핀 똑같은 개체가 눈에 보였다. 비로소 그 이름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미나리아재비과의 '진범'이다. 밑에 깔린 잎은 미역줄나무의 잎이다. 그리고 진범은 독성이 강한 독초다.
처음본 갈퀴덩굴의 동그란 열매
곤드레 만드레... 봄 나물로 유명한 곤드레, 정명은 '고려엉겅퀴'로 알싸한 꽃을 피워냈습니다.
참나물도 오밀조밀한 꽃을 피웠다. 자세히 보니 파드득 나물 같기도 하지만...
미역취나물, 역시 봄철 어린순은 훌륭한 나물이다.
사스레나무를 품은 잣나무, 둘이 퍽이나 다정하다.
잣나무 삼인방, 서로의 뿌리가 복잡하게 얽히고 섥혔다. 셋 중에 하나는 생명을 다 했다.
좁은 공간에서 함께 살기 위한 포옹일까? 아니면 공간을 차지 하려 서로의 몸을 죄고 있는 것일까?
하필이면 바닥조차도 땅이 아닌 바위다.
잣나무 삼인방의 작은 '방'
잣나무 삼인방은 다른 나무들이 엄두를 못내는 척박한 바위 위에서 줄기를 올렸다.
숲은 한뼘의 공간도 흐투루 버려두지 않는다.
짤순이라는 이름이 생각나는 고사목
구상나무로 생각된다.
고지대에서 자라는 한국 특산종 '구상나무'는 강한 바람에 어이없이 뚝 부러져 나간다.
오고 가는 사람들의 낙서판이자 방명록이 되기도 한다.
신갈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신갈나무가 잎을 떨구면 정체가 드러나는 녀석들
신갈나무 맹아지,
이 녀석들이 과연 큰 줄기로 자랄수 있을까?
난티나무, 난티란 그리스군의 투구모양이라는 뜻이다.
다릅나무
지독한 고무냄새가 나는 까치고들빼기
참배암차즈기, 점봉산, 태백산, 가야산, 지리산, 설악산에 자라는 다년생 초본으로 한국 특산종이다.
배암차즈기라는 말은 꽃잎이 꼭 뱀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두메 담배풀, 꽃이 작고 화려하지 않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띠지 않는다.
꽃은 할아버지 곰방대를 닮았다.
습기가 많고 반그늘에서 잘 자라는 꿀풀과 '오리방풀'
우리나라 전역의 산에 널리 자란다.
꽃이 호리병처럼 볼록한 '병조희풀'
초본이 아닌 미나리아재비과의 관목이다.
족히 20미터는 될 법한 거목
정확하지는 않지만 가래나무로 동정한다.
나무가 너무 높아 망원렌즈를 통해 '우상복엽'의 잎차례만 겨우 보인다.
이른 봄, 귀여움을 독차지 하던 노루귀
녹나무과 생강나무, 잎을 살짝 비비면 향긋한 향이 난다.
녹나무과 비목나무도 같은 향이 난다. 그리고 열매도 생강나무와 똑같다.
비목나무 열매가 보고 싶다면(팔만대장경을 품은 해인사_첫번째)
이나무 저나무, 이풀, 저풀 이리 저리 시선을 주다 보니 세시간히 훌쩍 지나서야 오색에 도착했다.
다소 지루한 구간에서 동무가 되어준 풀꽃나무들이 고맙다.
오색에 도착하니 건너편에 택시가 대기중이다. 백담사 주차장에 박아둔 차를 찾기 위해 택시에 올랐다. 오색에서 백담사까지는 한계령을 넘어 꼬박 40분이 걸린다. 요금도 4만5천원으로 만만치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편이 더 좋을것 같다.
1박2일간의 설악산, 더위에 애를 먹기도 했고 배낭의 무게에 지치기도 했지만 언제나 땀흘린 만큼의 보상을 받은 것 같아 뿌듯함이 컸다. 다시 설악에 들 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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